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루 김신영 May 08. 2024

봄에게 미안하다

찬바람 부는 겨울 밀어

한 촉을 잡고


긴 시간 겨울이 끝인 줄 알았는데

언덕 너머 바람에 흔들리는 얼굴을 보니 반갑다


재두루미 머리에 깃을 치고 오르는 봄

개천에 이미 당도해 있는 봄을 목격한다


그대, 갯버들 벌써 흐드러지는데

이제야 겨울 지나 그대를 만난다


봄에게 미안하다. 이미 당도해 있는데

열이 오르고 기침으로 쿨럭이면서 긴 밤을 보냈지


외롭고 쓸쓸하게 깊이 병든 날에도

봄은 오는구나


숭고하게 오는 봄

그대에게 미안하다

봄에게 미안하다



<마술상점> 시인수첩 여우난골 2021


계절은 반드시 오고야 마는 것을 잊을 만큼 아팠다. 이미 당도해 있는 화사한 봄을 보면서 알아차리지 못하고 반기고 즐기지 못해 미안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