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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 Oct 16. 2020

명품을 입는 아이들에게

안녕 애들아!     


오늘은 여러분이 좋아하는 명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사실 근래에 학교에 명품을 걸친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돼 깜짝 놀라곤 해요. 대표적인 등골 브레이커인 패딩의 차원을 넘어, 이제는 티셔츠, 카디건, 외투, 신발, 가방 등 전 방위로 명품을 입은 아이들을 종종 볼 수가 있어요. 수 십만 원은 거뜬히 넘는 것들이죠. 하트 무늬가 시그니처인 꼼데가르송 티셔츠와 신발, 와펜으로 유명한 스톤아일랜드 티셔츠와 바지, 호랑이 모양의 켄조 스웨터와 신발, 별이 박힌 골든구스 신발 등의 값 비싼 유명 브랜드들은 기본이죠. 패딩은 이제 노스페이스가 평범하게 보일 정도예요. 무스너클, 몽클레어, 파라점퍼스 패딩 등 백만원이 넘는 패딩들도 쉽게 볼 수 있어요. 그리고 구찌, 프라다, 발렌시아가 등 고가 명품도 척척 입어 신기할 따름이에요. 발렌시아가 신발을 신고 복도를 걷는 학생, 구찌 벨트를 차고 구찌 클러치 백을 옆에 끼고 등교하는 아이, 입생로랑 가방에서 본인의 파우치를 꺼내는 여학생, 루이비통 지갑 들고 매점 가는 학생 등 샘보다 더 잘 사는 것처럼 보여 대단할 정도예요(ㅎㅎ). 물론 대다수의 학생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 반에 적어도 3-4명 정도는 해당되니 유행은 맞는 것 같아요.      


사진 - Young샘


사실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죠. 아무리 비싸도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유행처럼 구매하는 현상은 늘 있었어요. 샘 초등학교 시절에는 무조건 이스트팩 가방을 메어줘야 했어요. 당시 다른 브랜드의 가방에 비해 상당히 고가였는데, 이스트팩 가방이 아니면 아이들이 대놓고 무시했죠. 샘도 이스트팩 가방이 너무 갖고 싶어 어머니에게 몇 번 졸랐는데 저희 어머님은 늘 단호하셨죠. 항상 가방이 부끄러워 책상 걸이에 뒤집어 걸어 놨던 것 같아요. 실수로 이스트팩 짝퉁을 산 아이가 있으면 두고두고 놀림거리가 되었죠. 고등학교에 가니 이번에는 소뿔 모양의 단추가 특징인 소위 ‘떡볶이 코트’를 꼭 입어줘야 했어요. 운동장 조회를 하면 전교생이 다 떡볶이 코트를 입고 있었죠. 지금도 추억의 짤로 많이 돌아다니던데 참 우습죠? 비싼 건 아니었는데 기존에 입고 다니던 외투는 더 이상 입을 수가 없어 버려야 했어요. 그리고 당시 여학생들은 프라다 가방이 대유행이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가격대도 올라갔어요. 그러면서 대표적인 등골 브레이커인 노스페이스 패딩이 등장해요. 모든 학생이 교복 위에 입는 제2의 교복으로 굳건히 자리 잡게 되었죠. 최소 20만원이 넘는, 당시에는 고가의 패딩이어서 학부모의 부담이 커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어요. 덕분에 노스페이스는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브랜드로 악명을 떨쳤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훨씬 고가의 유명 패션 메이커로 넘어갔고, 소위 명품 브랜드까지 중·고등학생들이 점령했어요. 샘도 이렇게 유명한 명품 브랜드들을 학교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될 줄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어요. 관련 기사 댓글에 차라리 노스페이스로 우는 소리할 때가 좋았다는 글을 보고 많이 웃었네요.     


청소년 명품 구매 현상은 이미 언론에도 많이 보도될 정도로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어가고 있어요.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절반 이상이 명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해요. 명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평소 브랜드에 관심이 많아서(27.4%), 친구는 갖고 있는데 소외되기 싫어서(13.1%), 유명인이 쓰는 것을 보니 예뻐서(13.1%)’ 순으로 조사되었다고 해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로는 ‘구찌’가 압도적인 비율로 뽑혔다고 해요. 하긴 샘도 구찌를 종류별로 가장 많이 본 것 같아요. 구찌 벨트, 티셔츠, 가방, 신발 등 구찌의 트렌디한 최신 제품들을 학교에서 거의 다 본 것 같아요. 주말에 백화점 1층 명품 매장 쪽을 지나가는데, 특히 구찌와 발렌시아가 매장에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줄을 서 수다를 떠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어요. 이미 업체에서 청소년들도 하나의 소비자층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해요. 명품을 구매하는 방법은 ‘부모님이 사 주신다(39.1%)’와 ‘내 용돈 모아 구매(25.7%)’가 가장 높았다고 해요. 샘의 현장조사 결과와도 일치해요. 부모님께 졸라 구매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알바를 통해 용돈을 모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자신은 등골 브레이커가 아니고 알바해서 산거라고 당당히 말하는 학생들이 많았죠. 심지어 명품을 구매하고 싶어서 알바를 하는 경우도 상당했어요.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 돈으로 부모님 학원비 보탤 생각은 안 하냐고 반문하면, 그냥 웃으며 무시하더라고요(ㅎㅎ). 그 무시에 명품 사는 열정의 반만 수업 시간에 보여 달라고 추가 멘트를 흘리면 또 웃으며 쿨하게 무시하죠(ㅎㅎ). 명품 구매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은 어떨까요? ‘경제적인 문제가 없다면 문제없다(34.1%)’, ‘내 이미지를 만들어준다(10.1%)’ 등 긍정적인 의견(44.2%)이 ‘과도한 소비를 조장한다(30.7%)’의 부정적인 의견보다 다소 높았어요. 별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면서도, 뭔가 과도하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는 것 같아요.      


사진 - Young샘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샘이 생각했을 때 일단 청소년기의 모방 심리가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아요. 청소년기는 또래 집단이 행동의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집단과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죠. 또래 집단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단체 유행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명품 소비로까지 소비가 과도해진 데에는 더 많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먼저 명품 소비와 과시가 자연스럽게 된 사회적 분위기도 무시  못하죠. 요즘 ‘플렉스(flex)’라는 단어의 유행도 대표적인 현상이죠. ‘플렉스’의 원래 사전적인 의미는 ‘(근육에) 힘을 주다’인데, ‘과시하다’, ‘(고가의 물건을) 지르다’의 뜻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어요. 힙합 문화에서 유래된 말로, 국내에서는 기리보이, 염따 등의 래퍼들이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 등의 말을 유행시키면서 번졌다고 해요. 쇼미더머니, 고딩래퍼 등 힙합 문화의 유행이 거센데, 유명 레퍼들이 힙합 정신의 일종으로 부를 자랑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줌으로써 아이들도 플렉스한 마인드가 커진 것 같아요. 샘도 도끼 같은 레퍼의 자랑질(?)을 보면 씁쓸하다가도 자수성가해 당당한 모습이 멋있기도 했어요. 둘째, 과거에 비해 명품 아이템에 노출되는 빈도가 급격히 많아진 것 같아요. 특히 SNS를 통해서 유명 아이돌, 래퍼들이 명품 옷을 입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연예인뿐만 아니라 소위 인스타그램 스타들의 사진을 보면 다양한 명품들을 과시하고 있죠. 심지어 소위 1타 학원 강사들도 명품 옷을 입는 걸 종종 보게 돼요.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를 입음으로써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어요. 사실 샘도 은연중에 이런 분위기에 젖었다고 느낀 경험이 있어요. 평소 명품에 별 관심이 없고 옷도 평범한 것만 입는데, 유럽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들른 옷 매장에서 켄조 옷이 반값인 것을 보게 되었어요. 프랑스 브랜드라 유럽에서는 켄조가 반값인 것을 알게 되었죠. 순간 눈이 뒤집어지면서 득템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1시간 넘게 옷을 이리저리 골랐어요. 그렇게 옷을 4개나 구입하고 뿌듯해했답니다. 그 후 유럽에서 싸게 살 수 있는 브랜드를 추가로 검색했고, 골든구스 신발도 저렴하다는 걸 알고, 오후 로마 고대 유물 관광 일정을 접고 골드구스 매장을 탐방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신발이 불편해 구매하진 않았지만, 제 안의 명품욕(?)을 확인하고 혼자 많이 웃었어요. 도심에서 차를 타고 2시간 거리에 있는 이탈리아 아울렛을 가면 유명 명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이러다 파산날 것 같아서 결국 가지 못했어요. 명품에 대한 욕망, 그리고 남에게 과시하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명품에 대한 사랑은 조금 과도해요. 특히 중국, 베트남 등 경제력이 많이 좋아진 아시아 국가에서 명품 소비가 더욱 두드러진다고 해요. 사실 청소년기의 명품 구매 현상은 청소년 집단이 가지는 자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청소년 문화에 거울처럼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해요.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른들의 사치품을 대하는 태도와 소비 행태가 아이들의 잠재의식에 그대로 스며든 것이라 할 수 있어요. 한국 자본주의의 현실과 내공이 그대로 아이들 문화에 투영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회에 비해 명품 소비가 압도적이라는 것은 왜곡된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된 사회라는 것을 암시할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합리적 자본주의라기보다 과시적 자본주의의 성격이 점점 강해지는 게 아닌가 생각돼요. 확실히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 거리를 걸으면 우리나라에 비해 명품을 쉽게 관찰할 수 없죠. 다들 멋지게 차려 입었지만 자세히 보면 소박한 느낌의 의상들이죠. 인문학 전통이 강해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이 높고, 자본주의의 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복지 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일수록 명품에 대한 선호가 덜 한 것 같아요. 이렇듯 청소년 명품 구매 현상은 그 층위가 더욱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사실 이 현상은 좀 더 근본적으로 사회 전체가 현재 자본주의의 현주소를 성찰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수정·보완해가는 과정을 거칠 때 자연스럽게 사라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사진 - Young샘


그래도 현재 청소년들의 과도한 명품 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샘은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명품 구매는 결국 ‘중독’이 됐을 때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누구나 살면서 명품을 구매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중독돼 여러 문제점을 낳을 때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샘은 여러분이 명품을 사는 것 자체에는 큰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있어요. 물론 구매 시기가 빨라져 경제적으로 걱정되기는 하지만, 누구나 명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고, 청소년기에 늘 있는 보편적인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혹시 이 세대가 청소년기부터 명품 구매 경험이 있어 명품 중독에 쉽게 빠지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이런 세대 비관론 또한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크게 볼 때 명품 아이템이 여러분의 새로운 패션 문화의 일부로 보이기 때문이에요. 샘이 느끼는 여러분 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패션 자체가 쉬운 것이 되었다는 것이에요. 스파 브랜드의 확대 등으로 인해 옷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저렴해졌고, 멋진 패션을 완성하는 게 쉬운 일이 되었죠. 덕분에 패션으로 자신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게 용이해졌고, 일종의 놀이처럼 개성 표현이 간단해졌어요. 크게 봤을 때 명품 아이템도 이러한 트렌드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즉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패션 아이템들 중 하나로 축소된 느낌이죠. 명품 아이템이 전체 패션을 지배하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여러 방법들 중 하나로 작아진 것 같아요. 어울리지 않으면 언제나 다른 저렴한 항목들로도 대체 가능하죠. 물론 명품 아이템이 주는 과시욕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어른들에 비해 명품을 대하는 과시적 시선이 완화된 것 같아요. 여러분 세대가 비록 일찍 명품 맛을 알긴 했지만, 비합리적인 소비 습관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어른들의 우려와 달리, 오히려 기존 세대보다 명품의 가치를 상대화시킬 줄 알아 더 합리적인 소비문화가 자리 잡을 것 같아요.       


그래도 명품에 ‘중독’된 사람들은 어느 사회나 존재하죠. 그래서 여러분들이 앞으로 중독만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샘이 생각하는 몇 가지 도움되는 방법들을 적어보려고 해요. 내가 돈 벌어 구매한다는데 웬 꼰대 같은 조언질인가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중독 예방주사를 맞는다는 기분으로 일단 읽어봤으면 해요. 여러분의 명품 소비가 문제로 느껴질 때쯤 샘 글이 생각났으면 해요.       


첫째, 혹시 자존감이 낮아진 게 아닌가 점검하기. 물론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모두 자존감이 낮다는 뜻은 아니겠지요. 자신의 소비 능력 범위에서 합리적인 결정에 의해 구매했다면 전혀 문제가 없죠. 그리고 명품을 소비하는 것은 다양한 생활 스타일 중 하나일 뿐이고 자신이 선택한 것에 불과한데, 심리적인 문제로 연결시키는 것 자체가 꼰대 발상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어요. 모두 맞는 말이에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성의 범위에 있고 자신의 신념으로 결정한 일이라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중독으로까지 확대되고 큰 심리적 공허함을 느꼈다면, 비싼 명품 가격만큼 작아진 내 자존감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사실 명품 소비는 자신의 낮아진 자존감을 손쉽게 올릴 수 있는 방법이에요. 자본주의 상위 계층만 살 수 있는 명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주관적 지위를 쉽게 상승시켜주죠. 이렇게 명품은 자존감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환상을 줘요. 하지만 내 안의 작아진 자존감을 그대로 방치된 경우가 많아요. 사실 자존감은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에요. 결국 진정한 자존감은 다양한 ‘내적’ 경험이 쌓일 때만 충족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의미 있는 일에서의 성취감, 다양한 영역에서 쌓은 자기 효능감, 인간관계에서의 만족감과 행복감 등을 많이 경험할수록 내 깊은 자존감이 더욱 단단해지죠. 명품은 확실히 그 자체로 시선을 끌어 나에게로 오는 주목을 분산시켜요. 혹시 여러분의 낮아진 자존감이 명품 마크 뒤에 숨어있는 건 아닐까요? 사실 샘이 상담을 하면서 경험적으로 많이 느끼는 점이기도 해요. 대체로 비싼 명품을 입은 학생일수록 다양한 심리적 고민들을 토로했죠. 성적이 오르지 않아 학습 무기력에 빠진 아이, 성적이 하락해 자존감에 상처를 받은 아이, 친구들과의 인간관계가 늘 어려운 아이, 가정 내의 경제적 문제로 힘들어하는 아이, 부모 불화로 정서적 불안감을 느끼는 아이 등 명품으로도 쉽게 가릴 수 없는 다양한 자존감 문제들이 발견되었어요. 한 번은 이혼으로 같이 동거하지 않은 부모님이 자주 명품을 사주신다고 자랑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이 명품을 구매해 큰 기쁨을 느끼고, 심리적 스트레스도 해소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샘도 가끔 그러니까요. 하지만 자꾸 여러분의 손가락이 명품 매장 사이트를 뒤적이고 있다면 관심을 여러분 안으로도 조금 돌렸으면 좋겠어요. 명품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내 기분을 끌어올릴 방법이 없는지를 찾아보면서요. 비록 명품처럼 큰 희열을 바로 줄 수는 없지만, 작지만 의미 있는 노력들을 꾸준히 시도해 조금씩 내면의 기쁨을 키워갔으면 해요. 진짜 희열은 결코 손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고 해요. 나중에 오는 보상일수록 그 희열감이 굉장해 내 내면을 더욱 환희 밝혀주고, 더 큰 미래를 상상하게 하죠. 공부와 인간관계 모든 측면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찾아 시도해 내 무너진 내면을 조금씩 재건했으면 해요.  


    

사진 - Young샘


둘째, 명품 자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기. 이것은 샘이 가끔 쓰는 ‘자본주의 빼기 놀이’를 활용하면 조금 더 수월해요. 샘은 이상하게 불만이 많아질 때 이 놀이를 마음속으로 실행해보는 데 효과가 좋아요. 예를 들어, 식당 알바생의 태도가 퉁명스러워 불만일 때,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일단 ‘소비자, 고객, 음식 가격’ 등 자본주의 시스템을 마음속으로 일단 제거해 봐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나에게 아무 이유 없이 음식을 제공하는 알바생과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음식을 주는 가게, 그리고 누군가가 만들어 준 음식만 남게 되죠. 자본주의 시스템은 내가 돈을 지불했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내 권리만 생각하게 되는데, 이 장막만 살짝 걷어내면 전혀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죠. 사람과 사람이 있고, 그 사이에 음식이 전달된다는 본질만 선명하게 보이죠. 자본주의 사회에 살다 보니 그 시스템이 공기처럼 당연해져, 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의 다른 측면을 놓치게 되죠. 관점의 틀을 잠시 바꾸는 것만으로도 불만이 사라지고 감사의 마음이 가득하게 돼요. 자본주의 시스템에 나도 모르게 중독돼 사람이 잘 안 보일 때 샘이 쓰는 마법 중 하나예요. 세상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른 측면이 샘에게 새롭게 다가오죠.   

   

명품에서도 자본주의 시스템을 한 번 제거해볼까요? 천천히 살펴보면 옷 자체와 상표로 구성된 것을 알 수 있어요. 물질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죠. 그리고 명품이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사실 상표 때문이죠. 혹은 그 명품만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이나 상징들이죠. 모두 정신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나는 물건을 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상표라는 귀신같은 상징을 산 것일 수도 있어요. 쉽지 않겠지만 이 마크를 한 번 제거해 보세요. 예를 들어 구찌 마크가 달린 흰 티셔츠였다면, 단지 흰 티에 청바지를 입은 나만 남게 되죠. 사실 마크가 없다면 다른 흰 티셔츠와 별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어요. 결국 흰 티와 청바지가 나와 잘 어울리며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인가에 좀 더 집중하게 되고, 점점 ‘옷과 나와의 관계’만 남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이 관계가 사실 패션에서 더욱 중요한 가치이겠죠. 상표가 제거되면서 이 옷이 정말 내가 원하는 패션인가를 돌아볼 힘이 생기게 돼요. 그동안 패션에서 상표에 지나치게 의지한 것은 아닌가, 혹시 나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은 없는지 고민할 수 있게 돼요. 이런 상상을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 즉 상표에 매몰된 마음이 서서히 풀리고, 자기감정과 개성 표현이라는 패션의 본질을 사유할 공간이 열리게 돼요. 사실 패션의 바다는 매우 넓고 다양하죠. 다양성과 가능성을 끌어 앉아 명품 아이템이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될 때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옷을 많이 구매하라는 뜻은 아니에요(ㅎㅎ). 명품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욕망들을 깊게 생각할 때, 비로소 ‘옷과 나와의 관계’라는 좀 더 본질적인 측면으로 관점을 돌릴 수가 있어요.      


셋째, 명품 구매로 포기해야 하는 것들 생각해보기. 마지막으로 명품 구매로 포기해야 하는 목록들을 한 번 돌아보는 게 필요해요. 물질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모두 포함돼요. 사실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르기 마련이죠. 명품 소비는 큰 기회비용이 따르는 선택이니만큼 포기하는 것들도 많다는 게 느껴질 거예요.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내가 가치 있게 느끼는 게 무엇인지 경중을 따져볼 기회가 생겨요. 동시에 명품 소비가 나에게 주는 의미와 감정들도 다시 살펴보게 되죠. 사실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고 그렇게 우선순위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수 있어요. 결국 명품에 집착하는 마음은 자신이 진정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가치 있게 여기는 일을 찾아 집중할 때 명품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게 오히려 사치로 느껴질 것이에요.     


이상의 샘만의 방법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사실 학창 시절 열심히 노력하고 고민하는 여러분 들이 ‘명품’ 그 자체라는 것을 왜 샘만 알아야 할까요? 샘 눈에는 여러분들이 그 어떤 명품보다 더 찬란하게 빛납니다. 남이 그렇다는 명품을 쉽게 받아들이기보다, 여러분만이 가질 수 있는 명품 인생을 조금씩 가꿔나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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