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이야기 2권 - 시오노 나나미 (살림) ●●●●●●○○○○
스스로 위험 부담을 떠안지 않는 존재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기는
스파르타만의 이 제도는 조금씩 결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그리스인 이야기 2권에서는 두 차례의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아테네를 필두로 그리스에 찾아온 짧은 전성기와, 폴리스 간의 대립으로 짧은 전성기가 끝나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인해 그리스 폴리스들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다룬다. 아테네는 페리클레스 같은 비범한 지도자와 알키비아데스 같은 명장을 데리고도 결국 특유의 우중정치를 극복하지 못한 채 스스로 자멸하고, 스파르타는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지고도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그 성과를 이어나갈 수 없었기에 전쟁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패권국가로는 도약할 수 없었다.
. 결국 아테네와 스파르타 모두 치명적인 결함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27년에 걸쳐 지리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마지막에 폐쇄성을 버리고 아웃사이더를 등용해서 그 결함을 잠시나마 메꿀 수 있었던 스파르타에 비해, 결정적인 시기마다 선동정치가들이 득세하면서 마지막까지 전력을 스스로 깎아낸 아테네가 아이고스포타모이 해전에서 스파르타에게 괴멸당하며 스파르타의 승리로 전쟁은 끝난다. 하지만 스파르타 역시도 다시 폐쇄적인 체제로 돌아가면서 결국 누구 하나 패권을 잡지 못한 채 양 쪽에 상처만 남게 되고, 그리스의 패권은 그 동안 세력을 키운 테베나 마케도니아 같은 국가들에게 허무하게 넘어가고 만다.
둘의 차이는 명확했다. 실제로 군대를 통솔하는 '스트라테고스'는 스스로 위험부담을 안아야 하지만, 제어하는 일만 하는 '에포로스'는 스스로 위험부담을 안을 이유가 없었다. '헌법의 수호자'라는 것만으로는 벌 받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위험부담을 떠안지 않는 존재에게 나라의 운영을 맡기는 스파르타만의 이 제도는 조금씩 결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p. 167. 각 나라의 신중파
. 시오노 나나미는 이런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몰락에 대해 스파르타는 체제의 폐쇄성을 극복하지 못했고 아테네는 아테네 민중이 우중정치에 열광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책을 읽다보면 스파르타의 폐쇄성에는 어느정도 동감이 가지만 아테네의 우중정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기보단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시오노 나나미가 극찬하는 페리클레스의 30년간의 능수능란한 독재야말로, 아테네에 우중정치를 불러온 원인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자기들끼리 실컷 싸우고 있으면 어느 순간 데우스 엑스 '페리클레스'가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페리클레스 시대의 30년이었기에, 그에 익숙해져 있다가 갑자기 페리클레스가 사라져 버린 아테네에 남은 건 해결은 뒤로 한 채 관성대로 싸우는 것이 아니었을지.
. 도편추방까지 불사하면서 치열하게 정쟁을 벌이다가도 전쟁의 순간 서로 협력해서 승리를 이끌어내던 아테네의 이전 세기와 비교해보면, 페리클레스의 죽음으로 사실상의 1인 독재가 끝나자마자 어중이떠중이들의 모임으로 전락한 아테네 정치인들의 모습은 과연 그걸 우중정치를 비판하는 것으로 끝내고 말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 시절에 우중 정치가 있었지. 아테네는 그래서 망했어. 쯧쯧'하고 끝낼 게 아니라, 왜 하필 그 시절 그 곳에 우중정치가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는 게 역사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