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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Dec 13. 2023

가성비 좋은 어느 말 한마디

사계절의 기도 / 이해인



위로를 못한다.

위로의 말들은 그저 내 몫의 배려일 뿐이었다. 내가 베푼 배려의 말로 상대방의 고통에서 한걸음 물러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무책임했다.


진정 힘든 이에게 위로는 그의 가슴을 관통하지 못한다.

우리의 소소한 일상의 고단함은 공감으로 토닥토닥이 된다. 하지만 가늠할 수 없이 힘든 시기를 건너는 이에게는 그 어떤 말도 건넬 수 없다. 위로할 줄 모르는 이와 위로받고 싶은 이 사이엔 무거운 한숨만이 깔린다.


결혼 전에는 그 고통 속에 기꺼이 들어가 그의 눈물이 되었다.

결혼 후 타인의 고통은 내 집 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지켜야 할 것이 생겼다는 건 외면해야 하는 무언가가 생긴다는 것이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의 고민은 타인의 문턱을 넘질 못한다. 무거운 마음을 털어놓자니 통화 넘어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린다. 분주한 상대의 일상에 무슨 말을 들이려 한 것인가? 다시는 고민으로 전화하지 않으리_


우리는 그렇게 말을 잃어갔다.

고민의 말도, 위로의 말도 서로 닿기가 어렵다. 모두가 외롭고 고독한 시간_


그 시간을 어떻게 건너야 하나. 들어줄 사람을 찾아 헤매기보단 나를 똑 닮은 나를 마주 봐야 한다.



© elisamoldovan, 출처 Unsplash



수녀님이 말하듯 실연당한 우리의 말이 언젠가 다시 부활하여 서로를 찾아들어가 마음에 안착되기까지_


나를 위로하기 위해 최적화된 사람은 나다.


가성비 이다.

내돈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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