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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Dec 15. 2023

허리 꺾인 담배 한 대_

담배 한 대 길이의 시간을  재본적이 없다.





담배 한 대를 쥐고서 건너야 했던 폭우는 기억한다.

건빵바지를 입었던 스무 살 초반
내 오른쪽 건빵 주머니엔 담배 한 대가 들어있었다.

술이라도 한 잔 하는 날이면
술자리 사이 자리를 비운 그네 곁으로 가
아껴둔 한 대를 건네기도 했다.
어느 날은 미리 물고 있는 그네 곁에서

불붙지 않은 한 대를 따라 물었다.

담배 한 대가 타들어가는 시간 동안
자유롭던 그네의 연기가
다행이었던 날들이었다.

비 오던 어느 날
그네 곁이 아닌 나를 위해 울고 싶던
담배 한 대
더 이상의 질식을 막아서려
폭우가 내린 것일까?


추워서인지 두려워서인지 모를
떨리는 손으로
오른쪽 건빵 주머니를 열어 꺼낸
담배 한 대는
허리가 꺾여있었다.

부스러진 가루를 따라
흘러내린 그 밤 이후

담배 한 대는




내게 그 무엇이 되지 않았다.

그날이 있기에 나는
추운데도 기어이 한 모금 태우려는
그들에게 눈총을 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을 향해
건강에 해로우니 염려만 태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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