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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Dec 20. 2023

사람 참 좋아 보인다

인생수업 / 류시화


'사람 참 좋아 보인다~'

'착하시네요~'

'따듯해 보여요~'

'참 상냥하네요~'

'애들한테 화 안 낼 것 같아요~'


내가 자주 듣는 말이다.  

그 말들이 싫었다.

본연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를 시험에 들게 했다.

평상시는 그럭저럭 '좋은 사람'이었으나, 어느 순간 다른 면모에 어김없이 한 마디가 들려왔다.


'나랑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네~'


나는 미운 말 한마디 한 것 없이 '가식적인 사람'이 되어있곤 했다. 그 기분이 싫었던 나는 가끔 새로 누군가를 만날 때 의식적으로 친절하지 않으려 애썼다.


 '안 그래 보이는데 친절하시네요~'

이 말을 듣기 위해서였다.


누구나 나쁘고 선하다.

너와 나 다를 것 없는 존재.









책필사노트 / 인생수업 / 필사모임책





모든 인간에게는 부정적인 모습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을 부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자신에게 부정적인 면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단 인정하고 나면 
노력으로 그것을 내 보낼 수 있습니다.

<인생수업 26p>









나쁜 마음을 품었다.



대학시절 재활 병원 실습 기간이었다.

실습생인 나는 어두운 나의 내면을 가릴 화려한 미소를 띠며 지냈다. 그곳에 계신 선생님을 비롯한 환자분들에게 친절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다 한쪽 몸이 불편한 환자분을 만났다. 내 미소는 어김없이 열일했다.

그리고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고백을 받았다.


고백을 받은 후 내 미소는 일을 멈췄다. 조심스러운 거절을 했다.


하지만

나는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겠다. 몸이 불편한 그분에게 나는 그저 친절을 베푸는 존재이고만 싶었다. 모든 것을 이해할 것 같은 선량한 미소 안에 이중적인 생각이 덧대어진 그날을 떠올리면 눈을 내리깔게 된다.










내 삶에서 사람들의 진정하지 
못한 모습을 가려내기가 
힘들 때도 있었지만,
어떤 때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나를
강연 장소까지 태워다 주고
강단까지 휠체어를 밀어줌으로써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내가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 상황에서 나는 나 자신이 
그저 그들의 자기만족을 위해
이용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들이 좋은 사람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면,
내가 집에 안전하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도 신경 쓸 것입니다.

<인생수업 25p>



책필사하기 인생수업 노트 
© adamtepl, 출처 Pixabay








나는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한다.

완전하지 않은 나를 일깨워 조금 더 나아지고 싶은 사람이다.

때때로가 아니라 수시로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이 감동받고 감탄한다.

어느 한 문장으로 나를 정의하기 어렵다.


다만

어떻게 비치고 싶은 사람인가?  따라 그 색이 변화된다.


나는 내게 비치길 바란다.

나에게, 

내 아이들에게, 

내 남편에게

오늘 더 나은 모습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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