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의 다른 말
"엄마! 나는 엄마가 호구로 보이는 게 싫어"
'아이 친구들을 만나면 간식을 사주고
반갑게 맞아주는 게 왜 싫은 걸까?'
친구들이 엄마를 호구로
생각할까 봐 걱정된 딸이다.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하는 '호구'
엄마를 아끼는 딸 마음을
가만히 생각해 보곤 말했다.
"엄마는 호구야.
너희가 말하는 호구는 다른 말로는 '친절'이기도 해.
그래서 그 호구로 보이는 사람에겐 잘해줘야 해."
"엄마! 그런데 나는 강한 사람이 좋아..."
아이의 말이 탐탁지 않지만
한편으론 세상을 저리 두려워하는구나 싶었다.
"엄마는.. 엄마가 호구라서 좋아!
호구가 많아져서 호구가 호구가 아닌 게 되면 좋겠다 "
자녀에게 말하는 부모의 모든 말은 헛되다.
아주 먼 별처럼 희미하게 빛난다.
한때 아이의 우주였던 부모가 말하는 이상적인 이야기는
그저 스쳐가는 소리로 듣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생각나는 말로 살아남는다.
나는 어김없이 '호구적 사고'를 응원한다.
우리 모두는 친절을 좋아하고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고 싶다.
약해 보이면 약자가 될까 봐
자신을 지키느라 머리에 투구를 얹은 것뿐이다.
'친절의 다른 말은 호구'
호의적인 구원자
(쉽게 쓰는 언어는 사고를 쉽게 만들어 가볍게 사람을 규정짓곤 한다. 호구 전에는 관종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