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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시인

by baraem



아이가 걸어옵니다.


방수되는 모자를 둘러쓰고 종종 걸어옵니다.


아이의 모자로 물방울이 맺혀있습니다.


"엄마! 눈이 내렸다면 모자 안 쓰고 천천히 걸을 수 있었는데..."


눈이 내리다 비로 바뀌어버린 날씨에

낭만적인 걸음이 처량한 걸음으로 바껴버린 모양입니다.


같은 고난이라도

눈처럼 내린다면 그 길이 낭만이오

비처럼 내린다면 그 길이 진흙이니

하늘에서 내린 물의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마음에

방수처리를 하기 바쁩니다.


비 내리는 날보다 더 추워져 얼어버린 결정체인 눈은

더 큰 추위를 껴안고도 낭만이 될 줄 아는

겨울 시인이 분명합니다.


비를 닮은 고난보다

눈을 닮은 고난처럼

겨울을 맞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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