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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송장

<구토>를 읽다가_

by baraem

아마,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 몸을 얻을 수는 있으나 마음만은 쉬 얻을 수 없으리다.


육체와 정신의 분리.

정신이 육체를 포기하고 저 홀로 도망가는 짓을 언젠가 저지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말이다.


육체의 부질없음에 대한 무기력한 생각은 아프고 나서야 실감한다.

미친 소리였구나.

니가 덜 아팠구나.

그리고 참기 어려운(머리가 깨질듯한) 통증 앞에서는 통증을 관장하는 신경을 포기하고 싶어 진다.

그러니 내 몸을 얻었다 하여 마음 역시 쉬 얻을 수 없을 거라는 말은 하늘에 올려 쏜 화살 같다.

무력한 자의 몸뚱이에 주변을 의식한 책임감이 쌓여간다.

후회하지 않으려는 희생이 빚처럼 늘어난다.


생각과 마음이 멈춘 육체에 남은 나는 나일 것인가.

아마도 나는 인정 못할 성싶다.

나는 이미 이 고통받는 육체에서 내뺐으니 한 치의 동정심도 없이 무력한 육신을 쉬게 해 주시오.


사랑하던 순간을 안고 가고 싶소.

살아있는 채 죽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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