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를 만났던 곳에서 다급하게 찍힌 사진이 날아왔다. 사진을 보지 않자 이번에는 전화가 왔다.
산책을 나갔던(이번에는 걸어서) 동생에게서 걸려온 것이었다.
"사진! 빨리 사진 봐!"
다급한 목소리에 뭔 일인가 싶어서 사진을 확인한 순간, 알게 되었다. 그곳은 신성한 곳이다.
이번에는 자라였다.
약 30센티정도 되는 크기의 자라였다. 크기 비교 좀 하게 신발이랑 찍어보라고 했더니 물릴 것 같다면서 자라한테 물리면 손가락도 잘린다면서 절대 못한다고 했다. 하긴 자라는 알게 모르게 토끼보다도 빠른 존재이고 생각보다 민첩한 동물이니까. 그럼 그럼, 어쩔 수 없지...
동생은 자라를 자리에 두고 다른 곳에서 10분 정도 통화를 했다. 당연히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던 자라는 온데간데 사라져 있었다. 역시 빠른 녀석이었다. 하마터면 누나 때문에 손가락을 잃을 뻔했다며 투덜거렸다. 거대 잉어와 거대 자라가 있는 곳이라니 진짜 대단한 곳이다.
그리고 찾아보니 자라는 알을 낳을 때를 빼고는 거의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되어 있었다. 자라의 산란기는 5월에서 7월, 그리고 지금은 6월. 물가의 흙에 구멍을 파고 산란한다는 자라였다. 어쩌면 이 자라는 용왕님의 둘째 딸, 알 낳으러 잠깐 밖에 나오신 모양이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밖에 나온 자연 자라는 정말 희귀한 광경이었던 것이다.
이 곳은 취수장 근처이기도 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기도 하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와 관련된 논란이 끊임없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역할을 다 했다며 개발을 위해 해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잘 보호된 덕분에 진짜 이따시만한 잉어도 살고 있고, 자라도 나오는 곳이 되었다. 물고기를 먹기 위해 커다란 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는 곳이기도 하고, 가끔 수달이 발견되기도 한다. 사람의 간섭이 적으니 이런저런 동물들이 이렇게 저렇게 모여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의 물이 상수의 역할은 하지 않더라도 보호하기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