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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아간다

by 이해하나

아이들이 방학이다.
어느새 이렇게 컸나 싶다.
집 안에는 아이들 목소리가 활기차고,
식탁에 둘러앉는 시간이 늘었다.


방학이 되면 식비가 늘어난다.
그건 당연한 일이지만,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내는 장을 보기 위해 메모지에 살 것을 적는다.
무엇을 아끼고,
어떤 것을 꼭 사야 할지를 고민한다.


나는 안다.
아내가 얼마나 애쓰는지.
빠듯한 생활비 안에서 아이들과 잘 지내기 위해
하루하루를 계획하고 조율하는 모습을
나는 옆에서 지켜본다.


늘 미안하다.
내가 다 감당하지 못하는 몫을
묵묵히 채워주는 사람이 아내다.
그 사실이 고맙고, 또 미안하다.


아이들은 웃고 떠들고,
아내는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본다.
이렇게,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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