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학(Nutrition)과 입력값

뇌를 위한 클린푸드

by 박보라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You are what you eat.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피트니스 업계의 유서 깊은 명언이다. 아무리 무게를 열심히 들어도, 식단이 엉망이면 근육은 없다. 햄버거와 라면만 먹으며 보디빌더가 되겠다는 건, 물을 붓지 않고 시멘트만 바르는 것과 같다. 몸은 정직하다. 좋은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들어가야 세포가 재생되고, 더 크고 단단한 근섬유가 합성된다.


이 원리는 소름 돋을 만큼 정확하게 뇌에도 적용된다. 당신이 평소에 읽고, 보고, 듣는 것들. 즉, 당신의 뇌로 들어오는 입력값이 곧 당신의 지적 수준을 결정한다.

오늘 하루 당신은 뇌에게 무엇을 먹였는가? 혹시 자극적인 연예 기사, 혐오를 부추기는 댓글, 1분도 안 되는 킬링타임용 영상들로 뇌를 채우지는 않았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뇌는 지금 심각한 영양실조, 혹은 영양 불균형 상태다. 겉으로는 많은 정보를 아는 것 같지만(지적 비만), 정작 스스로 생각할 힘은 없는 근감소증 상태인 것이다.


[도파민이라는 당분(Sugar)]


현대 사회는 정보의 홍수가 아니라 지적 당분의 홍수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이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는 대부분 숏폼(Short-form)이다. 짧고, 빠르고, 강렬하다. 이것들은 뇌과학적으로 볼 때 설탕과 완벽하게 똑같다.


설탕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고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금방 꺼지고 더 강한 단맛을 찾게 된다. 숏폼도 마찬가지다. 보는 즉시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해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기분이 짜릿하다. 하지만 영상이 끝나는 순간 허무해지고,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다음 영상을 넘긴다. 이 과정에서 뇌의 전두엽(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부위)은 활동을 멈춘다. 오직 감각적 자극만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상태가 된다.


이건 마치 생각의 당뇨병과 같다. 당분이 과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듯, 자극적인 정보가 과하면 뇌는 긴 글을 읽거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잃는다. “3줄 이상 글을 못 읽겠어요” 이건 웃을 일이 아니다. 당신의 뇌가 문해력이라는 소화 효소를 분비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근육이 다 녹아버린 환자처럼, 당신의 뇌는 지금 연두부처럼 물렁해지고 있다.


[뇌를 위한 질 좋은 단백질]


근육을 만들려면 닭가슴살 같은 질 좋은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 하지만 닭가슴살은 맛이 없다. 퍽퍽하다. 씹기도 힘들고 소화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바로 그 힘듦 때문에 근육이 된다. 소화 과정에서 신진대사가 올라가고, 몸의 구성 성분이 단단해진다.


학습에 있어서 클린 푸드는 무엇일까? 바로 고전, 인문학, 전공 서적, 논문 같은 텍스트다. 숏폼과 정반대. 재미없다. 문장은 길고, 단어는 난해하며, 논리는 복잡하다. 한 페이지를 읽는 데 10분이 걸리기도 한다. 마치 퍽퍽한 닭가슴살을 씹는 것처럼, 뇌가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뇌가 턱턱 막히는 그 순간이, 바로 뇌세포가 성장하는 순간이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과 씨름할 때, 앞뒤 문맥을 파악하려고 뇌를 풀가동할 때,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 그때 뇌에서는 새로운 시냅스가 연결되고, 사고의 근육이 두꺼워진다.


쉽게 읽히는 글은 이미 아는 내용이거나, 영양가가 없는 글일 확률이 높다. 어렵게 읽히는 글만이 나를 성장시킨다. 그러니 책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된다고 좌절하지 마라. “아, 지금 내 뇌가 아주 질 좋은 단백질을 씹고 있구나. 소화만 시키면 이건 내 지적 근육이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꼭꼭 씹어 삼켜라.


[입력값이 좋아야 출력값이 좋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는 GIGO(Garbage In, Garbage Out)라는 원칙이 있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뜻. 인간 지성도 똑같다. 매일 가십거리만 읽는 사람의 입에서 심오한 철학이나 통찰이 나올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그의 입에서는 결국 그가 읽은 가십이 재생산될 뿐이다.


반면, 인류의 위대한 지성들이 남긴 고전을 읽고, 깊이 있는 사색을 하는 사람을 보라. 그의 말에는 무게가 있다. 어떤 문제가 닥쳐도 얄팍한 요령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는 해법을 제시한다. 그의 뇌에는 양질의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습의 중량을 견디기로 마음먹은 당신. 이제 당신의 뇌를 엘리트 선수처럼 관리해 보자.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말고. 공짜라고 다 클릭하지 마라. 내 목표에 도움이 되는 정보, 내 영혼을 살찌우는 텍스트만 엄선해서 뇌에 입력하라.


식단을 조절하는 보디빌더가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는 유난스러움을 보이듯, 당신도 정보에 있어서는 유난을 떨어야 한다. 남들이 스마트폰을 볼 때 책을 펴고, 남들이 예능을 이야기할 때 철학을 이야기하라. 그렇게 쌓인 정제된 입력값들이, 언젠가 당신의 인생을 가장 우아하고 지적인 형태로 출력해 줄 것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다. 반대도 진리다. 건강한 텍스트가 강인한 정신을 만든다. 숏폼을 끄고, 퍽퍽한 텍스트를 씹으러 가자. 그것이 당신의 뇌를 벌크업(Bulk up) 시키는 유일한 식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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