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감력을 못 배운 마마보이

by 이타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매우 요긴힐 능력 중 하나가 둔감력이다. 툭하면 발발거리고, 욱하고, 모멸감에 치를 떨고 하는 걸 막아주는 능력이다. 사실 막아준다기보단, 둔감하게 반응하게 하는 능력이다. `이까짓 것 그냥 참지 뭐` 혹은 `뭐가 물었나?` 혹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


이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이냐 하면, 결정의 순간에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손해를 보는 듯해도, 종국에는 달콤한 결실의 열매를 따 먹게 해주기도 한다. 가장 위대한 능력은 스스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게 하는 힘이다. 좀더 지혜롭게 살아갈수 있게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마는 보이에게 둔감력을 차근차근 가르쳐줘야 한다. 보이가 자지러지면서 싫다고 해도, 싫어도 해야 할 건 해야 한다는 걸 알게 해줘야 한다. 보이의 엉덩이가 들썩들썩거려도, 엉덩이를 땅에 붙여 숙제를 마무리하게 해야 한다. 보이가 아무리 가지고 싶은 게 있다 해도, 대가가 없으면 그것을 가질 수 없다는 알게 해줘야 한다. 가질 수 없는 건,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게 해줘야 한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버텨나가야 하려면,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한치의 손해도 보지 않고, 먹을 건 바로 챙겨 먹게 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상황을 빠르게 판단해 욱하면서 달려들고, 상황을 빠르게 판단해 모멸감에 다 때려치우고, 상황을 빠르게 판단해 눈앞에 보이는 걸 일단 먹어치우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인생 종치기 십상이다.


마마는 어릴 적부터 보이를 일일이 챙겨줬다. 공부에만 집중하게 했다. 지혜로운 삶을 안내해줄 둔감력을 키울 기회는 적었다. 특히 인간관계에서의 둔감력,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의 둔감력을 배우긴 어려웠다.


그나마 다행일까. 알 수 없는 이유로 매를 드는 선생에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접했을 때의 둔감력을 배웠다. 군생활에선 별 시답지 않은 일에 욱하는 선임에게 버텨내는 둔감력을 배웠다. 학생을 종으로 하는 교수에게 납득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둔감력을 배웠다. 마마보이라면 치를 떠는 집사람에게 하루하루 버티면서 돈을 벌어오는, 아빠로서 필요한 둔감력을 배웠다.


그럼에도 어릴적 배우지 못한 둔감력은 종종 삶의 방향을 좋지 않은 쪽으로 이끌었다. 종종 상황을 참지 못하게 하고, 종종 다 때려치우게 하고, 종종 최악의 수를 두게 한다. 가장 안 좋은 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위해 쓸데없는 둔감력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둔감할 필요가 없을 땐 둔감하면 안되는 데 말이다.


쓸데없이 고집을 부리고, 다른 건 보지 않는 이런 쓸모없는 둔감력은 참으로 답이 없었다. 운이 좋다고나 할까. 그런 쓸모없는 둔감력을 가진 부모로 인해, 삶이 왜곡되어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의 삶이 너무 충격이었는지라, 쓸모없이 부린 둔감력을 버렸다. 좀 더 집중하고, 좀 더 살피고, 좀 더 예민하게 대처했다. 이때, 둔감력도 상황에 맞추어 부려야 하는구나, 이것도 배움이 필요하구나. 를 알게 되었다. 50을 바라볼때의 깨달음였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똑똑하고, 명석하고, 장래가 촉망될 것 같은 지인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광경을 본다. 직장을 20번도 더 넘게 바뀌고, 종국에는 연락이 두절된 지인이 있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아가고, 그러면서 마마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보이들도 점차 눈에들어온다.


이들은 평소 말할 땐, 정말 멀쩡했다. 공통점은 참지를 못한다는 것이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참지 못해 한번 뒤로 물러나고, 두 번 생각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이 둔감력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으신 독자분이 있다면, 우에니시 아키라의 `둔감력 수업`이라는 책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필자가 생각하는 둔감력과는 다소 다른부분이 있지만 도움이 되실거라고 본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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