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나다라봉 Oct 02. 2024

일찍 퇴근한 어미새가 먹이를 잘 잡을까?

아이랑 오랜 시간 보내도 양질의 시간을 보장하진 않더라

아이가 유치원 등원한 지 반년 차, 하루 5시간 근무로 바꾸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늘렸다. 퇴근길에 잠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아이와 함께할 저녁시간도 확보했다.


하지만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일찍 퇴근하고 아이를 마주하는데, 이 시간을 또 어떻게 보내야 하나 싶은 거다. 물론 하원하고 씻고 같이 밥 먹는 일상만으로도 소중한데 자꾸만 내가 '일을 하지 않는' 그 시간의 기회비용이 떠오른다. 더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할 것만 같다. 아이에게도 더 유익한 있는 시간을 만들어줘야만 할 것 같다.


풀타임 근무, 피곤함이 가득한 시절 만들어져 있던 그 습관들이 고스란히 묻어 나오는 것도 괜스레 짜증이 났다. 이를 테면, 퇴근하고 쇼파와 한몸이 되어 TV를 켜는 모습이라든지 침대에 누워 할 일 없이 핸드폰을 보고 있다든지. 나뿐만 아니라 아이 아빠, 아이도 당연한 듯 그러고 있으니 '아니 이렇게 소중한 시간이 주어졌는데 지금 뭐 하는 거람' 생각이 절로 든다. 평일 저녁시간의 문화를 바꿀만한 행동이 필요해 보였다. 거실 책육아는 바라지도 않는데, 그저 뭐랄까 멍하니 있는 시간이 아까웠다. 무언가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런 답답한 마음도 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내 뿌리 깊은 관점이 어디에 있는보면, 하루 24시간을 풀로 돌려 알차게 보내는 사람의 기준이다. '내가 일하는 시간까지 뺐는데!!'라는 마음으로 접근하니 그 기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관점의 프레임을 바꿔보자. 자꾸만 일상이 아닌 새로운 일로 꽉꽉 채우려는 것은 그저 내 욕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찍 퇴근한 어미새가 아기새를 만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어보자.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할 수도 있고, 아이와 대화하며 하고 싶은 것을 바로 할 수도 있는 거다. 아이도 부모도 하루종일 사회생활하며 에너지를 쏟고 드디어 만났는데 집에서 또 뭘 하자는 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쉬면 좀 어떤가? 좀 누워있으면 어떤가? 가 그저 답답해하며 찡그리고 있을 시간에 한번 더 아이 얼굴을 보고 미소 짓는 연습이 더 필요함을 인지했다.


또 아이는 일정한 자유놀이 시간이 필요한데,  부모를 만나기 전까지 계속 기관의 규칙과 시간을 따르고 있던 아이라는 것을 더 이해해 주어야겠다. 더군다나 맞벌이엄마, 아빠를 둔 우리 아이는 더 오랜 시간 기관에 머무르고 있으니 말이다. 매일 유치원 끝나면 태권도 그리고 주 이틀은 피아노까지.  또 다른 양육자가 1대 1 케어하는 시간이 적으므로 부모를 만나는 시간이라도 주체적으로 자유놀이를 허용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절로든다.


엄마의 단축근무가 오롯이 아이와의 교감으로 이루어지길, 그래야 더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금액, 시간으로 환산하지 말자. 자꾸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다. 잊지 않기 위해서 오늘의 다짐도 글로 남겨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