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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철 May 26. 2024

사랑-공백 시기의 의미

인생에 의미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여기서 의미는 내가 태어난 의미 같은 게 아니다. 정확히는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어떻게 살다가 가야 행복하게 살다 있는지이다. 특히 요즘 느끼는 감정 다루기 힘든 감정은 외로움과 고립감이다. 아마 이별을 한지 얼마 안 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이별한 후 여유시간이 많아졌다. 먹고 싶었던 맛있는 음식도 찾아가서 먹고, 옷을 사 입고, 좋은 영화와 전시를 보고, 새로운 취미도 배우고 있다. 나를 위한 이런 시간들이 분명 좋을 때도 많다. 하지만 기쁨이 뭔가 부족하단 생각이 들고 또 종종 이게 무슨 소용인가, 부질없다는 생각도 든다. 나를 위해 혼자서 보내는 이런 시간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보다 기쁨의 밀도가 확연히 낮다.


그러면 사랑-공백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될 것인가? 아직 사랑의 폭이 낮아 여자친구 외에 사랑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나에게는 사랑이 종종 없을 수 있다. 그 사랑-공백의 시간, 공허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될까 고민이 됐다. 지나간 사랑을 단지 그리워하면서 있어야 될지, 새로운 사랑이 올 때까지 무기력하게 있어야 되는지, 나를 위해 보내는 시간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고민됐다.



지금까지 정리된 생각은 사랑하기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사랑-공백의 시간에서 내가 하는 일들의 의미가 나를 위한 시간에서 끝나면 기쁨이 적다. 오히려 공허하다. 이 시간들의 의미는 결국 더 잘 사랑하기 위해,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가지는 준비기간이 아닐까 싶다. 사랑은 역량을 가진 사람만이 더 잘 할 수 있다. 역량이 부족한 내가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기쁨은 한정적이다. 오히려 슬픔을 줄 가능성이 높다. 체력이 없으면 금방 피로해져서 신경질적으로 변할 수 있지만 체력이 좋으면 그녀가 원할 때 더 오래, 더 자주 데이트를 할 수 있다. 최소한 무거운 짐이라도 하나 더 들어줄 수 있고 피곤한 그녀를 한 번이라도 더 집에 데려다줄 수 있다.


예전에 사랑-공백의 시기에 쌓은 역량이 거의 없었다. 인생을 별 고민 없이 흘러가는 대로, 정확히 말하면 돈을 벌고 모으기 위해서만 고민하고 살았다. 돈을 생각하며 매번 비슷한 음식만 먹었고, 여행도 별로 안 가봤고, 좋은 영화나 책, 전시 이런 것도 잘 몰랐다. 지성, 삶의 지혜는 형편없었고 안다고 할 수 있는 건 미천한 경제지식 정도였다. 이런 역량-없음의 상태로 사랑을 맞이했고 나는 제대로 사랑을 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사랑을 줄 수 없었다. 줄 것도 없었고 나만을 더 사랑했다. 더 최악인 건 그게 그냥 사랑인 줄 알았다. 이렇게 역량을 쌓지 않은 나는 사랑이 찾아왔을 때 제대로 사랑할 수 없었고 뒤늦게 긴 시간을 가슴 깊이 후회했다.


이제 알겠다. 사랑-공백의 시기에서 내가 해야 되는 건 잘 사랑하기 위해서 나를 갈고 닦아놓는 것이다. 잘 사랑하기 위해서 역량을 쌓아놓는 것이다. 좋은 책, 좋은 영화를 보고 나중에 그녀가 삶의 고민이 있을 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고, 기쁨이 필요할 땐 보여주고 싶다. 좋은 체력을 길러놔서 그녀가 힘들 때 조금이라도 더 힘이 되고 싶다. 철학 선생님이 나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준 것처럼, 나 또한 내 세계를 넓혀놔서 그녀의 세계가 좁았을 때 좀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정돈되지 않고 혼란스러웠던 내 머리와 삶을 잘 정리해놓고, 그녀에게 같은 슬픔과 혼란이 왔을 때 도움을 주고 싶다. 그렇게 잘 정리된 역량을 통해 그녀에게 슬픔을 주는 존재가 아닌 행복과 기쁨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사랑-공백의 시간을 잘 갈고 닦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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