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안개의 서재_6
하나님
어쩌자고 이런 것도
만드셨지요
야음을 타고
살살 파괴하고
잽싸게 약탈하고
병패를 마구 살포하고 다니다가
이제는 기막힌 번식으로
백주에까지 설치고 다니는
웬 쥐가
이리 많습니까
사방에서
갉아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신 헐뜯고
야단치는 소란이 만발해 있습니다.
남을 괴롭히는 것이
즐거운 세상을
살고 싶도록 죽고 싶어
이러다간
나도 모르는
어느 사이에
교활한 이빨과
얄미운 눈깔을 한
쥐가 되어가겠지요
하나님
정말입니다.
김광림시인에 대해 제가 아는 것은 모더니즘작가라는 정도의 기억이 전부입니다. 1940년대 시인? 좀 오래된 老시인 정도로만으로 기억합니다. 구글을 찾아보니 1929년 함경에서 태어나셔서 48년 월남하시고 초등학교 교사등을 거쳐 전쟁 참전 후 92년부터 94년까지 시인협회장을 거쳐 최근 2024년 6월에 돌아가셨군요. 94세까지 사셨네요. 어느 날 아침 출근하는데 김시인의 이 詩가 소개되었는데 피식 웃다가 갑자기 한대 얻어맞은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쥐-
제가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 쥐입니다. 전 이상하게 뱀보다 쥐가 더 무섭습니다. 쥐를 보면 온몸이 소름이 돋고 전율이 느껴집니다. 쥐에 대한 제 빅 기억은 초등학교 다닐 때입니다. 단칸방에 주욱 잠자던 시절입니다. 제 자리는 장롱 옆이었으니, 비교적 굿 플레이스였죠. 천장에서는 늘 쥐가 돌아다녔습니다. 다다닥~ 다다닥~ 우리는 천장에 대고 빗자루를 들어 툭툭 쳐대는 것으로 그들에 대항했습니다. 그런 일상인 어느 날 장롱 밑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찌찍~, 찌찍~
"엄마 장롱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요"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자"
"네" "근데 엄마, 아직도 소리가 나요"
나는 빗자루를 들고 장롱 밑을 쑤셔댔습니다. 잠시 후 찌지직~. 찌지직~ 하고 한쪽 구석에서 주먹만 한 게 뛰어나왔습니다. 꼬리가 시꺼멓고 긴 그놈이 깔아놓은 이불을 밟고 방문을 나가 부엌 쪽으로 가서 연탄창고 옆에 하수구로 쏙 들어갔습니다. "으아악~~~ " 저는 온몸이 떨리고 몸서리쳐졌습니다. 마루에서 주무시던 삼촌도, 동생들도 기겁했지만 구멍 속으로 쑤우욱 들어간 것을 최후까지 본 것은 저뿐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장롱 옆에서 잠을 못 잤습니다. 누군가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금도 가끔은 장롱 밑에서 찌지직~ 찌지직~ 하는 쥐 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몸서리를 치며 저는 또 잠에서 깨어납니다.ㅠㅠ
'하나님 어쩌자고 이런 것도 만드셨지요' 김시인처럼 하나님께 저도 따져 묻고 싶습니다.
"왜요 왜요. 이 징그럽고, 섬뜩한 것을 세상에 내놓으셨나요? 한 놈도 아니고 떼거지로 몰려다니는 놈들을 제가 어떻게 견뎌낼 수 있겠습니까?
놈들이 약탈하고, 갉아대고, 남들을 괴롭혀서 주님이 만드신 이 아름다운 세상을 더럽고, 어둡게만 만드는데 주님, 왜 이런 쥐를 세상에 만드셨나요?"
"아! 그런데 웬일입니까? 그 교활한 이빨과 얄미운 눈빛으로 그때 어린 나처럼 순수하고 나약한 이를 전율케 하고 공포에 떨게 한 이가 바로 저였습니다. 주님 저도 쥐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아! 어쩌지요 주님"
*이 글은 2025.6.15. 블로그에 올린 글로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여기 다시 옮겨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