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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이제 엄마 Oct 29. 2020

11. '마의 12주', 정밀 초음파를 보러 가다

[임산부]일기

                                                                                                                                                                                                                                                                                                                                                                                                        

 모든 책, 의사, 선배들이 한 목소리로 힘주어 말하는


 안정기, 바로 '12주'


  첫 임신이 유산되었음을 안 시기가, 바로 이틀 뒤가 12주라고 생각했을 때였기에, 나에게는 이 12주가 정말 '마의 고비'였다.


 유산의 경험을 갖고 있는 임산부이기에, 더더욱 이 12주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은, 하루하루를 손꼽아 세가며 기다릴 만큼, 초조한 시간이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x주x일' 세는 놀이. 8주,9주,10주를 지나 빨리 12주에 이르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조금이라도 입덧이 괜찮아지는 것 같으면, 순간,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차라리 입덧이 내 불안감을 달래 주었다고 할까. 그래서 12주까지는 입덧약을 먹지 않고 버티기도 했다.(대학 병원의 늙은 의사가 유산 경험이 있는데 뭐하러 입덧약까지 찾고 있냐며 면박을 주었던 게, 큰 몫을 하기도 했지만...)


 어쨋든, '12주의 문턱에 무사히 이르기를 ···.'


 애써 괜찮은 척 지내긴 했지만, 나라는 내 안의 작은 아이는, 분명 바들바들 떨며 불안해 하고 있었다. 10주를 넘기면서, 11주를 넘기면서, 울아가가 내 안에서 무사히 잘 있음을 확인하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


 그리고 드디어, 12주.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간 짧았던 초음파를 통해 아가를 만나는 시간이 아쉽기도 했는데, 무려 20분이나 정밀 초음파란 것으로 구석구석 울 아가를 보여준다하니 감개가 무량한 12주, 너무 기대되는 정밀초음파였다.


 두둥, 초음파실. 내 이름이 불려졌다. 낯선 곳으로 들어간 나는 누우라는 곳에 똑바로 누워 앞의 화면을 응시했다.



 두근두근···,


 그런데···,



이상했다. 화면이 멈춘 듯 보였다. 정지. 정지? 왜? 그때의 나는 순간 이 한 마디를 내뱉을 뻔 했다.



 '살아 있는 건가요?'



 그런데 이 질문이 이상할 거라고 여긴 나는, 급히 질문을



 "아가는 건강한가요?"로 바꿔 물었다.



 "산모님, 이제 막 초음파를 갖다 대었답니다. 이제부터 천천히 봐드릴거에요."



 괜히, 무안해졌다. 또르르 ···.



 화면에서는 무언가 알 수 없는 흰 선들이 이리저리 움직여댔고, 계속 옆에서 뭐라고 뭐라고 설명은 해주었지만, 잘 알아듣지는 못했다. 내게 중요한 건, 그저



 '아가는 건강하다'라는 한 마디 말 뿐이었다.



 "이제 심장 소리 들려 드릴게요."



 그리고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쿵쿵쿵쿵 ···.'


 그제서야 나는, 안도했다.



 '아, 살아있구나. 아, 건강하구나. 아, 함께 있구나. 아, 울아가 이제는··· 만나볼 수 있겠구나 ···.'



 너무 고마웠다. 내가 아가를 지켜주는 게 아닌, 울 아가가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



 울 아가가 '엄마, 나 여기 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꼭 건강하게 만날 거에요. 나는 바깥세상을 기다리고 있어요. '하며 쿵쿵쿵쿵 힘차게 심장을 뛰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아 ···, 울아가는 이렇게 씩씩한데, 엄마가 겁쟁이였구나. 울아가는 이렇게 잘 크고 있는데, 8주차부터 하이베베를 들고 몇날 며칠 너를 찾으려고 하다, 실망하고 울기도하고 그랬구나 엄마는 ···


 엄마가 이렇게 잘 크고 있는 너를 믿지 못하고 ···.'



 초음파실을 나오며 손에 들게 된 여러 장의 사진.



 '가만, 이게 어디라 그랬지? 이 사진은 뭘 찍은 거지? 빨리 집에 가서 다시 잘 봐야겠다.'



 아 가만 ···, 12주차 ··· 각도법 ···. 운이 좋으면, 아들인지 딸인지도 알 수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아들일까 딸일까?' 16주차에 들어서 초음파로 확인하기 전까지 , 참 이 꿈도 많이 꾸며 설레곤 했다.




'아들일까, 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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