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root는 나무에 있는 뿌리가 아니란다. 수학에서 root라는 건 말이지 …” 선생님이 쭉쭉늘어지는 목소리로 수업을 이어갔다. 27명의 학생들은 칙칙한 파란 의자에 앉아 스마트보드와 눈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우리들의 생각은 하나로 모아진다. 학교는 고문이다. 유일한 탈출구는 살짝 열린 미닫이 유리문, 그 너머로 보이는 학교 정문뿐이다.
마침 복도 건너편에는 선생님들 휴게실이 있었고, 그곳에선 라면, 피자, 콜라 같은 날 유혹하는 향이 스멀스멀 퍼져 나왔다. 헨쇼 선생님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불닭볶음면을 게걸스럽게 먹고, 준 선생님은 프라임 컷 스테이크를 음미하며, 제이 선생님은 시원한 콜라를 마시고 계셨다. 그런데다, 선생님들은쿠션이 좋은 마호가니 소파에 앉아 계셨고, 내엉덩이에 닿은 딱딱한 의자가 다시금 느껴졌다.처음엔 배가 살짝 꼬르륵거리더니 점점 소리가 커져갔다.
종이 울리자 복도는 일순간 학생들로 가득 찼고, 난 내 생명줄인 도시락을 꼬옥 움켜쥐었다. 어둡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 도시락을 올리고, 손에는 촉촉한 치즈케이크를 들었다. 바지에 작은 돌멩이들이 긁히는 건 무시한 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드러움을 만끽했다. 달달한 와플 냄새가 코끝에 스며들어날유혹하고있었다. 눈을 감고 입을 벌리려는 찰나에, 구구! 눈을 떠보니 비둘기 한 마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내 치즈케이크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오, 안녕? 깃털씨?” 비둘기는 화가난 듯, 날 쏘아보았다.
“저리 좀 가, 나 배고프다고!” 하지만 비둘기는 여전히 욕심 가득한 노란 눈으로 치즈케이크를 주시했다. 결국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치즈케이크 부스러기 하나를 떼어 바닥에 던졌다. 그러자 비둘기가 날아와 치즈케이크 가루를 흩뿌리고는먹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이상한 녀석은 아니네?"
그러자 갑자기 또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어느새 비둘기 군단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날개를 퍼덕이며, 치즈케이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 좀 놔줘!” 비둘기들이 날 쪼아대기 시작했다. 무언가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 눈이 비둘기박물관에 전시될게 뻔했다. 나는 허둥지둥 도시락에서 바나나를 꺼내 휘둘렀다. 비둘기들의 쪼임이 멈추고, 마치 서부 영화처럼, 바람에 굴러가는 덤불 하나가 내 앞을 지나갔다. 비어있는매점, 어둡고 음산한 창고, 인조잔디가 깔린 축구장이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의 한 장면으로 변해갔다. 나와 첫 번째 비둘기의 눈이 마주쳤다.
갑작스러운 구구!이젠 더이상 참을 수 없어! 바나나를 치켜들고 모든 비둘기들을 쫓아버렸다. 헉헉. 난 안전했지만, 내 치즈케이크는 그렇지 않았다.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아이들이 나를 에워쌌다. “김밥이야!”라고 했지만, 이미 굶주린 목소리들이 아우성쳤다. 결국, 착한 마음으로 대부분의 김밥을 나눠주고 말았다. 마지막 남은 한 줄의 김밥을 손에 들고 그 향을 음미하며 입에 넣으려던 찰나, 옆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기 전에 갈색의 무언가가 번쩍 지나가면서 마지막 김밥을 낚아챘다. 바로 브러시 터키(brush turkey:호주에 서식하는 칠면조의 일종으로 땅에서 생활한다)였다! 내 눈은 공포로 커졌고,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김밥 한 줄이 그 녀석의 입에 쏙 들어갔다. 빨간 벼슬, 갈색의 뚱뚱한 몸, 순식간에 내 김밥을 훔쳐간 그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슬픔을 맛보았다.
결심했다: 전쟁이다. 나는 브러시 터키의 등을 몰래 따라가면서 기습할기회를 노렸다. 갑자기 튀어나가며, “뿌!”하고 외쳤다. 브러시 터키는 깜짝 놀라며 몸을 흔들었다: 클럭! 갈색폭풍이 휘몰아치며 울타리 너머로 날아올랐다. 2미터 정도 날아가더니 나무 위로 멋지게 착지했다. 그들의 영역으로 안전하게 들어간 것이다.
주근깨를 가진 내 친구 보디가 이 광경을 보고 동그란 눈으로 물었다. “브러시 터키가 날 수가 있어?!” 나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맞아, 날 수 있고, 점프도 하고, 아주 대머리야.”
호주 학교는 보통 학교와 다르다. 순진한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데, 비둘기들은 학교를 점령한다. 포썸(Possum:호주에 서식하는 주머니쥐)은 저녁을 먹으러 온다. 시끄러운 노이지 마이너(Noisy Miner:호주에 사는 시끄럽고 활동적인 새)는 스투카(Stuka: 2차 대전 당시 독일 공군의 수직 폭격기)처럼 머리 위로 급강하한다. 브러시 터키는 교문을 침입한다. 이 학교는 학문의 낙원이 아니라, 야생의 광란 그 자체로 느껴진다.
Wildlife School: A Ballad of 2 Legs and 2 Wings
“Mathematically speaking, this root isn’t the one you find in trees…” The teacher droned on, as 27 students sat in dull blue chairs, locked in a staring contest with the smartboard. Our thoughts looped on one simple truth: school is torture. Our only escape was the slightly open glass sliding door that led to the school gates.
It also happened that the teacher’s lounge was across the hall, from which a parade of aromas - ramen, pizza, and Coke - wafted in, drawing my gaze to it. Mr Hearnshaw devoured steaming Buldak ramen, Mr Lee savoured prime-cut steak, and Mr Jay sipped on a frosty Coke. They were also sitting on cushioned mahogany armchairs, as my own butt reminded me of my hard chair. My stomach’s initial rumble swelled into a full-on roar. When a metallic shriek rang, students flooded the once pristine hallway, and I clutched my lunchbox: a lifeline. I plopped my lunch onto the dark concrete floor and my hands rested on a juicy cheesecake. Ignoring the tiny shards conflicting with my pants, I indulged in its indescribable lusciousness. Sugary waffle smell wafted into my lungs, enticing me with every scent. My eyes closed, I opened my mouth and was just about to bite down when SQUACK! My eyes opened, following the trail of a pigeon cocking his head here and there, whipping his eyes on the cheesecake.
"Why hello there, Mr Feathers?" Offended, the pigeon's eyes drilled into my head. "Please go away, I'm starving!" Still, the pigeon eyed the cheesecake with a beady, greedy, yellowy eye. I opened my mouth, then I shut it. "Alright, fine." I picked a crumb of my cheesecake and threw it onto the floor. The pigeon dove, sending cheesecake-pixie dust everywhere. "You aren't so crazy, are you?" A ruffling of feathers replied. A second pigeon arrived, a third, then a fourth. Soon after, an army of pigeons were staring right into me.
Wings ruffled, cheesecake vanishing immediately. "Gerroff me!" The pigeons were pecking, pecking me over and over again. I had to do something quickly, otherwise they were going to put my eyes in their museum. I groped for anything, as I brandished a banana from my lunchbox. The pecking froze over as a tumbleweed tumbled across the concrete surface that was my seat. The desolate canteen, the dark grey shed, and the astroturf-dominated soccer field all transformed into a Clint Eastwood setting. My eyes and the original pigeon’s eyes met. A sudden SQUAWK! was the last straw. I raised my banana and chased all the pigeons away. Pant, pant, pant. I was safe, but the same couldn't be said for my cheesecake. My cheesecake was forgotten as I reached into my lunch pouch and pulled out a gleaming mass of assorted rainbow colours - kimbap. Just as I raised it to my mouth, a voice interrupted, "Hey, Ein, is that… sushi?!" My cheeks flushed as a crowd swarmed me. I corrected them, “It's kimbap!” After a flurry of starving voice boxes screamed their pleas, my humble heart gave away most of my lunch to the crowd. The aftermath was one roll of kimbap. I relished its sweet, savoury scent, as I put it up to my eye. Leaves rustled aside me, and before I turned back to see who the noisemaker was, a flash of brown rattled past me, stealing my last kimbap. A brush turkey appeared! My eyes were round with horror, time slowed, as the slice fit cleanly inside the turkey's mouth. The red crop, brown, fat body, all stared at me with signs of pure mischief. I could almost taste its sorrow as I looked helplessly.
It was decided: war. I snuck upon the turkey's back, aware I had the element of surprise with me. I sprung forward, “Boo.” The bush turkey twerked up: CLUCK! In a magnificent tornado of chocolate brown, it mantled over the fence. Then, it shortly flew a miraculous 2 metres for the tree, safe in their domain.
Bodhi, one of my freckled friends, witnessed the gymnastics show. With round eyes of pure innocence, he said: “They can fly?!” I sighed. “Yes, they can fly, yes they can jump, and yes, they are very bald.” Australian schools are different from others. Innocent younglings attend school, but pigeons infiltrate the grounds. Possums occasionally come in for dinner. Noisy miners are living Stukas diving onto heads. Brush turkeys gatecrash through the school gates. The school is not a paradise for learning, but a mania for wild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