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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소년 Oct 27. 2024

영어, 수학보다 어려운 문제

폭풍우의 유산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가 지루함의 궁전이자 시간의 감옥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날이 있었다. 방학이 끝나자마자, 학교 정문은 아이들로 둘러싸였고, 입가엔 초승달 모양의 미소가 번지며 모두가 학교로 달려가려 하고 있었다. 태양은 찬란하게 빛을  발하, 반고흐의 그림 속 구름이 하늘을 수놓았다. 나도 저절로 미소 짓게 되었고, 이렇게 근사한 날에 어떤 기쁨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 날씨가 과연 계속될 수 있었을까?




쾅! 번개가 교정에 서 있는 국기 게양대를 강타하며 건물 하단을 흔들어 놓았다. 하교 시간이 다가올 즈음 하늘은 어둠으로 물들어 모든 색채를 집어삼켜버렸다. 비가 창문을 세차게 두드렸고, 모든 물방울이 핵폭탄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실 안에서는 학생들이 동전을 탁자 위에 놓고 선생님을 신경 쓰는 척하거나, 주스를 마시며 끈적거리는 턱을 닦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보통, 학교에서 겪는 폭우는 나름 견딜만한데, 내 머릿속에는 영화 '투모로우'의 장면이 떠올랐다. 만약에, 설마... 쾅! 건물이 결국 무너질 듯 휘청거리자, 처음에는 무심했던 분위기가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불빛이 깜빡이고, 비명소리가 사이렌처럼 울려 퍼졌다. 그리고 정전이 찾아왔다.

“코드 레드, 코드 레드. 즉시 건물을 대피하십시오. 선생님들께서는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질서 있게 안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 방송의 목소리가 울리면서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마치 좀비가 밀려 들어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바깥에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아이들은 가방과 모자걸이를 순식간에 비웠다. 모든 아이들의 얼굴이 달빛보다 더 창백해졌고, 번개처럼 희미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아이들이 우르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다가 내 친구 알렉세이가 아래층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뭐 보고 있어?” 그는 눈빛으로 대답했고, 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려 우리 반과 3학년 교실을 나누는 난간 너머를 내려다보았다. 입이 절로 벌어졌다. 반짝이는 물이 바닥을 뒤덮고 있었고, 3학년 교실이 물에 잠겨 있었다. 학생들은 가방을 버리고 도망치며 울부짖고 있었고, 마치 타이타닉이 재현된 것 같았다.


알렉세이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래층으로 힘겹게 걸어갔다. 보디와 그의 동생도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보디가 말했다. “걱정 마, 아빠우리 괜찮을 거라고 안심하라고 메시지 보내셨어.” 알렉세이의 빛나는 금발과 보디의 패딩턴 가방고리가 모퉁이 너머로 사라지는 게 보였다. 그들이 우산도 없이 가는 모습에, 내 마음은 볼링공이 누르는 것처럼 무겁고 답답했다.


1층으로 내려가 보니 기후변화 속 난민 아이들을 다룬 UN TV장면이 현실로 올랐다. 회색 벽, 기둥, 그리고 철문이 낡은 감옥처럼 느껴졌다. 작은 아이들은 부모님이 오실지도 못 오실지도 모르는 상황에 떨며 울고 있었고, 부모님들은 모두 직장에 있어 전례 없는 폭풍을 예견하지 못했다. 그들이 서둘러 오려고 해도 차들이 빗물에 갇혀 교통 체증에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었다. 가방보다 더 작은 어린아이들은 팔을 문지르며 무릎 위에 턱을 얹고 있었다. 나는 동생들을 찾았고, 엄마가 오시기를 기다리며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 한 유치원 여자아이는 앞뒤로 몸을 흔들며 통통한 손가락을 얼굴에 얹었다. “엄마랑 아빠 언제 와?” 손수건 하나로는 그녀의 눈물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내 몸은 무중력 상태에 빠진 듯했고, 그 아이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난 그저 발끝을 내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대피는 허위 경보로 판명되었다. 번개가 예비 전력 시스템을 살짝 건드린 것뿐이었다. 그러나 학교에 대한 우리의 기대감은 천둥, 홍수, 혼란으로 보답받았고, 내 마음엔 상처로 남았다. 새로운 의문이 떠올랐다. 평화로운 아침이 어떻게 이처럼 끔찍한 하교 시간으로 변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기후 위기 때문일까? 내가 호주에 사는 동안, 이런 날씨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영어와 수학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후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는 않을까? 하늘을 올려다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Something more difficult than maths and English
Torrential Expectations



Most children would agree that school is a palace of boredom, a prison of time. But there was one day that proved otherwise. After the school holidays, the gates were surrounded by children, their mouths moulded into crescent moons and screaming for the gate. The sun cast its glow, accompanied by Van Gogh-like clouds drifting across a picturesque sky. I couldn’t help but smile too, wondering what happiness lay ahead on such a marvellous day. However, was this weather to last?


Crack! A lightning strike struck a smitten flagpole, shaking the foundations of our wrestling building. Just when hometime approached, the sky turned into shadows which consumed all colours. Rain hammered against the windows, every droplet feeling like a nuke. However, inside, students placed coins on tables, keeping their third eye on teachers, juice ran down our sticky chins while others watched movies. Essentially, a storm at school was worth it, but Day After Tomorrow looped in my head. Wait, what if — Crack! The building had lost the war, the initial lack of concern escalated, lights flickered, and screams sirened. Then, blackness.

“Code Red, Code Red. Please evacuate the building immediately. Teachers, direct students out of school premises. Evacuate in an orderly fashion.”

Flashing red lights lit up as an automated P.A voice instructed us. Half-expecting zombies to barge into our space, the bag and hat hooks were emptied without questioning the bullets outside. Every face was ghost white, more conspicuous than the full moon, mirroring the lightning. I waited until the others sprinted by, when I saw one of my friends, Alexey, staring downstairs. I walked up to him.


“What’s cooking?” His reply was a stare down. Tracing my eyes to his glance, I peered over the railing separating our classes from Year 3. My mouth slipped open. A blanket of shimmering water was on the ground, flooding the Year 3 classrooms. Weeping heads rain out, abandoning their pleading bags in the process: a perfect reenactment of the Titanic.


Alexey trudged away downstairs to walk home. Bodhi and his brother were also in earshot, as Bodhi said, “Don't worry, your father has sent a very reassuring message that we'll be okay.” The last of Alexey's luminous blonde hair and Bodhi’s Paddington keychain bent around the street. A bowling ball was lodged inside my respiratory system when I saw them disappear without an umbrella.


The ground floor elicited the UN TV scene that so often shows refugee children caused by the changing climate as reality. The grey walls, pillars, and gates set up a decrepit jail cell. The little ones cried, the uncertainty of their parents jammed in their heads. The parents, all at work, would have never foreseen an unprecedented thunderstorm. Even if they hurried to aid, their cars would sit in the drains in traffic. The youngsters who dwarfed their bags rubbed their arms, their chins on their knees. Finding my brothers, we waited for our mother to arrive, settling into the huddle. But waiting was the hardest part. A kindergarten girl rocked back and forth, spreading her plump fingers across her face, her round eyes wet with tears. One handkerchief was not able to suppress the raindrops down her window. “When are mummy and daddy coming?” My body entered zero gravity, my heart desiring to comfort her. My abdomen churned as my eyes fell to my feet. I couldn’t help.

It turned out that the evacuation was a false alarm: the lightning brushed the auxiliary system. Our excitement for school was rewarded with thunder, flooding, and distraught, leaving a scar in my heart. A new question naturally beckoned to me: how did a peaceful beginning transition to a disastrous hometime? Perhaps, the climate crisis? In the time I’ve lived in Australia, never have I experienced such weather. English and maths are both important for our future, but isn’t an understanding of the climate more crucial? I look up at the sky, questioning myself: what are the important things we can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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