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지 톤의 내 책장은 낡고 해진 책들로 채워져 있는데, 그중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유발 노아 하라리의 명작, 사피엔스다. 인권과 정의가 오직 우리 의식 속에만 존재한다고 외치는(내 삶이 거짓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내 생각을 뒤흔든 핵심 개념은 상상의 질서였다. 혈연과 상관없이 이야기를 통해 권위가 결정된다는 이 상상의 질서는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일상 행동을 좌우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원, 의미, 중요성은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상상의 질서의 이야기는 7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호모 사피엔스(우리)는 다른 인류 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결과는 뻔하다. 우리가 승리했기 때문에 이 글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더 크고 강한 인류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을까? 그 결정적 순간에 호모 사피엔스는 '사실이 아닌 것을 믿는 능력', 즉 상상의 질서를 진화시켰다. 이 상상의 질서는 우리에게 특정한 대의를 위해 싸울 동기를 부여했다. 네안데르탈인은 힘에서는 월등히 뛰어난 인류였지만 협력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에 비해 약하지만 협력에 뛰어났고, 결국 함께 뭉쳐 네안데르탈인을 대거 멸종시켰다. 상상의 질서는 사람들이 하나의 이상을 믿게 하여, 동물 역사상 전례 없는 타인과의 만남을 촉진한다. 상상의 질서가 없다면,일터는무질서한 혼돈의 장이 될 것이다.
우리는 상상의 질서 덕분에 위기를 넘기는 일이 많지만, 그 정의는 여전히 미지의 상태다. 상상의 질서는 사람들이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신화’다. 이를 통해 낯선 사람과도 신뢰를 쌓을 수 있으며 친구가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상상의 질서는 화폐, 권리, 종교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돈은 보통 금속 동전과 종이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것이 가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가능한 사회적 구성물이다. 권리도 마찬가지다. 생물학적으로는 증명해 낼 수 없는 우리의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조금 더 놀라운 ‘신화’는 종교다. 과학은 종교적 개념을 뒷받침하지 못하지만, 우리 뇌는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와 관계없이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배웠다. 이것이 바로 양면성을 가진 상상의 질서의 힘이다.
상상의 질서는 사람들이 협력할 수 있게 하여 안전하고 편안한 사회를 만든다. 좋은 점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소비주의라는 어두운 면도 있다. 소비주의는 특정 물건을 사면 더 행복해질 거라는 믿음을 주입한다. 소비주의의 쌍둥이 격인 낭만주의는 우리가 잠재력을 펼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두 개념이 결합하여 끝없는 경험의 시장이 탄생했으니, 바로 소비주의-낭만주의다. 우리 가족의 크루즈 여행에서도 하이라이트는 화려한 스위트룸이 아니었다. 추억을 남길 수 있다는 약속, 그 소비가 더 나은 기분과 시야를 넓힐 것이라는 기대였다. 경험 자체의 가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상상의 질서의 불가결성을 의심하게 할 만큼 비싼 값일지도 모른다.
상상의 질서가 분명 사람들에게 큰 ‘혜택’을 주지만, 역사에는 실패한 상상의 질서로 인한 혁명과 전쟁이 많았기에 이를 쉽게 인정해 버리기가 어렵다. 만약 상상의 질서가 우리가 약속받은 만큼 효율적이지 않다면, 이를 대체할 수는 없을까? 이것은 단순히 치즈와 빵의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체제에 사람들이 따르도록 하려면, 80억 명이 모두 당신 편에 서야 한다. 게다가 이러한 조건에 적응하려면 인간은 새로운 진화를 겪어야 할지도 모르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옛 삶으로 돌아가고자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결국, 인간은 상상의 질서를 위해 진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르네 마그리트의 '행운의 일격 (La bonne fortune)', 1945
상상의 질서는 대체할 수 없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근본적이며, 협력과 갈등을 동시에 형성해 왔다. 그 영향을 평가할 때, 여전히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지, 아니면 새로운 서사가 필요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더 큰 선을 위해 상상의 질서를 이용하려면 우리의 사고가 필요하며, 우리는 항상 조지오웰의 동물 농장과 같은 위험에서 한 걸음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상상의 질서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지는 우리 신념에 달려 있다.
상상의 질서에 대한 나의 생각
Reflections of Belief: The Enigma of Imagined Orders(feat. Animal Farm)
My beige-toned bookshelf houses many peeling books, but the most influential being Yuval Noah Harari’s masterpiece: Sapiens. Screaming that human rights and justice exists solely in our conscience (my life is a lie), the idea that nuked me was the imagined order, a concept where authority is determined by stories regardless of blood. Even today, after millennials of use, we still use the imagined order to determine our daily actions. Nonetheless, its origins, meaning, and importance are cryptic without scrutinisation.
The story of the imagined orders began 70, 000 years ago, when Homo Sapiens (us) were pitted in a dog fight with other human species. The outcome is obvious: we won, otherwise this writing wouldn’t exist. However, how was it we won against stronger, bigger, and badder species? At that precise moment, Homo Sapiens evolved a unique ability to believe in things that aren’t true: imagined orders. This motivates us to fight for that cause: Homo Neanderthalis was a species of humans far superior in strength, but lacked the ability to cooperate. Homo Sapiens were weaklings in comparison but excelled at working together, eventually banding together and destroying Neanderthals in droves. Since imagined orders make people believe in one ideal, this encourages chemistry with other strangers, unprecedented in animal history. Without it, work would virtually be a meatnest.
We owe imagined orders a great many things for saving our necks, but the clear definition of imagined orders is still unboxed. An imagined order is a ‘myth’ under which people unite to work together towards that goal. This encourages trust in another person even if they are a stranger, increasing the likelihood of making a friend. Nonetheless, imagined orders exist in many variations, including money, rights, and religion. Money usually consists of metal coins and paper: this is a social construct as we are convinced that it is valuable. Rights are similar in their own right. The American Declaration of Independence states that every man has their own equal right to enjoy liberty, happiness, and prosperity. However, nature says nothing of the sort: there is nothing in our blood that proves it, except in our mind. A slightly more alarming ‘myth’ is religion, as science cannot support religious ideas. Yet, our brain learnt to accept these ‘opinions’, whether it is true or not: the power of the two-faced imagined orders.
Imagined orders help people cooperate, ensuring a safe and comfortable society: goodness! But they have a dark side, one of them being consumerism. Consumerism tells people that they will be happier if they buy certain things from digital currency to cars. A counterpart of consumerism is romanticism, which tells us that we must experience a variety of things to fulfil our potential. The marriage of these twins gave birth to an infinite market of experiences: consumerism-romanticism. A grand suite wasn’t the highlight of my family’s cruise getaway. It was for the precious memorable moments promised aboard, the consumption which is supposed to make us feel better and widen our horizon. Undoubtedly, experiences themselves have a high price, but maybe too much to question the indispensability of imagined orders.
Imagined orders allegedly ‘benefit’ people greatly, but history has too many revolutions and wars based on failed imagined orders to give a nod on this. If imagined orders are not that efficient as we were all promised, how about replacing them? This isn’t just a matter of cheese and bread. To get people to follow the new system, 8 billion people would have to side with you. Additionally, even with these checks, humans must learn to adapt to these conditions, possibly requiring another evolution in humankind. But by that time, people would want to return to their old lives and revolt. After all, humans did evolve for the sole purpose of imagined orders.
René Magritte A stroke of luck (La bonne fortune) 1945
Imagined orders are irreplaceable: there is no other word for that. They are fundamental to our growing history and identity, shaping cooperation and conflict alike. As we evaluate their impact, we must consider whether they still meet our needs or if new narratives are needed. Simultaneously, it is our thinking that is needed if imagined orders are used for the greater good, as we are constantly a step away from Animal Farm. The future of imagined orders is up to us to determine the reflections of our belief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