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Year 6 Dinner Party

서늘한 바람이 내 검은 정장의 끝을 휘감고, 아빠한테서 잠시 빌린 바나나색 실크 타이가 가슴 위에서 살랑거렸다. 파티장소 입구에 들어서자, 푹신한 보라색 카펫이 내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곳엔 하얀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었고, 한스 홀바인의 The Ambassadors를 연상케 하는 올리브 그린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검은 새틴 드레스와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은 여자아이들, 보타이를 맨 남자아이들이 입이 벌어진 채 내 옷을 쳐다보았다. 이 밤은 아직 빈 캔버스였고, 잊을 수 없는 순간들로 채워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곡선형 계단을 올라가며, '특별한 저녁식사'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졌다. 입안에서는 이미 고급스러운 프라임 립아이 스테이크의 맛이 상상되었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학교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여,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마트 캐주얼 복장을 요구하는 저녁 만찬이 마련되었다. 파티룸에 들어서자, 푸른빛이 감도는 아우라 속에서 사람들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떤 친구는 포켓몬 후드티에 간단한 셔츠를 입고, 토끼 귀 헤어밴드를 쓰고 있었다. 분위기는 기발한 색채로 물들어 활기찼다.

내 친구인 칼이 고개를 돌려 눈을 맞췄다. 그는 파란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
"아인, 왜 그렇게... 정장으로 빼입고 온 거야?"
"스마트 캐주얼이 정장 아니었어?" 내가 물었다.
칼은 자신의 평범한 셔츠를 가리켰다.
"이게 스마트 캐주얼이지!"

지정된 자리를 찾으러 가면서 조금씩 흥분이 가라앉았다.

원형 테이블들이 꽃, 스테인리스 스틸 식기, 그리고 하얀 테이블보로 장식되고, 나머지 학생들도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앉은 테이블에는 내 친구들만 있었는데, 그게 기적이었는지 아니면 이 밤을 견뎌낼 기적이 필요했는지 알 수 없었다. 저녁 식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내 친구 중 한 명인 보디가 다른 친구 이안의 물에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보디의 순수해 보이는 눈과 주황빛 머리는 그의 속셈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이안, 저기 사진작가 카메라 봐봐! 저것 좀 가지고 와줘!"

이안은 머리를 돌려 그쪽을 보려 했고, 그 사이 보디는 케첩 팩을 몰래 꺼내 이안의 물컵 속에 슬쩍 넣었다. 이안은 고개를 돌리며 어깨를 으쓱한 뒤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보디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케첩을 더 넣었어야 했나 봐."

우리가 포크와 나이프를 두드리며 소란을 피우고 있을 때, 주방 출입문이 휙 열리며 웨이터들이 은색 접시를 서빙하기 시작했다. 은색 뚜껑 안엔 뭐가 있었을까? 뚜껑이 열리자마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그 안에 담긴 치킨 슈니첼, 감자튀김, 그리고 방울토마토가 모습을 드러냈다.

접시를 뚫어져라 살펴보았다. 스테이크가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음식 양은 아기가 먹을 만큼 적었지만, 식사는 시작되었고, 우리의 대화는 끝날 기미 없이 계속되었다.

정말로, 내 테이블이 친구들로 가득 차 있어서 다행이었다. 보디와 이안은 내 양옆에 앉았고, 스펜서는 내 맞은편에 앉았다. 스펜서는 곧은 금발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며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보디를 향해 말했다. “보디, 너는 미래에 뭐가 되고 싶어? 난 우리 아빠처럼 파일럿이 되어서 하늘 위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어, 음… 당연히 나야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지! 난 개그 한 번에 천 달러씩 받을 거야! 유명해질 거라고! 너네들 내가 엄청 바빠지기 전에 지금 사인받아놔! 이안이랑 아인이는 뭐가 되고 싶은데?”

이안은 침을 삼키고 말했다." “나는 지질학자가 되고 싶어! 인디애나 존스가 멋있어 보이지 않아?”

“난 변호사가 되고 싶어, 왜냐면 데어데블에서 변호사가 너무 멋지게 나오잖아!”

스펜서는 할 말이 넘쳐났다.

“아인, 미아가 너 좋아하는 거 알고 있어?” 미아는 우리 반 친구 중 한 명이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순간, 보디가 테이블을 쾅 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는 몸을 앞으로 내밀고 동그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외쳤다.
“진짜? 그럼 날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

때마침, 우리 반의 또 다른 여자아이, 유키노가 지나가고 있었고, 이 말을 듣자마자 한마디 던졌다.

“아마도, 니가 항상 입 좀 닫아주면 누가 널 좋아할지도 몰라!” 보디는 입술을 쭉 내밀고 눈꼬리를 축 내렸다.

모든 접시는 올리버 트위스트에 나오는 장면처럼 깨끗이 비워졌고, 토마토만 남아 있었다. 이안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물었다. “이게 다야?”

난 이안을 보며 말했다. “나도 배가 하나도 안 차!”

그리고 마지막 치킨 슈니첼을 입에 넣으면서 디저트가 나올 때까지 조용히 앉아 있길 바랐다. 하지만 그건 꿈일 뿐. 하얀 천 위에 케첩 자국이 여기저기에 번져 있었고, 보디는 그 위에 그림까지 그리고 있었다. 하얀 테이블보가 점점 칸딘스키의 추상화와 닮아가고 있었다. 접시를 멀리 밀어놓고 있는데, 이안의 가슴에서도 붉은색 물감이 터졌다. 토마토 하나에 정통으로 맞은 것이다.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2번과 3번 테이블에서는 저녁에 남은 토마토를 무기로 삼아 서로 던지고 있었다. 이안은 그 토마토들의 피해자가 되어버렸다. 6학년다운 성숙함은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토마토 하나가 내 귀 옆을 휘익 스쳐 지나가자, 나 또한 본능적으로 토마토를 던졌다. 하지만 그마저도 또 다른 토마토에 맞고 말았다. 한번 더 던졌지만, 또다시 맞았다. 그때, 내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또 다른 토마토가 보였다.

팔을 들고 충격을 준비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눈을 떠보니 보디가 동그란 토마토를 입에 물고 볼을 잔뜩 부풀리고 있었다. "그거 안 먹으면, " 보디가 이안에게 말하며 빨간 토마토 알갱이가 튀어나왔다. "내가 기꺼이 먹을게." 그는 이안의 손에서 또 다른 토마토를 빼내더니, 모두를 향해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입이 벌어진 채로, 그를 따라 조용히 앉았다. 즉흥적으로 벌어진 음식 싸움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자리에 앉자, 이안의 접시에 남아 있던 마지막 토마토가 보디의 진지한 눈빛에 포착되었다. 이안이 토마토를 집어 들며 말했다. "자, 보디! 입 크게 벌려! 토마토 기차가 간다! 칙칙폭폭!"

보디는 반달 눈웃음을 지으며 입을 크게 벌렸다. “아아아아아!”

이안이 토마토를 보디의 입에 쏘옥 밀어 넣었다. “음음음!” 우리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그 소리는 경쾌한 피콜로 멜로디처럼 공기 중을 맴돌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이렇게 우리의 초등학교 마지막, 최후의 만찬은 끝이 났다. 더 이상 초등학교에 다니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돌아보면, 이번 학년의 하루하루는 감당하기 어려운 짐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오늘은, 학교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곳에서 쌓은 추억과 경험들이 내 인생 여정을 빚어냈음을 깨달았다. 친구들과 함께했던 이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고, 그래서 더더욱 이별이 어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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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Supper

Year 6 Dinner Party

A cool breeze twirled the edges of my black suit, my father’s silk banana tie bouncing on my chest. I ambled into a function centre, feeling as if the plush violet carpet was rolled out just for me. A jolly white Christmas tree was planted, accompanied by olive green curtains fit for Hans Holbeins’ The Ambassadors. Girls in black satin and mermaid gowns, and boys in bowties, all stared at my clothes with mouths slightly agape. Yet, the night was still a blank canvas, ready to be painted with the palette of unforgettable moments.

As my legs navigated through a curved staircase, my expectation for the ‘exclusive dining experience’ was high, my mouth watering with dreams of glorious, prime-cut rib-eyes. With the last day of school almost upon us, the school had given Year 6 a dinner to celebrate with a smart casual dress code. Upon entering the room, lit with a light blue aura, my eyes began to jump at everybody’s attire. Some donned Pokémon hoodies, plain shirts, and even had bunny ear headbands. The atmosphere was vibrant with eccentric colour.

I turned to lock eyes with one of my friends, Carl. He looked at me with furrowed, pale blue eyes. “Ein, why are you wearing so… formal?”

“I thought smart casual meant formal.”

Carl pointed at his simple shirt. “This is smart casual!” I went to find my set seat, my excitement mizzling.

As the circular tables, decorated with flowers, stainless steel cutlery, and white tablecloths, filled up, the rest of the students sat at their designated seats. My table was occupied only by my friends, and it was hard to tell if that was a miracle or if I needed a miracle to get through the night. Even before dinner started, Bodhi, one of my friends, decided to upset one of my other friends’ water, Ian’s.

His innocent eyes and orange-red hair betrayed nothing about this plot. “Ian, look! It’s the photographer’s camera! Fetch it for me now, won’t you?”

Ian turned his head over to see the matter, as Bodhi swapped his free hand for a ketchup packet, an inkling descending down to Ian’s water. Ian turned around, his white horn-rimmed glass frame and curly brown hair jumping, and shrugged. Chugging his water down, his face remained indifferent.

Bodhi puckered up. “I must’ve not put in enough ketchup.”

Just as we started banging our fork and knives, the café doors swung open as waiters served our silver plates. What was behind these lids? In a puff of steam, the lids were lifted, revealing… chicken schnitzel, shoestring fries, and cherry tomato bush relish.

I scrutinised my plate, my brain still apprehending the fact that the steak was nowhere to be seen. Everybody else also raised their eyebrows: the size of the food was enough to nourish a toddler. Yet, we started working on it, conversation flowing with no end in sight.

Indeed, I was lucky that my table was filled with my friends. Bodhi and Ian sat on either side of me, and Spencer also sat directly in front of me. Spencer started the conversation by parting his straight blonde hair.

He turned to Bodhi. “So Bodhi, what do you want to become in the future? I want to be a pilot and take aerial photographs, just like my father!”

“Oh, umm… A stand-up comedian, of course! I’m going to charge a thousand dollars for every joke! I’m going to be famous! Get your autograph now before I get too busy! What about you, Ian and Ein?”

Ian’s throat bobbed up and down. “I want to be a geologist! Don’t you think Indiana Jones looks so cool?”

“And I want to be a lawyer, because Daredevil makes lawyers look so cool!”

Spencer also had more than enough gossip to share as well.

“Hey Ein, did you know that Mia likes you?” Mia was one of my classmates.

I was spared of the red curtain of shame, for Bodhi banged the table, standing up with his face forward. With round wide eyes, he said, “REALLY? DOES ANYBODY LIKE ME TOO?”

Yukino, another girl in my class, was passing by, and at the sound of this question, had an answer to make up for it. “Maybe, if your mouth wasn’t always open!” Bodhi jutted out his lips, lowering the corners of his eyes.

All the plates were licked clean, like Oliver Twist, except for the tomato relish and indeed Ian’s mouth formed an upside down crescent. “Was that it?”

I turned to Ian. “It didn’t satisfy me at all!”

As I shoved the last of my chicken schnitzel into my mouth, I hoped to sit in peace until dessert. But I was only in a dream. Ketchup stains against the white cloth were everywhere, Bodhi even drawing on them. This only imitated one of Kandinsky’s abstract works. As I pushed the plates far from me, crimson red burst on Ian’s chest: he had taken a direct hit from a tomato.

My eyes went square. Tables 2 to 3 had begun using the tomatoes from the leftovers from their dinner as ammunition: Ian had fallen victim to a stray bullet. Year 6’s best at maturity was far from this. After a tomato whistled close to my ear, I threw a cherry tomato back, only to be hit by another tomato. Throwing another tomato, I was hit again. I looked up to see another tomato directed for my head.

Holding my arms up, I braced for impact: it never came. Opening my eyes, Bodhi’s cheeks were puffed out with little round tomatoes showing. “If you’re not eating that,” Bodhi said to Ian, specks of red flying out. “I’ll gladly take it.” He plucked another tomato out of Ian’s hand and frowned at everyone, sitting down. The rest of us followed in silence, our mouths agape. It was time to end the impromptu food fight.

Sitting down, the last tomato, served on Ian’s plate, was being eyed by Bodhi’s solemn eyes. Ian picked up the tomato. “Open wide Bodhi! Here comes the train! Choo-choo!”

Bodhi opened his mouth with half-moon eyes. “Aaaaaahhhh!”

Ian slid the tomato into Bodhi’s mouth. “Mmmmmm!” A peal of laughter among us all danced through the air, weaving a bright piccolo melody: our last supper as our last year of primary school ended like this. I felt surreal that I would no longer attend primary school. Reflecting on this school year, each day felt like an unbearable burden. But today, I saw school through a different lens, its memories and experiences shaping my journey. I am grateful for the time with my friends, something so hard to say goodbye 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