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tish Columbia주의 중학교 생활
아들은 2013년 생으로,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는데 캐나다에 와서 갑자기 중학생이 되어버렸다.
같은 BC주라고해도 바로 옆에 동네는 Elementary school이 7학년 까지라는데.. 우리 동네는 6학년부터 Middle school에 해당한다. (6~9학년이 Middle school, 10~12학년은 High school)
아들도 나도 낯선 캐나다의 학교 생활을 하며
매일 우리는 서로의 학교 생활이 어땠는지 묻기에 바빴다.
나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캐나다의 중학교는 어떤 모습이고 또래 아이들을 어떤지 매우 궁금했다.
등교 첫날..
아들은 12시쯤 수업이 끝난다고 분명 들었는데.. 10시 30분쯤 집에 돌아왔단다.
알고 보니... 아들의 학교는 1교시, 2교시 수업을 쉬는 시간 없이 하고 모닝 리세스라고 20분간 쉬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3교시, 4교시를 하고 40분간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5교시, 6교시를 하고 3시에 하교.
알고 보니 말도 통하지 않고 눈치로 분위기를 보고 있었는데 모닝 리세스 시간에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운동장에 나가는 모습을 보고 집에 가는 시간으로 알았다며 본인도 어이가 없는지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다행스럽게도 학교가 집 바로 앞이라(뛰어서 1분 거리) 부랴부랴 뛰어가서 첫날을 무사히 마치고 왔다.
여기 아이들은 20분 쉬는 시간에도 운동장에 나가서 뛰어놀고, 40분 점심시간에도 운동장에 나가서 뛰어논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있으면 어서 나가서 놀라며 등 떠미는 선생님 등살에 입에 음식을 욱여넣고 뛰어나갔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중간중간 아이들이 점심도 간식도 자유롭게 먹는다고 한다.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껌을 씹거나 무언가를 꺼내 먹는다고... 나도 학교 생활을 하면서 보니 점심을 간단히 샌드위치 등으로 먹어서인지 배가 고파 가벼운 간식거리를 꺼내먹게 된다. 그럴 때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먹어도 되는 분위기가 신기하면서도 자유롭게 느껴졌다.
9월 한 달을 보내고 10월도 중순을 향해가는 지금은.. 더 익숙해져서 배가 고프면 가방에 쟁여둔 견과류나 초콜릿 등을 꺼내먹으며 배고프지 않게 수업을 듣는다.
아들의 학교에서는 거의 매일 체육을 하고 학교 주변 공원들을 돌아가며 간단다.(주변에 공원이 참 많다) 걸어서 왕복 20~40분 거리인데 여기 아이들은 체력이 단련되어서인지 거뜬히 다녀온다고 한다. 적응 중인 아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체력이 방전되어 낮잠을 자거나 누워서 쉬곤 한다. 덕분에 영어는 잘 못해도 친구들과 몸으로 뛰어놀며 즐겁게 다니는 눈치다.
영어를 잘 못 하니 친구들과 관계 맺기 어렵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도 다가와주는 친구들이 있다고 한다. 하루는, 이곳 아이들이 글쓰기를 하는 시간에 아들은 글을 쓰기 어려우니 담임선생님이 노트북을 주시며 듀오링고로 영어공부를 하게 하셨다고 한다. 블랙핑크를 좋아하고 한국에 관심이 많은 여자 친구가 옆에서 도와주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듀오링고를 하는 아들에게 와서 자기는 한국어 공부를 하겠다며 '아,에, 이, 오, 우'를 너무나 잘 따라 했다며 즐겁게 이야기해 주었다. 같이 공원에 다녀오며 집 앞에 놓여있는 물건들(집에서 안 쓰는 물건들을 박스에 담아 누군가 가져가도록 내놓는다)을 뒤적거리며 한국은 이렇게 집 앞에 물건을 내놓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언어는 잘 안 통해도 서로 관심을 갖고 소통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감사하다.
아들의 학교에서는 밴드부가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Grade 6 때는 밴드부 악기 중 한 가지를 골라 무료로 대여해 주고 가르쳐준다. 트럼펫, 색소폰, 클라리넷, 플루트, 프렌치 호른, 일렉 기타 등등... 다양한 악기들을 형, 누나, 선생님이 교실에 가지고 와서 소리를 들려주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음악 시간을 제일 싫다고 말하던 아들이 소리가 예쁜 악기를 마음속에 점찍고 집에 와서도 유튜브로 검색하며 어떤 악기를 배울지 신중하게 고민했다. 연말에 다 같이 공연도 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그중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어떤 친구가 선생님께 "트럼펫에 물을 붓고 불면 어떻게 돼요?"라고 묻자 선생님이 바로 "정말 보고 싶니?"라고 묻더니 곧바로 물을 붓고 트럼펫을 부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다. 그런 질문을 하는 친구도.. 그걸 바로 보여주는 선생님도 아들과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느껴졌다.
그 밖에도 신기한 점은 거의 매일 교장선생님께 메일이 온다. 학교의 크고 작은 행사부터.. 방과 후 활동 신청 메일, 개인 락커 자물쇠 사용에 관한 메일이며 등등... 한국에서는 모든 것들을 담임 선생님과 상의하고 요청하고 질문했는데 이 또한 새롭게 느껴지며 한국의 선생님들의 노고가 다시금 크게 느껴졌다.
양궁, 목공, 크로켓, 산악자전거, 하키, 뮤지컬, 튜터링(Kinder~G3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가르쳐보는 활동), 소프트 볼, 발리볼, 캐노잉 등등 생소하고 다양한 수업들이 많았다. 비용은 12월까지 수업인데 80불로 저렴하고 모든 과정의 비용이 동일하다고 한다. 아들은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양궁을 선택했다. 인기가 많은 과정이라는데 운 좋게 1 지망에 원하는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어 기뻐했다. 다양한 경험을 학교에서 해볼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참 많은 것 같다.
궁금하고 기다렸던 학교의 'Open House' 행사!
방과 후 2시간 30분 정도 학부모들에게 학교를 개방하는 날이다. 각 반 담임 선생님과, 특별활동실 선생님은 교실에 계시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부모님을 초대해 학교를 소개해주는 행사다.
남편과 함께 두근두근 학교에 도착.
아들은 설레고 긴장된 표정으로 우리에게 열심히 학교를 안내해 주었다. 생각보다 내부가 넓고 복도가 미로 같았는데 여기저기 다니며 신나게 설명해 주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넓은 창이 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교실. 언어도 문화도 낯선 환경에서 고군분투할 아들이 그려졌다.
중학교라고 하지만 직접 아이들을 보니 아직 앳된 모습이 가득하다.
이 날은 아이의 반 친구들도, 부모님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침, 아들이 자주 이야기하던 친구 Sean과 엄마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전화번호도 교환했다.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데 먼저 말도 걸어주고 함께 뛰어노는 고마운 친구.. 덕분에 아들도 조금씩 자신감을 가지고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Nelson에는 중학교가 1개뿐이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스쿨버스나 시내버스 또는 자차를 타고 등하교를 한다. 아들은 운이 좋게도 우연히 바로 학교 앞에 있는 집에 살아 덕분에 편하다. 운 좋은 녀석..
캐나다에서는 보통 아이들이 함께 노는 Play date를 할 때, 부모가 서로 연락을 하고 약속을 잡는다. 고맙게도 Sean의 엄마도 흔쾌히 같이 놀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서 주말에 집에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들은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수시로 교장실에 간다고 한다. 담임 선생님이 안 보여도 교장실에 가서 물어보고.. 교장실 앞에 테이블 위에 BC주에서 생산한 유기농 채소, 과일, 요구르트 등 간식을 항상 준비해 주셔서 언제든지 아이들이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항상 팔을 걷어붙이고 교장선생님은 바삐 돌아다니신다고 한다..ㅎㅎ
한국에서는 무슨 말씀들을 때 빼고는 교장선생님을 뵐 일이 잘 없었다는데.. 여기서는 수시로 만난다니 신기하다며 웃는 아들.
재미있는 이야기로.. 음악 선생님께서는 개를 데리고 출근하신다고 한다. 크고 갈색의 탐스러운 털을 가진 개'브랜디'도 만날 수 있었다. 덩치는 크지만 아주 온순해서 아이들만 보면 배를 보이며 누워 쓰다듬어 달라고 한단다.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자유롭게 돌아다녀 아이들이 집중을 못 할 때는 방 안에 넣어두신다고.. 학교에 개가 돌아다니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에 웃음이 났다.
학교를 구경하는 동안 이곳 저곳 자유롭게 둘러보며 편하게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드라마 수업 시간이 있는데, 쑥스러움이 많은 아들인데 자기도 친구들과 대사를 했다며 자랑을 했다. 한국에서는 학을 떼며 싫어했는데 그래도 그렇게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함께 연습하는 연극이 있는데 몇 달 후 공연을 한다니 살짝 기대를 해본다. 연극실을 둘러보며 나가려는데 영화배우처럼 예쁜 여자선생님이 한국말을 하셨다. 알고 보니 여수에서 1년간 생활을 하셨단다. 지금은 남편이 된 당시의 남자친구와 함께.
찜질방도 좋아하시고, 여수의 맛있는 음식이 많다며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얘기해 주셨다.
많은 학생들 중 아들의 이름도 기억하며 아들이 조금 쑥스러워하면서도 잘했다며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이렇게 격려해 주시니 아들도 더 즐겁게 했구나 싶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체육시간을 제일 좋아했던 아들은 여기서 거의 매일 있는 체육시간과 공원에 나가는 일상 덕분에 매일이 즐거운 것 같다. 학원도 없고.. 수시로 뛰어노는 학교가 즐거운 모양이다. 아직 영어가 어려우니 어떻게 공부를 시켜야 할지도 막막하고 올 한 해는 언어가 편해질 때까지 그냥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캐나다에서도 읽고 쓰고 말하기 교육에 열심인 것 같다. 수시로 책을 읽도록 하고, 글을 쓰고.. 이번 학기 큰 과제가 책을 읽고 소개하는 북 토크라고 한다. 아들은 이제 몇 문장 간신히 쓰는 수준이라 그 시간은 어렵지만 수학시간에 자신감을 조금 충전하는 눈치다. 한국보다 수학 진도가 느린 덕분에..
지금 3~4 자릿수 곱셈을 하는데 한국에서 훈련된 연산 속도에 이곳 아이들은 놀란다고 하지만..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원리를 잘 이해하며 아들이 공부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Open house' 행사 덕분에 친구들도 집에 초대해 즐거운 주말을 보냈다. 아이들이 스시를 좋아해 김밥을 말아주었더니 너무나 신나게 먹었다. 남은 건 싸가도 되냐며 좋아하는 아이들.
중학생이지만 노는 모습을 보면 어느 나라 아이든 똑같구나 싶었다. 한 없이 밝지만 한 편으로 예의바른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아들이 적응하기 어려우면 어쩌나 노심초사 했는데 좋은 친구들을 만나 감사하다.
언어도 지금은 더디게 느껴지지만 나보다는 빨리 늘겠지..
내년에 아들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