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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Sep 23. 2024

캐나다의 학교생활

다시 학생으로  살아보는 이야기

9월도 어느새 절반이 훌쩍 지나갔다.

아들도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아 입학을 하고.. 나도 새 학기 개강에 맞춰 등교하기 시작했다.

아들도 나도 타국에서의 학교 생활에 긴장도 되고 적응하느라 1,2 주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캐나다에 살아보면 어떨까 처음 마음을 먹었을 때..

우리가 어떤 비자로 머물 수 있을 수 있을까부터 고민했다. 여러 가지 길이 있겠지만 우리는 학생비자를 선택했다.

캐나다는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학업을 하면 자녀가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다.

남편과 나, 중에서 누가 공부를 할 것인가 의논을 했는데.. 오랜 회사 생활로 지친 남편은 그다지 공부를 해 보고 싶은 분야가 없다고 했다. 외국인으로서 학비도 만만치가 않은데 허투루 쓰기도 아깝고..

결국,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 관련된 공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나는 언어치료사로 일을 하고 있었고.. 그중 자폐 아이들의 치료가 제일 어려우면서도 그쪽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그때부터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 Analysis)을 공부할 수 있는 캐나다의 학교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주로 온타리오주에 관련 학과가 있는 학교들이 많이 있어서 토론토 근교에 있는 학교에 가기로 결정을 했다. 준비를 하며 생각해 보니 아들이 캐나다의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면 한국에 돌아와서 힘든 점들이 많을 시기이고 돌아오지 않겠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영주권을 목표로 학업 계획을 수정하며 BC주로 계획을 틀게 되었다.


지역과 학교를 결정하고.. 공식적인 영어점수(IELTS)가 필요했다. 입사 때, 토익 시험을 본 이래로 영어와는 담을 쌓고 지내서 오랜만에 책을 펼치고는 막막했다. 일단은 조건부입학(캐나다 컬리지 전공에 들어가기 전, 어학과정을 하는 조건으로 입학허가를 받는 것)으로 등록을 하고 비자를 받았다. 1년여 전부터 준비를 해서 마음의 여유도 있었고 캐나다에 가기 전까지 최대한 영어 점수를 만들어 보려고 했다. 직장을 다니고.. 아이도 챙기고.. 편찮으신 엄마도 챙기며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어느새 출국 2달을 남겨둔 시점이 되었다. 그간 인강을 신청해 두고 거북이처럼 천천히 문법책 1권만 간신히 정리했는데....


2달 전, 나는 퇴사를 하고서야 매일매일 필리핀 선생님과 1시간씩 스피킹과 라이팅 실전반 수업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다. 글을 쓰고 교정을 받고.. 스피킹 연습을 하고.. 한국어로도 글을 쓰는 게 쉽지 않던 나는 그야말로 쥐어짜 내며 간신히 간신히 과제를 했다.

그리고 결국엔.. 목표 점수가 나올 것 같지 않아 IELTS시험은 보지 않고 캐나다로 왔다.

와서 보니 이미 내가 가려는 전공의 정원은 마감이 되어있어서 영어 점수가 있어도 들어갈 수도 없고...

지금 나는 어학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레벨테스트를 받고 나에게 맞는 레벨을 배정받아 수업을 받고 있다.

혼자 인강으로 공부하다가 수업을 들으며 차근차근 공부하니 한결 즐겁게 느껴진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은 일본인과 한국인 교환학생, 어학연수 학생도 있고..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퀘벡이라는 도시(불어를 주로 쓰는 도시)에서 영어를 공부하러 오는 학생, 영주권을 목표로 전공을 준비하며 어학 공부를 하는 브라질, 페루, 중국, 이스라엘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있다.

각자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도 하며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도 많고 수업시간에 이야기 나누다 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한다.


이곳에 와서 신기했던 점이..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무언가를 먹는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처음에 아들에게도 듣고 좀 놀라웠다. 아들 반에서는 껌을 씹는 친구도 있고 점심 도시락이나 간식을 꺼내서 수업시간에 먹어도 선생님이 아무 말씀을 안 하신다는 거다. 나도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보니 선생님도 우리가 해야 하는 과제를 주시고 무언가 꺼내서 드시기도 하고... 어떤 선생님은 나도 꺼내먹을 테니 너희도 배고프면 꺼내서 먹으며 들으라고 하셨다.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  


주로 어학과정 선생님들은 국제학생과 다른 나라에 대한 이해가 더 깊은 편인 것 같다.  Writing 시간에 선생님은 주로 아시아 쪽 학생들은 특히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것을 빗대어 이야기하시며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에 대해 한참을 설명해 주셨다. 너무나 공감되는 이야기... 자유로운 토론식 수업이 너무나 익숙지 않은 세대이기에..(요즘 세대도 비슷할까?) 수업 중간에 자유롭게 질문하고 발표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IELTS 시험의 Writing 파트에서도 비판적 사고를 하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게 특히 어렵게 느껴졌다. 요즘엔 용기를 내서 발표도 먼저 하고 자꾸 말하려고 애쓴다.

시간이 가고.. 어학과정을 마치고.. 전공을 들어가면 어떻게 어떻게 시간이 가고 버티겠지만.. 그냥 버티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얻고 적극적인 삶을 살고 싶단 생각이 크게 드는 요즘이다.


어학 프로그램의 학과장 Paul 이 학생들을 배려해 주말에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했던 주말.

덕분에 처음으로 우리 가족이 캐나다 집에 초대도 받고, Potluck party(각자 음식을 한 가지씩 준비해서 모이는 파티)도 처음으로 경험해 보았다. 이런 부분은 참 합리적이란 생각이 든다. 초대하는 사람도, 초대받는 사람도 조금씩 부담을 덜 수 있으니..^^ 나는 한국 아줌마답게 잡채를 한가득 만들어갔다.

신기해하며 먹어주던 외국 학생들 덕에 기분이 참 좋고 뿌듯했다.

 

넓은 마당에 풍선도 달고 바베큐도 준비했다. 예쁜 쌍무지개도 본 날.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한편에 세팅해 두고 자유롭게 서서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는 파티.

아직 영어도 서툴고.. 이런 문화가 너무나도 낯설지만 애써봤던 나의 첫 번째 캐나다의 파티 문화 경험이었다.

용기를 내어 새로운 사람과 인사를 하고 이야기도 나눠보았다. Paul의 지인의 아내로 남편이 캐나다에서 EA(Education Assistant)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캐나다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학습에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1:1 지원이 된다. 우리나라도 물론 활동보조인을 정부에서 지원하지만, 캐나다의 EA는 관련 전공이 따로 있고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 분과 자폐 아이를 치료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부분을 이야기하는데 EA로서 자폐아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진심이 느껴졌다. 발달지연 아이들과 함께하며 캐나다의 특수교육에 대한 깊은 이해와 구체적인 정부 지원이 늘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이른 아침 매일 학교를 가며 지나치는 마당이 예쁜 집

주 5일 새벽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간다.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만큼 오후 3시 전이면 집에 돌아온다.

강제로 아침형 인간이 되어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그리고 기다리던 주말 아침. 넬슨에 있는 작은 비행장에서 매년 열린다는 행사가 있어 찾아갔다.

어른은 10불, 아이는 6불을 내고 먹는 아침식사, 원하면 자유롭게 입장 시 기부를 한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어디를 가도 흔한 기부문화

아침도 먹고 비행기도 구경할 수 있다고 해서 늦잠을 자고 부랴부랴 나서보았다.

갖가지 모양의 비행기들이 줄 지어 서있고, 자유롭게 구경도 하고 탑승을 해볼 수도 있었다.


10불씩 내면 간단한 팬케이크, 소시지, 계란 등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코너가 있었다.

음식을 줄 서서 받고, 테이블에 앉았다. 우리 앞에 아이들과 함께 온 우리 또래 백인 캐네디언과 인사를 나눴다.

그녀의 이름은 Zen. 그녀는 매년 이 행사에 온다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한국에서 이사를 왔다고 하니 놀라며 어떻게 넬슨을 알았는지 우리에게 궁금한 게 많았다. 알고 보니 그녀도 온타리오주에 살다가 이곳에서 공부하고 싶은 Art관련 학과가 있어 이주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넬슨은 작은 마을이지만 예술과 문화가 발전한 도시라 특별한 전공들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본인도 Art를 전공했는데 Art Therapist로 더 공부하기 위해 이곳에 와서 공부를 하고 이곳이 좋아 계속 살게 되었다고 했다. 이곳에서 도움 되는 크고 작은 정보들을 우리에게 친절히 알려주며 전화번호도 교환하고 헤어졌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이야기도 하며 덕분에 즐겁게 아침식사를 했다.

영어로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만 내려두면 친절한 캐네디언들은 대화를 늘 반기고,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캐나다에 오기 전에는 이곳에서 쓰는 학비와 생활비를 생각하면 아깝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점수를 만들어와 본과를 바로 가고 졸업해서 얼른 일해야지 싶었는데.. 지금은 여유를 가지고 부족한 어학 공부를 충분히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 와서 더 크게 느끼지만.. 일에 관련된 영어뿐만이 아니라 영어로 소통이 기본적으로 원활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도 중요하다.  교회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화시간에도 참여해 보고.. 다음 주에는 예배시간에도 가보려고 한다.

용기를 내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껴야겠다 다짐한 하루.


헬리콥터에서 내려다본 넬슨의 풍경


행사장에서 헬리콥터 체험.

어른은 120달러, 12살 이하 아이는 60달러.

다소 비싸지만 평소보다 할인된 가격에 경험해 볼 수 있다고 해서 우리도 난생처음 헬리콥터를 타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헬리콥터를 타봐서 두근두근!

멋진 넬슨의 풍경과 광활한 자연을 눈과 마음에 가득 담았다.


정신없이 주말이 지나가고 내일부터 월요일이 시작된다.

어느새, 3주 차도 지나가고 4주 차에 접어든다.

즐거운 한 주를 시작해야지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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