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받기
아침 일찍 일어나 길을 나섰다.
오늘은 우리가 한국에서 보낸 짐들(캐나다 쉬핑) 24박스가 캐나다 세관에서 보관 중이라 통관 인터뷰를 하러 갔다.
통관 절차를 거치면 우리 짐들을 집까지 배송해 주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전체 이사를 하는 게 아니라 비용적인 측면에서 나쁘지 않고 간단했던 것 같다.
가야 하는 곳은 써리라는 동네에 끝쪽, 미국 국경 사이에 있는 세관사무실.
숙소에서 45분 정도 부지런히 달리니 미국 국경이 보였다.
캐나다와 미국은 여권만 보여주면(ESTA나 ETA발급은 필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니 서로 여행하기 참 좋을 것 같다.
22살 때 캐나다에 3개월 정도 머물며 어학원을 잠시 다녔는데, 그때 외국이 처음이라고 하니 놀라움을 금치 못 하던 유럽아이들..ㅎㅎ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고 위로도 막혀있으니 해외여행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물론 요즘은 저가항공도 많아지고 해외여행할 기회가 많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나에게는 첫 해외여행이었는데 유럽아이들이 볼 때는 저 나이에 처음 외국에 간다는 게 마냥 신기했나 보다. ㅎㅎ 하긴 그 시절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항상 묻는 첫 번째 질문이 south 냐, north냐는 거였으니깐^^;;
괜스레 긴장하게 만드는 분위기....
남편과 나는 캐나다 쉬핑에서 건네준 서류들을 단단히 챙기고, 통관 인터뷰 절차를 읽고 또 읽고 숙지했다. 우리 짐이 뭐 대단한 것도 없고 일상에 필요한 물건들 뿐인데도 괜히 긴장되더라는..
입국심사 때처럼 엄숙한 분위기의 사무실이었지만 별것도 안 물어보고 여권이랑 비자 확인하고 서류 알아서 작성해 주고... 도장 하나 꽝! 찍어주고 끝!
끝이라고??
생각보다 너무 간단하게 끝났대서 우리는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ㅎㅎ
Everything is clear! It's done!
별거 아니었구나... 업체에 통관절차를 위임할 수도 있었는데 100불 + 20~25% 택스가 부과된다고 했었다.
직접 하길 참 잘했다 싶었다.
뭐든 부딪히고 시행착오가 있어도 스스로 해나가는 게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코퀴틀람도 조용한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더 외곽인 써리 끝쪽은 조금 더 벌판이 많았다. 농장도 많고(한국 채소를 재배하는 전문 농장도 발견) 드문드문 건물이 하나씩 나오는 게 음.... 외. 지. 다....
도심에서 나아갈수록 이런 풍경이구나...
조금씩 와닿기 시작했다..
과연 우리가 살 시골마을은 어떤 풍경일지 정말 궁금하다.
다시 맑아진 날씨와 우리 숙소가 있는 코퀴틀람. 영화에 나오는 듯한 예쁜 집들도 많고 깊은 숲도 많고..
숙소가 있는 코퀴틀람으로 돌아오니 다시 화창해진 날씨.
숙소 뒤쪽으로 숲이 울창한 산책로가 있고 예쁜 집들이 많았다. 이런 집들은 얼만지.. 나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검색 ㅎㅎ
이 정도 크기의 하우스는 한국 못지않게 아주 비. 싸. 다..ㅎㅎ
나중에 이 동네에 나와서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날씨가 좋아서 초밥집에서 도시락을 포장해 와서 아무 잔디에 그냥 털썩 앉아 먹었다.
신기하게 개미도 벌레도 없고 잔디도 뽀송뽀송했다.
캐나다는 팁이 있으니 우리 셋이 한 끼를 식당에서 먹으면 적어도 60~70불 정도 나오더라. 한식당에서는 돈가스, 칼국수, 돌솥비빔밥. 딱 요렇게 세 개 시켜서 먹어도 팁까지 74불 정도 나왔다. 한국에서는 제일 만만하게 한 끼 때우는 메뉴인데 ㅠㅠ
팁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아직 팁이 낯설다..ㅎㅎ 아니... 서비스직을 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솔직히 좀 아깝다..ㅜㅜ 이 사회에 더 지내며 적응하면 생각이 달라지겠지? ^^;
Take-out을 하는 경우에는 팁을 주지 않아도 무관하대서 괜히 내 마음이 따갑지만 눈 딱~ 감고 노팁..
날씨가 좋으니 밖에 나와서 먹는 것도 더 좋았다. 이제 우리 집에 정착하면 도시락 맛있게 싸와서 소풍 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배를 채우고 둘러보니 동네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댄스 동호회(?)로 추정되는 팀이 나와서 신나게 춤추고 그걸 보는 사람들도 춤추고 ㅎㅎ
마치 예전 우리 동네에서 축제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는 우리나라처럼 즐길만한 다양한 것들이 없어서 그런지 온 동네 사람이 다 모인 듯 바글바글했다. 한국에서는 연세 드신 분들이 주로 많고 젊은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보기 힘들었던 것 같은데..ㅎㅎ
여긴 대가족이 다 같이 온 경우도 많고.. 가족단위로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하는 문화라는 게 더 와닿았다.
티켓 1장에 게임을 1번씩 할 수 있는데 저런 소소한 게임 부스가 13개 정도 있었다. 1장씩 사면 3불. 4장을 한꺼번에 사면 10불.
그중 한 장을 남편이 써서 골프공을 바구니에 넣어 득템 한 장난감을 들고 한없이 기쁜 아들 ㅎㅎㅎ 10불로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걷다가 아이스크림도 먹다가..
넓은 잔디에 그냥 털썩 누워서 책 읽기.
맑고 쾌청한 날씨라 무엇을 해도 그냥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