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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약돌 Nov 24. 2020

엄마, 나도 저기 다니고 싶어, 영어 유치원.

[영유아 영어 사교육비 확 줄이는 육아 꿀팁 Part1]

오리엔테이션은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각 교과목에 대한 설명이 하나씩 이어졌다. 필수 교재에 대한 설명도 뒤따랐다. 교수부장이 마이크를 잡고서 원아들이 졸업할 즈음에는 미국 초등학교 4, 5학년 수준의 아티클은 편안히 읽게 될 거라고 공언했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묵묵했는데, 교수부장이 제시한 목표가 너무 소박해서 보인 반응인 것 같기도 했다. 교사 소개 시간이 되었다. 교사들의 이름이 차례로 호명되었다. 먼저 원어민 담임들이 한 명씩 무대 앞으로 나왔다. 모두가 앵글로색슨이었다. 원어민 교사 전원이 북아메리카 출신이며 영어교육과 관련된 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그곳이 내세우는 자랑거리의 하나였다.

정이현 소설집 <상냥한 폭력의 시대> 중 단편 <안나>


오전 8시 반 경, 아파트 단지에는 영어 유치원 버스가 한 대 들어온다. 한국인 선생님 한 분이 내리시면서 하이톤으로 "Good morning!" 하자, 남매가 버스에 올라타며 "Good morning!" 외친다. 남매의 할머니 되시는 분과 선생님이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영유(영어 유치원) 버스가 출발한다.


엄마, 나도 저기 다니고 싶어. 영어 유치원.


출처 : pixabay


잠시 후, 다른 버스를 기다리던 아이 하나가 "엄마, 나도 저기 다니고 싶어, 영어 유치원." 한다. 그 아이 엄마가 어떤 대답을 할지가 궁금했다. 엄마의 얼굴 표정에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당황함이 혼합되어 있었다. 아이 엄마는 결국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안아 주었다. 그리고, 스쿨버스 정류장에 있던 다른 엄마들은 "저 집은 아이 둘을 다 영유 보내다니, 대단하네." 라며, 부러움 섞인 수군거림을 던진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는, 오지랖을 발휘해서 "어머, 얘야, 영어 유치원 안 다녀도 된단다. 왜냐하면... "라고 말해주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꾹 참았다.


자신의 아이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자는 부모님의 마음은 십분 이해가 된다. (나도 부모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최고의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낸 후, 소위 '효과(아이가 원어민과의 회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영어 말하기가 편해 보여요 등)'를 보았다는 가정의 일화는 부모들의 귀를 팔랑거리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유치원에 관해서라면, 투자할 필요가 없는 금액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한 달 백만 원에서 많게는 이백만 원의 금액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분들이야 아이의 성향(적극성 및 스트레스 상황을 받아들이는 정도) 및 재능(타고난 언어 습득 재능)을 고려해서 영유 선택해도 무방하리라 본다. 그러나, '아이가 영유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혹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라는 질문에 대해서, 나의 답은 몹시 회의적이다. 5~7세 시기에, 영유아 대상의 영어학원이라 할 수 있는 영어유치원을 보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도, 영어 유치원 출신 아이들이 추후, 중고등 학생 시기 때 두각을 드러낸다는 보장도 없다. 첫째, 영어 유치원을 졸업했지만, 고등학교 영어(내신 및 수능)에서 고전을 겪고 있는 학생이 많다. 강남, 서초 지역에서 수업하면서 만난 학생들 상당수가 해외 체류 경험이 있거나, 영유 출신이다. 유초등 시기의 영어 이력과 고등학교 내신 혹은  수능 성적과는 별개인 경우가 많다. 입시와 직결되는 고등학교 영어에서 요구하는 것은 언어 능력을 기반으로 한 논리력이다. 영어 스피킹이 아니다. 둘째, 외국인과 회화 몇 마디 한다고 해서 스피킹 실력이 우수하다 할 수 없다. 결국은 모국어로 풍부하게 사고할 수 있는 아이들이, 영어로도 할 말이 풍부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이다. 그 내용을 담는 '틀'은 부차적 사항이다.




우리 아이의 경우를 예시로 '영유를 보내야 할 것인가?'를 분석해 본다.


-언어적 재능 

모국어 : 우리 아이는 모국어 습득이 빠른 편이었고(12개월 전후로 말문이 트였다), 모국어로 어떤 상황을 묘사할 때 상황에 적합한 언어로, 꽤나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단점은 책 등에서 흡수한 문어체 어휘를 구어체 상황에서 구사한다. 예를 들면 '단칼에 거절했어요' 등)

영어 : 5세까지는 영어로 한 마디라도 하려 하면, 극도로 거부했다. "난 영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난 한국인이라고. 한국인은 한국어를 써야 하는 거야." 우리 딸의 단골 멘트였다. 내가 영어를 강요한 것도 아니고, 영어책을 읽어준 것도 아닌데, 이상하리만큼 영어를 거부했다. 아마도 엄마 방에 가면 항상 '영어책'이 있고, '영어책'을 읽는 엄마는 자신과 놀아줄 수 없으므로, '영어책'='엄마와 자신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존재'로 무의식에 각인되어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보지만, 진짜 이유는 알 수 없다.


-성향/기질

예민한 편이다. 어린이집을 옮길 때도,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는 기간이 오래 걸렸다. 현재는 많이 무던해졌지만, 더 어렸을 때는 화장실을 가는 것도 밖에서는 잘 못 가고, 집에 와서 해결해야만 안정감을 느끼는 아이였다. (영유를 보내면, 언어 상황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예상된다.)


-경제적 상황

아이가 하나이고, 매달 학원비로 돈 백만 원(현 거주지인 경기도 A시의 영유 비용은 이 정도다. 서울 중심부는 금액이 더 올라간다. 재료비, 교재비 등 제반 비용 하면 + 알파) 가량을 쓰려고 하면 쓸 수는 있겠다. 그러나 없어도 되는 금액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괜한 지출을 하고 싶지 않다.


자체적으로 점수를 매겨 보자면, 아래와 같다.


언어적 재능 -> 모국어 합격, 영어 불합격

성향/기질 -> 난항이 예상된다.

경제적 상황 -> 가능은 하나, 쓰고 싶지 않다. (마음이 거부)




'그럼 어쩌라는 말이시오? 영어 유치원 보내지 말고, 아무것도 시키지 말고, 손 놓고 있으라는 말인가요? 그리고 영유 보내는 목표는 입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어릴 때, 영어를 모국어처럼 편안하게 받아들이기를 원해서라고요' 원성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무것도 시키지 말고, 손 놓고 계시라는 의미는 아니다. 결정적 시기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영어 노출이 목표라면, 굳이 영어 유치원이 아닌 좋은 방법들이 많다.

 

다음 회차에서는, 조약돌 하우스 영유아 영어 사교육비 획기적으로 줄이는 육아 꿀팁공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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