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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약돌 Nov 19. 2020

legal alien이 말하는 대치동

[대치동은 주식도 사주고, 사교육도 시킨다는데 Part2]

Oh,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Englishman in New York>  sung by Sting

신혼 초, 직장(대치동) 출퇴근 문제로 강남 어딘가에 거주했지만(자가 아니었음), 나는 본래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 따라서 나는 스팅의 노래 <Englishman in New York> 가사 속 legal alien이었다.


이번 편은 '교육특구 대치동' 이야기다.




한 때 '돼지 엄마'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 단어를 2010년경 듣고는, "돼지 엄마라고? 살찐 엄마라는 뜻인가? 그게 뭐지?" 했다. 돼지 엄마란 높은 교육열에 학원+과외 등 입시 정보에 빠삭한, 그러면서 주도적으로 다른 엄마들을 끌고 다니는 모습이 마치 어미 돼지가 새끼 돼지를 이끌고 다니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용어란다.


혹자는, 사교육에 대한 비판에 덧붙여, 특정 지역의 과한 학구열을 비판한다. 주식열풍 선두주자 격인 존리의 말을 인용해, "차라리 자본가의 길로 이끄는 주식이나 사주지, 과하게 학원비에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에 맞선, 현 대치동 거주 어머니이자 유명 블로거이신 분의 글을 보았다. 그녀에 따르면 대치동은 이런 모습이다.


'대치동 부모 구성 비율 중 노동 소득에서 자본소득으로 넘어간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모들이 공부 및 노력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기에 대치동에 거주한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사교육도 시키고 아이에게 주식도 사 주는 곳이 현재의 대치동이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각자가 판단한 최선의 지역으로 가는 것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비난의 화살이 가리키는 방향은 '특정 지역'을 향해서는 안 된다. 비난을 해야 한다면, 부모 본인의 과한 욕심으로 인해 자녀에게 감당하지 못할 부담을 주는 '일부 부모'다. 거시적으로는 그렇게 하도록 몰아간 '사회 구조'다.





legal alien의 눈으로 바라본 대치동은 '모두가 달리는 곳'이다. '학생 복'이 있었는지 내가 만나온 학생들은 대부분 온순했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이었다. 수년간 대치동 수업을 하면서, 수업량과 과도한 업무로 인해 번아웃을 경험했던 적은 있어도, 학생들로 인해서 힘든 적은 없었다면 설명이 될까.


그러나 이 아이들은 대부분 과한 학습 스케줄로 지쳐 있었다. 또한 다른 학생들과의 상대적 비교에서 오는 우월감 내지 열등감으로 힘들어하기도 한다. 대치동에는 학원 개수가, 그리고 그 종류가 너무나도 많다. 주변 모두가 달리고 있는데, 나만 여유롭게 산책한다는 것이 어렵다. 또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학원을 다니려고 했으나, 꼭 필요한 과목이 자꾸 추가되어 비대해진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대치동에서 나고 자란 소위 '대치동 키즈'들은 각종 학원 및 사교육에 너무나도 노출이 많이 되어 막상 입시를 위해 달려야 할 고등학교 시기에 '막판 스퍼트'를 내지 못하는 경우를 왕왕 목격한다. 자기 주도 학습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있는 학생들도 많다. 역시 지나친 사교육에 노출된 경우의 부작용이다.




비단 교육특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옆집, 우리 앞집, 우리 아이 학교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부모의 '불안'은 점점 더 커지고, 따라서 우리 아이의 속도가 아닌 '주변의 속도'에 맞추어 나아가게 된다.


과한 사교육은 과유불급이다. 사교육이 비대해지면, 아이는 소화불량에 걸린다. 사교육 다이어트가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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