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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꽁커리어 Jan 17. 2021

나에게 실망했다. 왜지? [1번째]

‘너 자신을 알라’  하기에 '나'부터 살펴야 

언젠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동시가 소개됐다.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 주니까, 냉장고가 있어서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먼지(강아지 이름인듯)가 있어서 좋다. 나랑 놀아주니까,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강아지만도, 생명 없는 냉장고만도 못해진 이 세대 아빠들의 서러운 자화상이 못내 개운치가 않았었다.

파리 목숨 같은 직장생활, 미래에 대한 불안함, 가족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항상 머리를 짓누르고 가슴까지 먹먹해지는 현실에 막혀 ’나‘라는 존재에 대한 가벼운 성찰마저도 뒷전이다.      


2000년 전 동양의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가 있었고 2500여 년 전 서양에서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금언이 있었다. 

전자는 병법에 기반한 처세학으로 나보다 먼저 상대에 대한 앎을 강조했고, 후자는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아직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철학적 화두로 남아있다. 

동양철학식 표현으로는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아닌 '지기 지피(知己知彼) 일 것이다. 

네 분수를 알아라, 네 주제를 알라는 뜻으로 상대방을 꼬집는 투의 말로도 쓰인 이 말은 사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궁극의 성찰과 존재감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     


# 신입이건 경력이건 입사 면접에서 늘 던지는 질문 하나.

규정 준수의 융통성과 흔치 않은 실적 쌓기의 기회라는 선택지를 제시한다. 업무수행 과정에서 규정 준수와 눈앞의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상충될 경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여기서부터 자신을 놓치는 반응들이 시작된다.

질문을 던질 때 분명히 양쪽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전제를 달았음에도 ‘상황에 따라 선택할 것이다.’, ‘규정을 안 지킬 경우 실적이 인정되지 않는가’ 등 이슈를 흐리는 반응들이 꽤 많다. 규정을 지키면 중요한 성과를 놓치고, 규정을 피할 경우 큰 성과를 거두게 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기준을 묻는 것인데 말이다.     


의사결정 능력이 아닌 가치관과 성향의 문제다. ‘자신’에 대한 맑은 반성(돌아보고 성찰하는 것에 초점), 정교한 분석과 끈질긴 고민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직시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스스로를 보완하고 보듬 어가야 한다.

위의 피 면접자들의 반응은 이런 기회가 없었거나 방치했기 때문에 둘 중 하나에 대한 선호도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은 경우다. 상황에 따라가고 분위기에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성향과 기질을 추심해보고 그에 따른 가치관과 기준이 설정되고 나면 커리어진로와 인생 비전, 미션까지도 가늠해볼 수 있다. 그래야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결의 단초를 수월하게 헤아려볼 수 있고 선별적인 대응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막장드라마에서 들은 듯하다.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진짜 몰랐을까, 당시엔 그럴 수도 있겠다. 나중에 한참을 생각해도 ‘진짜 모르겠다’라면 ‘자기기만’이 아닐까 한다. 나는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과를 내고 싶은가, 다시 말해서 ‘정도형’인가, ‘성과형’인가에 대한 나만의 성향과 기질을 냉정히 헤집어봐야 한다. 

그런 다음 모두가 우선 지켜야 하는 준법성과 지속 생존을 위한 성과 창출은 사회화, 조직화되어가면서 이성적, 논리적으로 보완해가는 것이다.       


회사를 선택하고 이직하는 기준도 자기중심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부모나 친구들한테도 먹어줄 만한(?) 회사, 연봉이나 복리후생이 좋아서, 사업부가 안정화돼서 등등의 외적·환경적인 이유로 지원을 하거나 이직을 고민하는가. 그보다는 나에게 요구되는 역량, 변화된 역할 등 커리어의 변화, 내 잡(Job)의 확장성이나 전문성에 따른 이직이나 직무전환을 고민하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일 것이다.

업무적으로 좀 더 들여다보자. 현재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을 과업 단위로 분류해본 다음 각 과업별로 자신의 역할과 행위들을 정리해보라, 그 역할을 하기 위해 자신만의 기술이나 능력들까지도 첨부해보자. 어떤 일은 싫고 잘 못하는 반면, 어떤 일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감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호불호로 나뉜 일에 대해 향후 커리어 비전을 위한 자기만의 시그니처 질문을 넣어보자. 자신만의 가치와 의미를 타고 가는 근본적인 자가진단형 질문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앞서 말한 자기중심과 가치관이 없다면, 있어도 흐릿하다면 시그니처 질문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시그니처 질문은 다음 편에서 구체화해보려 한다)


5년 후, 10년 후 목표나 되어 있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라 했다. 나를 알고 나를 지켜가는 이는 하고 싶은 비즈니스와 달성 목표를 자신의 가치와 비전속에서 그려간다. 그렇지 못한 지원자는 미래 어느 지점에서든 자신의 모습을 구체화해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오는 대답은 ‘회사 내에서 그룹장이나 PM까지 가고 싶다’ 거나 ‘대학원 진학과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내거는 것은 그나마 구체적이다. 3년 내 서유럽 5개국 자전거 여행과 같은 버킷리스트를 말하는 이들도 있다. 왜 그 나라에 가고, 그것을 하려 하는지,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나에게 어떤 것이 기대되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다. 그냥 힐링이고 비워낸 여행이라면 너무 멋없지 않은가.

그냥 주어진대로만 일하는 직장인의 모습은 강제노동에 동원된 무표정의 노역자들과 무엇이 다른가. 직장인의 정신적 불행은 일 속에 내가 없기 때문이다. 더 아프게 말하면 자기 가치와 중심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영혼이 없다는 말이다.


‘남에게 지는 것이 두렵지 않다. 나 자신에게 실망할까 봐 그것이 두려울 뿐’이라는 어느 프로골퍼의 말처럼 우리는 남들과 비교와 인정에 앞서 이미 자신스러워할 수 있는 자존심과 묵직한 존재감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스스로 인지해야 할 때다. 특히 이 어려운 시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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