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청수사 옆 공동묘지, 걷기
해외에서 우연히
현지인들의 공동묘지를 걸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기요미즈데라(청수사)를 갔다.
그러다 우연히
언덕을 내려오는 길을 다른 길로 잡았을 뿐인데
특별하게도
교토의 묘지문화를 볼 수 있는
'니시오오타니'를 지나게 됐다.
실로 놀라웠다.
교토타워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공동묘지에는
1만3천여명의 납골묘와 비석이
빼곡히 빽빽히 줄지어
서있었다.
바로 1분 전까지
청수사 안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웃고 떠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청수사 끝의 다른 한 지점에는 이렇듯
전혀 다른
죽은 자를 기리는
고요하고 적막한
엄숙하지만 친근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평일 임에도 물을 가져와
비석을 정성껏 닦고
꽃병의 꽃을 바꾸는 망자 가족들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문득 다른 생각이 든다.
나는 종종
한국의 실내 납골당을 생각하면
좁아터진 서울 아파트가 떠오르곤 했다.
네모 반듯한 좁은 공간 안에
다닥다닥 다글다글
평생 죽기 전까지 서로 몰랐을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하얀 뼈가루가 돼
겹겹히 안치돼있다.
물론!
망자를 그리워하며
돈과 시간, 정성을 들여
세상을 떠난 망자를 거두는
남은 이들의 그 애틋한 마음과 정성을
너무 잘 안다.
알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저렇게 죽어서까지
해가 뜨고 비가 오고 눈이 오는
사계 조차 느낄 수 없는
서울 도심 아파트처럼 꽉 막힌
좁아터진 실내 납골당 안에서
영원토록
모르는 이들과 머물러야 하는
망자의 생의말이
조금은 서글퍼진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이 곳 공동묘지 '오오타니'는
화장된 재를 비석 아래 묻는
납골묘로
얼굴도 모르는 이들과
좁아터진 공동묘지에
아둥바둥
어깨를 마주하고 묻혔다는 점에서는
우리와 같으나
적어도
빛과 바람, 사계를 온 몸으로
마주하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 나은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