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폭설예보가 있었다. 당혹스러울 만큼 쏟아졌던 첫눈을 경험한 뒤여서 조금의 긴장과 많은 설렘으로 오늘을 기다렸다. 하지만 오전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병원밖을 나섰을 때 겨울비답지 않은 굵은 비가 회색빛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출근할 때 자전거를 타고 왔기에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얀 눈꽃을 맞으며 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눈 오는 주말 오후, 창 넓은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겨울만이 피울 수 있는 꽃들을 바라보리라 혼자 계획한 것도, 빈 가지 끝에서 피어나는 눈꽃을 즐길 거라는 어제의 기대도 사라졌다. 추적추적 하염없이 우비가 채우지 못한 빈 곳으로 비가 새어 들어서 겨울 코트가 흠뻑 젖어버렸다. 눈이 온다면서요. 실망으로 얼룩진 마음에도 굵은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