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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May 16. 2024

휴식

휴식

오월의 비는 모든 식물을 키우고 세상을 깨끗이 청소해 준 듯합니다. 보이지 않지만 수없이 날아다니는 노란 희망들이 자신의 짝을 만나기 전에 하수구로 흘러가버리고 푸릇푸릇 매실이 통통하게 익어갈 즘 야생초들도 쑥쑥 자라납니다. 오늘 세무서에 가려고 올림픽공원을 지나는데 공원관리원 분들이 제초작업을 하는지 푸른 향내음이 진하게 바람에 밀려옵니다. 어렸을 적 이맘때는 쑥이 그야말로 쑥쑥 자라서 소를 먹이기 위해 쑥을 망태 가득 베어 마당에 널어놓곤 했습니다. 마루에 누워 바람에 실려오는 향긋한 쑥향을 맡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잠이 들곤 했습니다. 어느 날은 향기가 너무 좋아 마당에 널어놓은 쑥 가운데에 벌렁 누워 파란 하늘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때 느껴지는 충만한 행복감을 다시 느껴볼 수 있을까요?


<과학을 보다> 채널을 보면 부모세대의 경험이 유전적으로 자녀세대로 이어진다고 하던데 아마,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놀이터 바닥에 그렇게 누웠었었나 봅니다. 일종의 인과응보랄까요? 아이들도 그때의 나처럼 행복한 기분과 평안한 휴식을 즐겼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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