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버튼이 되는 것들이 있다. 그냥 울라고 만들어놓은 것 같은 장면들도 있고 전주만 나와도 눈앞이 흐려지는 노래들이 있다. '나의 아저씨'를 드라마로 보진 않았었다. 언젠가 봐야지.. 하고 미루고 아껴두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 OST만으로도 내 눈물 꼭지를 사정없이 열어젖혀 버렸다. 힘든 일도 없고, 넘어야 할 고개가 있는 것도 아닌 그냥 한해의 반절이 훌쩍 지나버린 날들 중에 하루였다. 혼자서 그림을 그리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내 안부를, 나의 평안함을 묻는 단 한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울다가 감정을 추스르고 도서관과 서점을 들른 후 아이들 하교시간에 맞춰 학교로 갔다. 동글동글 동그리들이 엄마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 하나에 환한 웃음을 짓는다. 너희들의 오늘이 평안하길. 너희 삶의 모든 날들 중에 항상 평안함을 기도하는 한 사람이 있음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아이들을 태권도 학원으로 데려다준 후 늦은 점심을 먹다가 우연히 기가 막히게 멋진 쇼츠를 보았다. 꾀꼬리 같은 청량한 플루트인 줄 알았더니 쥐들을 모두 끌어모아 몰살시킨 '피리 부는 사나이'의 피리였나 보다. 플롯 연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며 춤을 추는 중년의 아저씨들이 대단한 걸까, 아니면 저렇게 마법사처럼 사람을 이끌어 환각에 빠진 듯 환호하게 만드는 저 플로리스트가 대단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