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가 안 잡힌 날은 석촌호수에서 계속 운동을 하고 있다. 호수의 가을은 울긋불긋 다양한 색으로 물들고 그 색을 잔잔한 호수가 파란 하늘과 함께 오롯이 담고 있다. 가을은 둥근 호수에 담겨 잠잠한데 가끔 어딘가에서 불어온 바람에 낙엽들이 물 위로 떨어지며 하늘을 흔들고, 굳건한 나무에 파동을 일으킨다. 여기저기 소리 없이 색색의 추억들이 물에 잠겨든다.
호수 주변을 뛰다 보면 낙엽도 눈에 들어오지만 하얀색, 노란색, 보랏빛의 국화들도 아름답게 피어나 가을 정취를 더 느끼게 한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국화향을 좋아한다. 건물 1층 뒤편에 화단을 만들어 여러 가지 나무를 키우지만 요즘 같은 가을이면 그곳에서 피어나는 노란색, 자줏빛의 국화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늘이 진자리리라 개화시기가 조금 늦어 요즘 들어서야 한두 송이씩 불을 밝히고 있는데 야생으로 피어서 인지 진한 향과 색을 가지고 있어 내려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가을은 국화가 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날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