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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인데

by 이혜연
그래서 말인데

작년부터 요청이 있을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이 있습니다. 자주 가다 보니 일도 편하고 선생님들과 유대관계도 좋아 일을 하러 가는 건지 바람을 쐬러 가는 건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근래 그곳 근처에 수영장이 있다고 해서 자유 수영권을 구매해서 오전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갔습니다. 평일이라 사람들도 많지 않고 더군다나 초초급 레인에는 두 사람 정도만 있어서 편하게 수영을 즐기다 왔습니다. 자전거로 20분 거리에서 일도 하고 수영도 하니 돌아오는 길은 날아갈 듯 가볍습니다.


아이들이 홀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 혼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난 느낌입니다. 오늘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미친 듯이 바람이 불었는데도 일을 해서 돈도 벌고 수영으로 잠자던 근육도 운동을 시키고 왔더니 뭔가 큰 일들을 마치고 온 듯 뿌듯해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예쁜 카페에서 달달한 까페라떼까지 마시고 나니 더없이 봄을 즐긴 듯 마음도 충만해졌습니다. 이렇게 소소한 기쁨을 하나씩 모으며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작고 어여쁜 이야기들을 오늘도 채워가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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