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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 DONGNAE Oct 22. 2020

[피플&홈] 나를 돌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곳, 집

오인영 - Dongnae 마케팅 매니저, 전 BBC 방송 기자

오인영

Dongnae 마케팅 매니저, 전 BBC 방송 기자



하루를 시작하고 끝마치는 나만의 방식



Q) 인영님만의 모닝 루틴이 있을까요? 


A) 저는 하루 전체의 계획을 세세하게 세우는 편은 아니지만, 아침, 밤은 항상 루틴대로 생활하는 것 같아요. 


아침에 눈 뜨면 커튼부터 열고, 창문도 활짝 연 다음 환기부터 시켜요. 곧 겨울이 되면 창문 활짝 열어두는 게 어려워지니 요즘 같은 가을 날씨에 선선한 바람을 최대한 즐기려고 하고 있답니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아침에는 잔잔한 피아노 혹은 바이올린 클래식 음악 틀어놓는 걸 좋아해요. 음악 틀어놓고, 물부터 데우죠. 드립커피 준비하려고요. 이 닦고 고양이 세수하고 나오면 물이 다 데워져 있어요. 드립커피 향이 집 안에 가득 퍼질 때 기분이 참 좋아요.


커피 마시면서 여유 있게 화장하고, 전날 저녁에 골라둔 옷 입고, 여유있게 생각 정리하다가 출근하러 집을 나서는 걸 좋아해요. 요즘은 가능하면 걸어서 출근하려고 하고 있어요. 회사까지 걸어서 삼사십 분 걸리는데 가을 아침 공기가 참 좋더라고요. 밖에 나오자마자 ‘와!’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요! 걸어서 출근하면 공원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데, 그러다 아침에 조깅하는 사람들을  마주치면 가을 바람, 푸른 하늘,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조합이 왠지 뉴욕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줘요. 이렇게 여유 있는 출근길을 즐기면 정말 기분과 에너지 최고입니다. 



Q) 나이트 루틴은 어떨지도 알고 싶어요. 


A) 워낙 몸과 마음이 편한 걸 좋아해서, 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옷부터 갈아입어요. 그다음에 바로 화장을 지우죠. 얼굴 답답한 걸 싫어해서 세수를 정말 꼼꼼하게 하는 편이에요. 


그 다음에 아침이랑 마찬가지로 다시 음악을 틀고, 저녁 요리를 시작해요. 집밥을 좋아해서 저녁은 가능하면 꼭 요리해서 먹는 편이에요. 전날에 저녁 메뉴를 정해두고 쿠팡 로켓프레시로 재료를 준비해두고요. 저녁 먹고 나서는 바로 설거지를 하는 편이에요. 먹고 바로 치우는 게 습관이 되어서요.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번씩은 부모님께 꼭 전화를 드리려고 해서, 부모님과 통화한 뒤에 긴 시간 동안 샤워를 해요. 샤워하면서 생각 정리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 뒤에 생각이 유독 복잡한 날엔 명상을 하고, 보통은 책이나 시집을 읽어요. 지브리나 자연과 관련된 다큐멘터리처럼 잔잔한 영화를 보기도 하고요. 가끔 와인이나 맥주 한 잔을 함께 곁들이기도 해요.  




일상을 채우는 음악과 요리


Q) 음악이 일상에 녹아 있는 것 같아요. 자주 듣는 플레이리스트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청소할 때는 세상 떠나가게 신나는 노래를 들어요. 저 정말 노래 부르고 춤추면서 청소해요 (하하). 요리할 때는 무조건 재즈 음악을 듣고요. 요리하고 식사할 때 플레이팅부터 조명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거든요. 음악도 마찬가지에요. 나중에 지금보다 큰 집으로 옮기게 되면 부엌과 식탁은 재즈 음악이 잘 어울리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느낌으로 꾸며 놓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잘 때도 음악을 틀어놓고 자는데요. 잔잔한 멜로디에 바람 소리, 물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가 곁들여진 음악을 틀어놓고 자요. 그러면 중간에 잠을 설칠 때도 음악 덕분에 다시 평온해지기가 쉽더라고요. 



Q) 요리도 정말 진심으로 즐기시는 것 같네요. 어떤 요리를 제일 자주 하세요? 



A) 집밥을 좋아하다 보니 한식은 기본적인 것 여러가지 하는 것 같아요. 손님 왔을 때 대접할 수 있는 양식 요리도 즐기는 편이고요. 특히 파스타 같은 이탈리안 요리 좋아해요.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안 요리 하나만 고르라면 어려운데 (하하). 앤쵸비 파스타, 까르보나라, 토마토소스 베이스의 뇨끼 만들어 먹는 것 특히 좋아하죠. 


직접 신선한 재료를 사고, 요리하고, 플레이팅도 예쁘게 해서 식사를 하면 나 자신을 챙겨 줬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어차피 한번 먹을 건데 왜 그렇게 매일 정성스럽게 요리하냐는 말을 들을 때도 있는데, 저는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 자신을 최상으로 대해주고 돌봐주는 느낌이 참 좋아요.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집


Q) 자신을 건강하게 잘 챙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그런 태도는 어떤 계기로 갖게 되었나요? 



A) 저도 원래는 저 자신을 잘 챙기는 편이 아니었어요. 특히 방송인으로 일했을 때에는 아무래도 보여지는 직업이다보니 타인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에 더 집중했죠. 그런데 점점 사람들을 신경 쓰는 정도가 커지면서 번아웃이 오더라고요. 


여러 가지 이유로 방송일을 그만두게 되고 나서 저만의 공백기를 가지게 되면서 그때부터 자신을 돌보는 법을 터득하게 된 것 같아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온전히 저만 신경쓰는 시간을 갖게 된 거죠. 그게 대학교 3, 4학년쯤이었을 거에요. 요리도 그때 처음으로 하기 시작했고요. 


저 자신을 위한 루틴과 시간을 늘려가면서 참 뿌듯했어요. ‘이런 것도 내가 내 자신을 위해서 할 수 있구나’,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서도 내가 스스로 내 삶의 영역을 넓혀 갈 수 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회생활 중에는 뭐 하나 실수하면 눈치 봐야 하고, 생각할 게 많잖아요. 그런데 집은 그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예를 들어 요리하다 망하면 다시 만들면 그만인  ‘나 자신을 위한 공간’이라는 걸 그쯤 새로 느끼게 됐어요. 



Q) 집에서 가장 기분 좋은 때는 언제인가요?


A) 요새는 매주 주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집 청소가 너무 재밌어요. 지저분한 거 보이면 치우고, 정갈하지 않으면 정리하고 그러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요. 또 오로지 집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니까 생각도 별로 안 하게 되고요. 청소 뒤에 환기까지 시키면 너무 개운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와요. 그때 집에서 차 한잔하면서 햇살 받으면 정말 행복하죠. 저는 청소가 명상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가만히 있는 걸 잘 못 하는 저에게 청소는 생각 정리하기에 최고의 방법이거든요. 



Q) 집에서 제일 아끼는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최근 키우기 시작한 바질이요. 아침저녁으로 정성스럽게 물을 주고 있어요. 평소에 이탈리안 요리를 즐겨 하는데, 그러다 보면 바질이 최소 일주일에 3번 정도로 자주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신선한 바질 찾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차라리 내가 직접 키우자’ 싶어서 바질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이제 새싹이 작게 자랐는데, 자라는 걸 보는 재미도 있고 잘 키워서 맛있게 먹을 수도 있으니 나름의 즐거움이 있어요. 




앞으로 꿈꾸는 집의 모습


Q) 앞으로 꿈꾸는 ‘드림 하우스’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A) 먼저, 제가 강아지를 키우다 보니 강아지들이 뛰어놀 수 있는 정원이 있으면 좋겠어요. 


또 그 정원에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음식를 대접할 수 있는 예쁜 식탁도 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갖고 있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항상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요리를 대접하고 함께 와인 한 잔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꿈꿔왔거든요. 지금도 가끔 친구들을 초대해서 요리를 해주는데, 제가 해준 음식을 정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참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침실은 정말 마음 편안히 쉴 수 있고 깊이 잠 들 수 있는 동굴 같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거실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라운지 같은 공간이면 좋겠고요. 나중에 아이가 생기게 되면 탁 트인 시원한 느낌의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어요. 또 세상 어떤 공간보다 우리 집이 제일 예쁘고 편안한 것 같은, 안전하고 따뜻한 느낌의 인테리어를 하고 싶고요. 꽤 구체적이죠? (하하). 바깥에 나갈 필요도 없이 정말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한곳에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나중에 아이들이 어린 시절 전체를 추억할 수 있는, 진한 향수 같은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인영님처럼 스스로를 정성스럽게 돌볼 수 있는 집을 찾고 있다면, 동네를 방문해주세요.

https://www.dongn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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