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에서 오는 행복
"벌써부터 그렇게 너는 돈돈 거리니?!"
"돈이 인생이 다가 아니잖아!"
나는 이런 말을 참 많이 들어봤다. 어릴 적부터 돈이 없으면 불안해했고, 돈 많은 이들을 동경하면서, 돈을 벌고 싶었다. 글을 쓰고 책을 좋아하는, 예술을 좋아하는 아이. 그런 아이가 자본주의에 대한 선망을 이야기하고 자유경제에서 오는 경제계급에 대하여 당연하다 여기며, 노력하려 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런데, 말이다. 진짜, 배가 고파봤고, 돈이 없어하고 싶은 것이 아닌, 해야 하는 것을 못해야 했던 경험이 있다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다.
나의 어린 시절은 유복함과 가난함을 동시에 갖춘 다사다난한 나날을 보냈었다. 엄마는 부잣집 딸이었고, 아빠는 평범한 대기업에 다녔었다. 덕분에 초기에 나는 아주 유복하게 자랐다고 할 수 있겠다. 적어도 무언가를 가지고 싶다고 하면, 돈이 없어서 못 사준다고 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대기업에 다니던 아빠의 갑작스러운 퇴직과, 퇴직 이후의 아빠들이 밟는 수순으로 날려먹는 돈 등으로 가난함을 느꼈었다. 학원은 다 끊김은 물론이고, 대학 원서를 넣는 돈까지 걱정을 해야 했을 정도이니 말은 다 하지 않았는가. 급식도 지원받아서 먹었었다. 문제집은 교무실선생님들께 사정해서 받아썼다. 그렇게 나는 돈의 중요함을 깨달으며 살았다.
'돈을 욕심내면 나쁜 사람?'
돈에 관심이 많고, 결제하는 돈을 딱딱 나눠 쓰면서, 돈돈- 하다 보면 참 내가 얄팍한 사람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까짓 거 얼마나 한다고. 뭐 돈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다니고,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는 걸어 다니면서, 최대한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들을 모아다가 데이트도 하고, 적금도 들고, 악착같이 모았다. 그리고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일을 많이 하는 직원이니, 알아달라는 듯이 연봉협상 때에도 자기 어필을 열심히 했었다. 그 누구보다도 물질만능주의였다. 또한 그렇게 모은 돈으로 자기 보상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지도 못한 채 정말 악착같이 모았고, 살았다.
나는 돈이 필요했고, 돈은 생계였고, 중요했다. 그런 나를 보면서 비난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꽤 많았다. 예술을 하고 싶으면, 공부를 하고 싶으면, 그런 요소의 것들도 돈이 필요했다. 그런데 나를 비난하는 몇몇은 돈이 없어도 행복하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과연 그럴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돈이 없어도-가 아니라, 적절하게 있는 정도만 되어도 행복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돈은 필요하지 않다. 내 생활이 가능하고, 내 생활에 불편만 없으면 되리. 물론 이건 개개인의 소비습관에 따라서 필요한 돈의 규모가 달라지니까,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수능을 끝내자마자 일을 했다. 나는 등록금과 대학생활에 들어갈 돈, 생활비까지 모두 충당해서 벌어야 했기 때문에 벌어도 벌어도 모자라다고 생각했다. 돈독에 오른 20대. 장학금을 놓치기 싫었고, 무언가 빨리 되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을지도 모른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맨밥에 김치만 싸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월급은 100만 원도 되지 않아서 서울에서 자취하는 자취생은 이 물가 감당하기에 힘들었지만 열심히 짜게 짜게 살았던 거 같다. 살아가면서도 나의 정신은 피폐해지고 있었다. 영양실조까지 걸려봤다. 그런 나에게 '돈'은 사치가 아니고 필수요건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났다. 이직을 하면서 급여를 올려 받고, 대학입학금으로 대출받았던 것도 갚고, 조금씩 세상을 알게 되면서, 예적금, 재테크를 하고, 삶의 지혜가 쌓이면서 평범하게 사는 법을 익히게 되었다. 그 결과는 많은 돈이 해결책이 아니라, 나의 마음의 여유고, 있는 재화를 잘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돈은 그렇게 나에게 인생을 알려주었다.
돈이 아예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가지고 있는 돈을 잘 분배해서, 잘 굴리고, 잘 사용한다. 그중에 하나는 소비습관을 길들이는 것이었다. 유행에 휩쓸리지 말고,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필요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가족들을 살핀다. 짠순이처럼 굴지 않아도 된다. 값비싼 물건을 소비하는 것보다, 향 좋은 커피 한잔 집에서 내려놓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좋아하는 나는- 딱히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은 돈으로 큰 행복을 만들 수 있고, 작은 돈으로 나에게 성취감도 준다. 1원 하나, 10원 하나. 그렇게 모으고, 아끼면서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가지고, 채웠을 때의 그 행복. 그렇기에 돈이 필요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고 싶은 책은 빌려보고, 건강과 명상을 하기 위해 아침에 달린다. 마음이 헛헛할 때는 컴퓨터를 켜서 글을 쓰거나, 굴러다니는 오래된 공책에 이것저것 써단다. 마트에서 당일 할인하는 채소들을 사서, 정성껏 집밥을 하고, 두런두런 모인 가족들과 맛있는 밥 한 끼에 행복해한다.
낡았지만 포근하고 깨끗한 이불속에서 잠들면서, 하루를 감사해하고 행복해한다. 나의 부족함, 결핍은 없는 여유로운 일과를 맞이하면서 내가 돈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다.
간혹, 저기서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하면서, 비싼 커피값에 놀라고, 기분내기 위해, 오늘은 조금 지갑을 가벼이 열었다가 비싼 외식에 흠칫한다. 그건 당연한 거다. 그래도 -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속에서 내가 보다 나은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울 따름이다.
돈은 나쁜 것이 아니다. 나의 생활을 도와주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고마운 물질이다. 현실이기도 하지만, 꿈을 주기도 한다. 평범한 일상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도를 위하여 필요하기는 하다. 다만 일확천금의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요즘 들어, 친구들도 나뉜다. 작은 월급을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모으고 재테크를 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에 행복해하는 친구. 분명히 또래에 비해, 전체 인구 비율에서도 상위로 벌지만 월급이 적다며 힘들어하는 친구. 각자의 생활에 대한 관념이 잡히다 보니까, 돈에 대한 개념이 확실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월급도 없는 주부로, 경제책과 주식차트를 보면서 노후를 설계하는 타입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고, 희열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들어오는 돈이 적다고 힘들어하지는 않는다.
생각의 차이이다. 현재 쓰는 돈이 얼마 정도인데, 내 월급은 이것밖에 안되니, 나중에 도대체 얼마나 보아야 하는 거야?!라고 화낼 수도 있고, 현재 이만큼 버는데, 이 정도만 사용하고, 남은 돈을 이렇게 활용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쉴 때쯤이면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겠지? 라며 꿈을 꾸기도 한다.
나는 미니멀라이프를 꿈꾸는 일반라이프를 살고 있는 사람이다. 맥시멈라이프를 살고 있지는 않다. 예전에는 할인이 많이 된다면서 물건도 이것저것 쟁여두는 스타일덕에 작은 원룸에 짐들이 쌓여있었는데, 그 짐들이 결국 나를 짓누르고 무겁게 만들면서, 물건들을 비워나가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여유도 얻고 있다. 그렇게 미니멀라이프를 꿈꾸고 있다. 돈이 없어서 하는 것이 미니멀라이프가 아니다. 돈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면서, 물건 하나하나에 애정을 가지고, 내가 먹는 것 하나하나를 고심하다 보니 미니멀라이프가 되어가는 것이다.
평범한 삶이 내 목표이다.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늙어서, 편히 쉬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그런 평범한 삶.
어떠한 사건이 터지지 않는 이상에, 이런 삶은 지속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삶 속에서 돈은 필수불가결임을 알기에 적당하게 내가 살아갈 수 있을 돈을 열심히 두드려본다.
하루 살아가는데 들어가는 돈.
한 달을 살아가는데 들어가는 돈.
연간 살아가는데 들어가는 돈.
아이가 커가는데 필요한 돈.
은퇴 후, 죽을 때까지 필요한 돈.
돈은 그렇다.
좋아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이 아니고,
등한시한다고 해서 좋을 것도 아니다.
돈은 어디까지나 우리 삶의 수단이다.
돈의 쓰임을 정하고, 적절하게 쓰는 것은 우리의 지혜이고, 우리 삶의 모습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
소소하게, 행복하게,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하는 나에게도
돈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돈은 적절하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