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정 Oct 25. 2024

넓은 하늘

함께하는 세상 속에서

스리고 시퍼런

높은 하늘이 눈이 부시다.


아름답지만 감히 쳐다보지 못하는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진다.


당당하게 올려다보고픈

저 높디높은 천공(空)을 올려다보며

살포시 포갠 손그늘 사이로 훔쳐보는 하늘.


맑고 시린 하늘은 주변 풍경을 물들인다.


높은 하늘이 좋아

아픈 눈을 감내하며 올려다보았지만,

높은 하늘에 눈이 멀어 주변이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자신이 물들인 풍경에 걸터있는 넓은 하늘이 더욱 아름답다는 사실을.


풍경에 곁들여진 넓은 하늘은 조화롭거니와

눈이 편안하여 함께하기 좋나니.


높은 하늘과 넓은 하늘.

같은 하늘이지만, 내가 보는 다른 하늘.


넓은 하늘을 바라보고자 하니,

나도 하늘이 물들인 풍경 속의 인물이 되어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묻혀 하늘과 함께 스며든다.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하늘은 아름답다. 그 큰 하늘이 나를 살포시 품어주고 안아줄 수 있을 듯한 광활함에 대한 기대. 감탄, 동경, 낭만, 여러 감정이 겹쳐지니, 시린 눈을 부여잡고 올려다보고자 했다. 하지만, 하늘이 하늘이라서 아름답기도 하겠거니와, 산과 나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건물들을 반짝거리게 하는 배경이 되어주는 하늘이 더욱 정겹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독 반짝이는 사람이 있다. 물건 중에서도 유독 아름다워 보이는 물건이 있다. 대게 군집되어 있는 곳에서 특출 나게 보이는 것. 아름답고, 가지고 싶은 반짝이는 것들에 다가가기 위해 무리하는 우리. 또는 나. 하지만, 그것이 특별해 보이고, 아름답다고 느껴지기에 품어주길 바라며 애를 쓰다 보면 나 자신만을 망가트리고, 주변을 보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오는 절망감은 얼마나 크던가.

 평범한 내가 있고, 평범한 물건. 평범하지 않아, 하찮아 보이는 모든 것들은 우리가 선망하는 것들에 대하여 유독 반짝이게 보이게도 하지만, 그 반짝이는 것이 있어, 주변이 각자의 색을 더욱 뚜렷하게, 선명하게 보이게 하여 함께 빛날 수 있도록 하게 한다. 쫓아간다기보다 함께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함께 하기 위해 쫓아가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것이 있기에, 내가 더욱 선명하고 뚜렷하게 보이면서 함께 아름다워져 가는 것이다.

 높은 하늘은 멀지만, 넓은 하늘은 가깝고, 높은 하늘은 눈을 아프게 하지만, 넓은 하늘은 눈을 즐겁게 한다. 높은 하늘에서는 나를 발견할 수 없지만, 넓은 하늘에서는 풍경과 함께 걸터진 현재의 나와 함께 한다.

 오늘도 넓은 하늘과 함께하는 평화롭고도 아름다운, 낭만적인 하루가 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안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