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안녕, 30대는 처음이지? - 21. 자존감)
요즘
다시 다람쥐 쳇바퀴와 같은 일상에 뛰어든 요즘,
스스로에게 잘 살고 있는 건가 묻고 싶을 때가 있다.
대답이 없는 물음이다.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는 물음이다.
자조 섞인 궁금증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주관적인 판단뿐이고, 객관적으로 내 상황을 바라보기 쉽지 않다.
그렇게 스스로에 대해 물음표만 남는다. 확신이 없다.
그저 오늘도 버티고 있을 뿐이다.
자존감
어느 한 정신과 의사가 자존감에 대해 정의한 인터뷰를 보았다.
자존감이란 “나는 최고야, 나는 모두 잘할 수 있어.” 가 아닌, “지금 내 상황에서 이런 선택을 해야겠다, 이 정도는 충분하다.”를 인지하는 거라고 한다.
무조건적으로 무엇이든 모두 다 잘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자존감으로 결부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자존감은 현재 내 상황, 상태를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데에서 다져지는 것이다. 현재의 나를 단단히 하는 것. 어찌 보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마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복회로를 돌리는 게 능사가 아니었던 거다. 알맹이 없는 꿈은 허황된 신기루와 같다.
현실을 직시하고, 자존감을 키워내어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 내야 한다. 달콤한 열매를 위해 더욱 견고히 살아가야 한다.
그럴지라도
지난 백수 생활 때에는 위로가 싫었다.
현실이 녹록지 않은데 마냥 잘 될 거야, 힘내, 다 잘할 수 있어 따위의 말들이 나에게 와닿을 리 만무했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거였다.
불안정한 현실에서 꿈을 꿀 여유조차 없었던 거다.
가끔은 말이다.
말도 안 되게 멋진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현실이 보인다.
그래도 마냥 울적하진 않다.
자존감에 대해 시선을 달리 하기 시작하고부터는 미래를 꿈꾸는 게 퍽 재미있다. 그래도 몇 년 후에는 발톱만큼은, 손톱만큼은 조금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설레기도 하다.
요즘 나는 꽤나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틈이 날 때마다 무언가 해보려고 시도를 한다.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게 성공이든 실패든 중요하지 않다. 일주일에 책 한 권 읽기, 출퇴근 지하철에서 운동 겸 서서 가기, 하루에 커피 한 잔만 마시기, 아침에 따뜻한 차 한잔 마시기 같은 사소한 생활 습관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그렇게 모인 알맹이들로 하루 24시간을 메우고, 그런 나날들이 모이면 더욱 단단한 내가 되리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부단히 살아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