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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Mar 09. 2024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불량소년의 목숨을 담보로 한 갱생기

불량스럽다.

친구에게 돈을 뺏어 쓰면서도 죄책감이 1도 없다.

주인공 동우는 불량소년이다.

그의 인생을 바꿀 사고가 일어난 그날에도 동우는 준희에게 돈을 빌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달아나는 준희를 쫓으려다 차에 치이게 되고 동우는 그대로 저승으로 직행한다. 하지만 이는 생시가 같은 아이와 동우를 착각한 저승사자의 실수였다. 따라서 동우는 저승에서 이승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이승에 가기 위해서는 노잣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불량 학생이었던 동우의 곳간은 텅텅 비어 있었고, 결국 준희의 곳간에서 노잣돈을 빌려 이승으로 돌아가게 된다. 노잣돈을 정해진 날짜까지 갚지 못하면 도로 저승행이다. 동우는 시도 때도 없이 독촉장을 날리는 노자 장부에 시달리며, 준희에게 빌린 노잣돈을 갚을 궁리를 한다.  


노잣돈 갚기라는 전래 동화에서 이어지는 모티브가 식상하지 않다. 준희에게 노잣돈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우의 시도가 빤하지 않기 때문이다. 빠른 반성과 용서도 없다. 한숨을 동반하던 동우의 행동이 변화하는 과정이 슬그머니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준희도 마찬가지다. 피해자의 상황에서도 명확하고 차분하게 자기 마음을 전달한다. 글에는 퍼부어 쏟아내지 않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있다.

 



"나 3학년 때 왕따당했었어. 맨날 날 괴롭힌 애가 있었는데 툭하면 윽박질렀어. 그때부터 누가 강요하면 순간적으로 머리가 하얘져서 아무것도 못 해. 상담도 받아 봤는데 소용없었어."

동우는 숨을 들이마셨다.

"작년에 우연히 애들이 길고양이를 괴롭히는 걸 봤어.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았어. 숨어서 보고 있다가 애들이 가고 난 뒤 병원에 데려갔어. 의사 선생님이 조금 더 심했으면 죽었을 거라고 하시더라. 치료하고 내가 키우기 시작했어. 그때부터 길고양이한테 관심 가지게 됐는데 사람들한테 학대당하는 걸 알게 됐어. 잘못도 없는데 길고양이라서 괴롭히는 거야. 길고양이가 나 같았어."

준희는 잠시 말이 없었다. 동우는 몸이 빳빳하게 굳어 오는 느낌이었다.

"내가 보살펴 주고 지켜 줘야 된다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내가 조금씩 변하더라. 고양이만이 아니라 나도 지키고 싶어 지고."

"그랬구나."

동우는 그 말만 하고 한참을 가만히 있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응."

준희는 무덤덤하게 대답했고 조금 뒤 쌕쌕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이 들었다.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2015), 김진희 글/손지희 그림, 문학동네, 150p. -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2015), 김진희 글/손지희 그림, 문학동네





친구로 시작해서 친구로 끝나는 어린이들의 관계. 지금은 어린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른보다 삭막한 세계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이런 위로도 있으며 이런 변화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 꼭 현실 동우가 변하지 않더라도. 현실 준희가 '나도 지키고 싶어 졌다'는 씨앗을 품는 것만으로도 삶은 달라질 거라고. 자신을 향한 믿음과 진심으로 견디면 분명히 나아진다. 나아졌으면 한다.



- 추천 연령: 초등 고학년  

- 재미: ★★★★

- 감동: ★★★

- 교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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