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따뜻한 사람들, 휴직제도, 그만두고싶을때쯤 나오는 수당들
지금까지 내가 발행한 글들을 보고 어떤 이는 "아니 이렇게 불만이 많으면서 왜 여태 그만두지 않은 거지?"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마치 맨날 애인의 욕을 그렇게 그렇게 하면서도 헤어지지 않는, 그런 사람이라고 나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곳은 매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은 맞다. 하지만 떠나지 못하게 잡는 힘도 분명히 있다.
오늘은 나를 버티게 해 주고 잡아주었던 힘(공무원의 장점이랄까..?)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1. 가v족같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족같기도 한 조직
예전에 어떤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족같다는 말을 가v족같다고 표현한 것을 보고 굉장히 신선한 표현이라고 느꼈다. 나는 공무원 조직을 설명할 때 이 표현을 애용하곤 한다.
공무원조직의 문화에 대해서는 특히 윗분들에 대해 꼰대문화다, 실무자들만 일을 하고 윗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는다 등의 말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분들도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듣긴 했지만 나는 운이 좋았던 덕인지, 마지막 휴직을 하기 전 부서의 팀장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너무 좋은 팀장님들을 만났었다. 첫 발령지의 팀장님은 내가 민원대에서 민원인들 때문에 힘들어하고 울 때, 내가 좋아하는 한식집에 가서 밥을 사주시며 "나는 내 딸이 회사에서 힘든 표정으로 일을 하고 있으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 처음엔 다들 힘드니까 힘 내자."라며 격려를 해주셨다. 그리고 다른 팀장님께서는 내가 8급 승진을 했을 때 좀 더 씩씩한 서기가 되자며 내가 좋아할만한 선물과 손편지를 주셔서 감동을 주셨었다.
사실 사직서를 철회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이전에 모셨던 팀장님의 강력한 설득때문이었다. 항상 강하게만 보였던 팀장님께서 "00씨가 부족했던 게 아니야. 00씨 일 잘하고 내가 얼마나 아끼는데.. 너무 착하고 여려서 그런거야"라고 하시며 눈물을 보이시는 모습을 보고 내가 뭐라고 저렇게까지 해주시는지 나도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랫직원이 힘들어할 때 힘들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주시고 혼자 힘들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같이 업무적 고민을 해주시는 팀장님들도 꽤나 많으시다.
사기업에 다니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직 의사를 밝혔을 때 공무원조직처럼 설득을 하거나 다시 생각해보라고 잡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기적인 직원들도 가끔 있지만.. 내가 느낀 이 조직의 80% 정도의 직원들은 따뜻하고 선량한 사람들이었다. 때때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옆에 동료가 진상민원인에게 시달리고 있을 때 옆에서 나서서 한마디 해준다거나 힘든 일을 겪을 때 달달한 간식을 건네주며 도와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 유튜브에서 "회사에서는 친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는 영상을 하도 많이 봐서 친구를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나마저도 회사에서 말을 놓고 편하게 지내는 직원들이 세네명은 되는 걸 보면 그래도 이 조직 사람들,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 그리고 실제로 회사에서 만나 가족이 되는 사내부부도 많이 봤다.
2. 작고 귀여운 월급에 생각보다 보탬이 되는 각종 수당들과 상여금
편의점 알바생보다 공무원 월급이 적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닐 만큼 공무원의 월급은 작고 귀엽다.
8급으로 승진하고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월급을 보며 슬퍼하는 나에게 주변 주사님들은 그래도 7급이 되면 지금보다는 많이 나아진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며 위로를 해주시곤 했다. 이곳의 월급은 이렇게 적긴 하지만, 생각보다 수시로 들어오는 각종 수당들이 있다.
우선 설과 추석때 명절상여금이 지급된다. 월봉급액의 60%가 지급되며 명절 때 간만에 효자노릇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매년 1월과 7월에 정근수당이라는것이 지급되는데 오래 일할수록 지급비율이 상당히 커지기 때문에 10년정도 근속하신 부들은 그 수당히 상당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성과상여금이라는 것이 있다. 지급 기준 전년에 2개월 이상 실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지급된다. 사실 공무원에게 성과라는 것이 눈에 띄게 있지 않기 때문에 성과상여금의 기준이 되는 성과등급의 산정에 있어서는 늘 말이 많고 사내 익명게시판에도 종종 관련 글이 올라온다. s등급부터 b등급까지 성과등급에 따라 성과상여금이 지급된다. (c등급도 있긴 하지만 받아본 사람을 본 적은 없다.) 나는 가장 낮은 등급도, 가장 높은 등급도 받아보았는데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을 때조차 거의 한 달 월급에 준하는 상여금을 받았기에 큰 불만을 가지지는 않았다. 4월쯤 지급되는 성과상여금은 봄기운과 함께 내 마음을 설레게 해주었다. 역시 치료에는 금융치료만한 게 없다.
3. 힘듦을 주긴 하지만, 힘들 때 쉴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휴직제도와 복지혜택
나는 이 제도가 공무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공무원의 휴직제도는 육아휴직, 질병휴직, 가족돌봄휴직, 자기개발휴직, 배우자동반휴직 등 다양하다. 특히 주변에 자녀가 있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출산휴가, 육아휴직, 육아시간 등은 정말 큰 혜택이라고 한다. 결혼생각이 크게 없던 나도 이 조직에 들어와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을 정도니 말이다. 배우자가 해외에 나가는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배우자동반휴직 등 정말 다양한 휴직이 있다. 휴직마다 유급 무급 차이가 있는데 내가 현재 들어와있는 질병휴직의 경우 약간의 돈이 나오는 유급휴직이기 때문에 나는 사표를 내지 않고 휴직을 해놓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것 이외에 복지포인트, 건강검진, 건강보험 등 생각보다 제공되는 복지혜택들도 있다.
(그리고 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건강히 살아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 10년 이상 근무할 경우 나중에 60살인가 65살 이후에 연금도 받을 수 있다. 공무원의 최대 장점은 그래도 국가에서 최소한의 것들은 보장을 해준다는 점인 것 같다. 나처럼 공무원 조직이 첫번째 직장인 사람들은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체감하지 못하지만 다른 회사를 다니다 오신 분들은 이 기본적인 것들이 큰 혜택이라며 만족하고 다니시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공무원 조직의 뒷담을 너무 많이 깐 것 같아 양심의 가책을 느낀 공무원이 남겨본 공무원의 장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