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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경심 Apr 16. 2024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열자 그간 소통해 오던 H님의 피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사진 속 H님은 늘 그랬듯 아주 환한 웃음을 띠고 있었어요. 그녀는 말기 암 환자였지만 기적적으로 치유되어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피드 사진을 다음 장으로 넘기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장례식장 정보가 담긴 사진이 있었거든요. 본문을 읽어보니 H님이 그날 이 세상을 떠났다며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가 남겨 있었습니다. 지난 1월, 재발한 암을 잘 이겨내고 있다는 소식이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였네요. 아직 어린 자녀가 있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암 환우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던 그녀였기에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H님의 소식을 접한 그날 밤, 저는 뒤척이며 여러 생각에 잠겼습니다. 인생이란 단 한순간도 예측할 수 없고,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사람은 한없이 무력하다는 생각을 하며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늘 과업에 앞서 올라오는 중압감으로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닥쳐서 하곤 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너무 소진되었죠. 미루기 병을 너무 타파하고 싶어 관련 서적을 찾아 읽으며 이것저것 시도해 봤어요. 그러다 H님의 소식을 접하곤 문득 이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 어떤 일이 나에게 벌어질지 알 수 없는데, 미루지 말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면 되는데 왜 그토록 많은 시간을 걱정과 고민으로 낭비하며 보냈을까요?


 지나간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지금 여기'를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걸 다시 각성했죠. 하지만 이런 저의 각성이 또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란 참 간사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를 가슴에 더 깊이 새기기 위해 스티브 잡스가 살아생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했던 연설의 한 문장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




오늘은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입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며 좀 더 경건한 마음으로 글을 쓰려 노력했습니다. 모두 새로운 한주도 평안하시고 의미있고 충실한 하루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



*연재북에 글을 쓸 때는 처음부터 연재북으로 시작해서 써야하는 줄을 모르고 글을 올렸더니

연재북에 올라가지 않았네요. 같은 글을 두 번 올린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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