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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경심 Apr 29. 2024

나의 어리석음은 어디에서 왔나?

저희 집 싱크대 거름망은 플라스틱 소재였습니다. 촘촘한 머리빗처럼 디자인된 제품이었고 물 때와 곰팡이가 자주 끼었습니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칫솔로 촘촘한 망 사이사이를 닦아내는 것이 수년 동안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희 집 싱크대 규격에 맞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거름망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구매했죠.


 스테인리스 거름망은 수세미로 살짝 문질러주기만 해도 물때가 쉽게 제거되었습니다. 어찌나 편하던지 그야말로 신세계였습니다. 저는 이처럼 편리한 대안이 있었다는 것을 수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된 것이 무척 억울했습니다. 알고 보면 이 경험은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습관적인 생각 패턴이 고스란히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저는 힘든 감정이 들 때 주로 그 감정에 압도당하곤 했습니다. 문제가 닥쳤을 때는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그대로 견뎠습니다. 불편함을 해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 머물렀던 것이죠.


싱크대 거름망을 볼 때마다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생각 패턴은 일상의 작은 순간부터 큰 결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스며들어 있구나 하고요. 앞으로는 제 생각 패턴을 더 깊이 이해하고 알아차려야겠습니다. '주어진 상황'이 아닌 '내가 선택한 상황'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야겠습니다. 저의 어리석음을 현명함으로 변화시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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