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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경심 Jun 07. 2024

나를 의심하고 의심한다

가면 증후군 물리치기

 지여우 책쓰기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책'이라는 명사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는 어떤 한 영역에서 전문가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모두가 공통으로 겪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전문가들이 더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습니다. 이는 바로 '가면 증후군' 때문입니다.


 가면 증후군(Impostor Syndrome)이란 자신이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뛰어나지 않다고 믿으며, 자신이 주변을 속이며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불안 심리를 말합니다. 증후군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빈번하게 일어나는 경험이어서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진단매뉴얼인 <DSM-5>에서조차 가면 증후군을 정신질환으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리사 손의 저서 '임포스터' 참고)  


 가면 증후군은 전문가들, 특히 성공한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나타나며 자신이 겉으로는 성공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성공이 거짓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그 결과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며 불안해하고, 결국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저는 지여우 책쓰기 마스터클래스를 함께한 Y작가님의 사례를 통해 가면 증후군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분은 25년 차 독서 지도사로 오랜 시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쳐 왔습니다. 처음에는 교과 공부를 가르쳤다가 아이들의 학습에 있어 문해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잘 나가던 교과 학원을 접고,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독서 지도 교육원을 여신 용감한 분이었습니다. 스마트폰과 영상이 주를 이루는 요즘 세상에서도 25년 간 독서 지도 학원을 꾸준히 운영해 오셨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Y작가님에게는 25년이라는 시간만큼 독서를 통해 멋지게 성장한 제자들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작가님은 책을 쓰는 내내 자신 없어하셨습니다. 이미 비슷한 내용의 책이 있다며 자신의 글이 뻔한 글이 되는 건 아닌지,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닌지, 이러다 괜스레 망신을 당하는 것이 아닌지 두려워했습니다. 사실 기획출판으로, 그러니까 원고를 투고해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고 책을 출판할 경우 원고가 엉망이라면 출판사에서 책을 내주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망신당할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두려움을 느끼는 분은 좋은 책, 영향력 있는 책을 쓰는 분들입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책들은 최소한 세 번 이상의 퇴고 작업과 세 번 이상의 전문 편집자의 손길을 거친 후에야 이 정도의 완성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초고와 이미 출간된 종이책의 글을 비교하며 자신을 낮추곤 합니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지나치게 자신을 낮추는 것은 큰 독이 됩니다.


 저는 <어느 날, 나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왔습니다>를 브런치 스토리에 먼저 연재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종이책으로 나왔을 때 저의 지인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참, 신기해요. 분명 브런치에서도 읽었던 같은 글인데 책으로 보니 뭔가 더 와닿고 멋지게 느껴집니다."

  저 역시도 지여우 책쓰기 마스터클래스에 함께한 작가님들의 책을 컴퓨터 화면이 아닌 종이책으로 읽을 때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종이로 된 문서는 시각적, 촉각적 단서가 더해져 독자들이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책 내지 디자이너들은 글의 배치, 글꼴, 자간 등을 신중하게 조정하여 독자가 내용을 술술 읽을 수 있도록 만듭니다. 이는 종이책이 디지털 텍스트보다 더 쉽게 이해되도록 도와주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같은 글이라도 컴퓨터나 모바일 화면으로 보는 디지털 형식보다는 종이책으로 볼 때 사람들은 더 큰 신뢰감을 느낍니다. 저는 이것을 일명 '문서 효과'라고 명명했습니다. 가면 증후군으로 인해 불안하다면 '문서 효과'를 기억하세요. 여러분에게 큰 위안이 될 것입니다.


 Y작가님은 가면 증후군을 극복했을까요? 저는 Y작가님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 독서지도 성공 사례들을 상기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또한 책 콘셉트를 25년 동안 현장에서 검증된 독서지도 방법들을 가정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례 중심으로  다루기로 했습니다. Y작가님은 힘든 가운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책을 써냈습니다. 이후 무려 20군데 이상의 출판사에게 러브콜을 받았고, <우리 아이 책 좀 읽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가면 증후군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이런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성과와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아야 합니다. 자신이 이룬 성취를 직접 나열해 보고,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루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여러분은 그것들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여러분의 성과와 능력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가면 증후군을 극복하는 데 있어 중요한 걸음입니다. 자신이 이룬 성취를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하지 마세요. 수년간 혹은 수십 년간 노력해 온 자신에게 미안해하셔야 합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책을 쓸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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