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야
내면의 비판자 물리치기
최근 들어 책을 출간한 사람이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예전에 비해 책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많은 홍보 문구가 쏟아집니다.
"한 달 만에 베스트셀러 작가 되기"
"초보자도 쉽게 14일 만에 책쓰기"
"5일 만에 첫 책 출간하는 비법".
저는 위와 같은 문구를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책 쓰기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코 단 시간에 완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책 쓰기를 결심했다면 책을 쓰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먼저 예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위 홍보 문구들이 주는 느낌대로 책 쓰기가 쉽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마라톤을 아무런 준비와 훈련 없이 뛰는 것과 같습니다. 마라톤은 긴 거리를 뛰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와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한 운동입니다. 준비 없이 갑자기 마라톤에 도전한다면 초반에 체력이 소진되어 중도에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책 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움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막상 책 쓰기에 돌입했을 때 쉽게 지치고 포기해 버릴 수 있습니다.
제가 책을 쓸 때 맞닥뜨린 어려움은 바로 '내면의 비판자' 목소리였습니다. 제 안에서는 계속 이런 말이 들려왔어요.
"너에게는 무리야. 네가 무슨 책을 쓴다고 그러니?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야. 제발 네 주제를 파악해!"
이런 말들이 저를 괴롭히기 시작하면 끝끝내 정복당하기 일쑤였습니다. 며칠 동안 책 쓰기를 엄두도 못 내고 우울한 나날을 보냅니다. 하지만 영원히 지속되는 감정은 없기에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조금 추스러집니다. 다시 힘을 내 꾸역꾸역 글을 씁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또 내면의 비판자가 스멀스멀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이런 일들이 셀 수 없이 반복되던 어느 날, 저는 내면의 비판자가 말을 다 끝내기 전에 외쳤습니다.
"그만!"
그러자 신기하게도 비판자 목소리가 뚝 멈췄습니다.
"너에게는 무리야. 네가 무슨 책을..."
내면의 비판자를 멈추게한 뒤 저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할 수 있어!"
감격의 순간이었습니다. 평생 저를 따라다니며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느끼게 만들고, 자신감을 저하시키며 저의 성장과 도전을 방해한 못된 악당을 물리친 기분이었습니다.
'내면의 비판자'는 개인의 내부에서 자신을 비판하고 의심하는 목소리로 사실 우리 자신이 내는 목소리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의 어린 시절 양육에 큰 역할을 한 부모님이나 중요한 타인의 목소리입니다. 책을 쓸 때 올라오는 비판자의 목소리를 물리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비판자에게 정복당할 때 우리는 '내 능력은 여기까지야.'라고 한계를 정하는 '자기 제한 신념(self-limiting belief)'에 갇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제한 신념 또한 가족이 근원일 수 있지만 어린 시절의 경험, 사회 환경, 교육 등 다양한 요인으로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념은 우리의 행동을 제한하고 새로운 기회를 피하게 만들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킵니다. 스스로의 능력과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고 특정 한계를 설정하여 더 이상 도전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여성 문제와 인간관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심리치료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비벌리 엔젤은 내면의 비판자가 하는 말에 그냥 수긍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말대답하며 반박하라고 조언합니다. 나아가 마음속에서 돌봐 주는 목소리를 불러내어 연민과 이해하는 마음으로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라고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책 쓰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이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는 것은 이미 큰 용기를 내셨다는 뜻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책을 쓰는 중에 마음속에서 비판자 목소리가 들린다면 사춘기 아이처럼 반항하세요. 그 목소리에 당당히 맞서 "그만!"이라고 외치세요. 그리고 나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돌봄자를 만들어 격려의 말을 스스로에게 들려주세요. "너는 할 수 있어.", "너는 충분히 능력이 있어." 이 강력한 돌봄자의 목소리는 여러분의 가장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는 소중하고 누군가에게는 큰 영감과 위로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이 도전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결국 여러분은 자신이 꿈꾸던 책을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을 믿고 끝까지 도전하세요. 여러분의 이야기가 세상에 울려 퍼지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