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고 싶다면 먼저 주제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왜 책을 쓰는가?'입니다. 여러분은 왜 책을 쓰려 하시나요?
사이먼 시넥은 글로벌 아이디어 교류 플랫폼인 TED Talks에 출연해 '골든 서클' 이론을 연설하며 역대 두 번째로 많이 재생된 영상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골든 서클' 이론은 우리가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조직이나 개인이 자신들의 행동을 이끄는 근본적인 동기인 '왜(why)'에서 출발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골든 서클은 세 개의 중첩된 동그라미로 구성된 모델입니다. 가장 중심에 위치한 원은 '왜(Why)'를 나타내며, 이는 일의 목적이나 대의, 신념으로 우리의 행동과 결정의 근본적인 동기를 의미합니다. 중간 원은 '어떻게(How)'로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나 접근법을 설명합니다. 가장 바깥쪽 원은 '무엇(What)'을 표현하며 이는 우리가 실제로 하는 행동이나 결과물을 나타냅니다. 사이먼 시넥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나 조직은 바깥쪽 원인 'What'에서부터 시작하지만, 성공한 리더들은 반대로 가장 안쪽 원인 'Why'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어떠한 일을 하기에 앞서 그 일을 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정의함으로써 행동의 방향과 의미를 확고히 합니다. 이는 비단 비즈니스나 리더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개인의 활동, 특히 '책쓰기'에도 해당합니다.
저는 '지여우 책쓰기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Why'가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실감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분이 저에게 문의를 주었습니다. 책쓰기는 자신에게 조금 부담이 되지만 독서와 글쓰기로 변화하고 싶다며 '지여우 책쓰기 마스터 클래스' 과정에 함께 할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지여우의 책쓰기 과정은 그야말로 책쓰기가 목표인 과정인데 책은 못 쓰겠다고 하니까요. 게다가 지여우 과정에서 처음 8주 간은 글을 쓰지 않고 자료 수집기간을 갖기에 문의하신 분과는 맞지 않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분의 요청을 거절하는 게 맞다는 것으로 생각이 쏠렸습니다. 그러나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저는 제가 왜 '지여우 책쓰기 아카데미'를 운영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17년간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이 길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저의 Why를 다시금 상기했습니다. 저의 목적은 단순히 책이라는 결과물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가 가진 능력과 재능을 활용하여 타인의 성장을 돕는 것에 있었습니다. 책은 'What'이었지, 저의 'Why'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문의하신 분의 상황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그분에게 현재 처한 상황, 직면하고 있는 문제, 그리고 희망하는 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는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답변을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코칭 프로그램인 '지여우 베스트 라이프'를 기획하여 그분에게 제안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제가 과거 공황장애를 극복한 경험에서 배운 자기 사랑의 과정인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과정, 독서 및 글쓰기 과정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문의하신 분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고, 저희는 총 12주 간 함께 성장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은 글쓰기 초보자를 위한 '글여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제가 저의 Why를 명확히 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Why는 우리의 결정과 행동에 방향을 제시하고, 우리가 마주하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합니다.
저는 사이먼 시넥이 말하는 골든 서클의 Why를 '책을 쓰는 원대한 이유'라고 명명했습니다. 사실 제가 책을 쓰는 이유를 고민했을 때 이러한 원대한 이유만 있지 않았습니다. 평소 저를 은근 무시하는 것 같은 S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은 욕망도 있었습니다. <동물 농장>을 쓴 영국의 유명 작가 조지 오웰은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에서 글을 쓰는 동기를 크게 네 가지로 제시했습니다. 그중 저는 '순전한 이기심'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순전한 이기심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어린 시절 자신을 푸대접한 어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은 등등의 욕구를 말한다. 이게 동기가 아닌 척, 그것도 강력한 동기가 아닌 척하는 건 허위다. _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중에서
순전한 이기심을 가지고 글을 쓴다고 해서, 책을 쓴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이런 마음도 잘 이용하면 책을 쓰는데 강력한 동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책쓰기는 기본적으로 독자를 생각하는 이타심을 바탕에 두어야하기 때문에 오롯이 이런 동기로만 책을 쓰는 건 바람직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있다는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조지 오웰이 말하는 '순전한 이기심'을 '책을 쓰는 인간적인 이유'라고 명명했습니다.
여러분은 왜 책을 쓰시나요? 원대한 이유와 인간적인 이유는 각각 무엇인가요? 주제에 앞서 '왜(Why)'를 생각하는 것은 내가 책을 쓰는 강력한 이유와 동기를 통해 흔들림 없이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근본적인 동력을 가져다줍니다. 또한 여러분이 책을 쓰는 이유를 명확히 한다면 책을 쓰는 과정 중 마주할 내적 갈등과 고뇌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킬 때, 그 명확한 'Why'가 여러분을 굳건히 지탱해 줄 것입니다.
결국 진정으로 의미 있는 책을 쓰고 싶다면,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고 그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동기 즉 '왜(Why)'를 찾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왜(Why)'는 여러분의 글에 생명을 불어넣고, 독자와의 강력한 연결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책이 단순한 페이지 나열이 아니라, 살아있는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기를 응원하겠습니다.
내가 책을 쓰는 이유
<어느 날, 나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왔습니다>
- 원대한 이유
1.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마음의 병을 겪은 엄마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2. 나 자신과 깊이 마주하고 자기 이해를 통해 자기 사랑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타인을 사랑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적인 이유
S의 은근한 무시가 신경 쓰여 책을 기필코 완성해 그의 태도를 바꿔 놓고 싶습니다.
<난생처음 책쓰기>
-원대한 이유
1. 저의 영원한 스승님이자 멘토이신 최복현 작가님이 생전에 저에게 베푸신 크나큰 사랑과 지혜를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가르침대로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글을 써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