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경심 Aug 05. 2024

타인이라는 거울

 제가 물리치료사였던 시절, 저는 유독 마음에 들지 않는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환자를 대할 때면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겉으로는 친절을 유지하려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동료들에게 하소연을 자주 했죠.


 하루는 제가 동료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저런 분들 보면 화 안 나요?"

 동료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러려니 한다고 하더라고요. 동료가 참 대단해 보였죠.


 수년이 지나고 저는 깨달았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환자들의 모습은 바로 제가 싫어하는 저의 한 단면이었다는 것을요.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그제야 이해되었습니다. 저는 유독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했기에 타인에게서 저의 못난 모습을 많이 비춰 봤던 것이죠. 


 언젠가 어느 내면 치유 전문가가 자신에게는 미운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에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분은 자신의 모든 면을 받아들이고 사랑했기에 타인에게서 자신의 못난 모습이 비쳐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저는 이제 이전보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보면 화가 덜 납니다. 그만큼 저도 못난 저를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누군가 밉다면 혹시 나도 저런 모습이 있는지 한번 돌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어쩌면 그 모습이 바로 내가 가지고 있는, 내가 싫어하는 나의 진짜 모습일지 몰라요. 

이전 20화 과거의 나와 마주할 용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