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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박변 Dec 22. 2022

뉴욕박변: 생에 첫 월드컵 직관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존중, 어디까지?


박물관 투어를 마치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우리는 서둘러 첫 번째 월드컵 경기를 보기 위해 스테이디움으로 향했다. 표 검사와 보안 검사가 얼마나 걸릴지 몰라서 경기 시작 전에 시간을 넉넉히 두고 입장하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본 첫 경기는 세네갈대 네덜란드. 스테이디움 근처 교통을 통제 중이어서, 우리는 우버 기사님이 내려 주신곳에서 몇 분을 걸어가니, 경기장 바깥에는 벌써 야외 콘서트로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나는 박물관에서 구입한 세네갈 국기가 그려진 큰 스카프를 두르고, 내 생애 처음으로 직접 월드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축구라고는 2002년 태극전사들에서 멈춰버린 나는 사실 대한민국에서 모두 다 아는 손흥민 선수가 출전한다는 정도가 이번 월드컵에 대해 아는게 다였다.

나는 세네갈에 있는 친구에게 세네갈 국기를 두른  사진을 보내며, 세네갈팀을 응원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세네갈은 오랫동안 프랑스 식민지여서 프랑스어를 하지만 영어는 서투른 그녀와, 프랑스어를 전혀 못하는 나는, 그리스에서 열린 친구의 결혼식에서 룸메가  것을 연으로 가끔 연락을 하는 사이였다. 월드컵은 정말 세계인의 축제가 맞나 보다. 벌써 멕시칸에서  친구들은 솜브레로를 쓰고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각기 다른 국기를  사람들이 지나갔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잔디밭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세네갈과 네덜란드 국기가 걸려있는 큰 경기장에 서서히 관객들이 입장하고 있었다. 곧이어, 경기를 시작하는 세리머니가 열리고, 곧 양국 선수들이 몸을 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그가 생수를 사다 주었는데 뚜껑이 없었다. 경기 중에 선수들에게 던지면 다칠 수 있어서 뚜껑을 빼고 준단다. 버드와이저가 스폰서였는데, 마지막에 경기장에서는 술을 허용할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벌써 다음 월드컵을 놓고 협상이 들어갔다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무래도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동시에 열리는 월드컵에서는 아마 엄청난 판매가 이루어지겠지.


세네갈 선수들에게는 붉은 악마 못지않은 응원단이 있었는데, 경기 시작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경기장이 떠나가라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었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상대방팀은 아마도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경기장에서 커뮤니케이션은 불가능하지 싶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응원단은 매 경기마다 세네갈팀과 어디든 함께 간다고 했다. 그리고 매 경기마다 이 텐션으로 응원을 한다고.

세네갈 선수들은 무서운 기세로 계속해서 골문을 두드렸고, 누가 봐도 세네갈이 이길 것 같은 기세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네덜란드에 0:2로 지고 말았다. 게임이 끝나고 돌아가는 세네갈 응원팀들의 어깨가 축 처져 보였다.


돌아가는 길, 이때까지 카타르에 와서 월드컵 내내 공짜라는 지하철을 한 번도 타보지 않았는데, 경기장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섞여 우리가 부른 우버를 찾느니, 경기장부터 가까운 지하철 역까지 무료로 데려다준다는 셔틀 쪽으로 향했다. 아마 버스 10대가 설 수 있는 정거장들마다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내려서 또 한참을 줄을 서서 지하철 역에 들어갈 수 있었고, 또 한참을 기다려서 지하철을 타고야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다음 경기는 꼭 우버를 타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의 여정은 끝이 아니었으니.

성이 다른 남녀가 한 호텔에 머무를 경우, 징역 7년까지 살 수 있다는 카타르에서 우리는 무사히 돌아와야 했기에 호텔도 따로 잡았고, 그는 밤에 나를 내 호텔에 다시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가야 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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