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준비
그가 밤늦게 문자가 왔다.
그: 화요일 저녁에 시간 어때?
나: 좋아, 나 매일이 토요일인 삶을 살고 있는 걸.
그: 그럼 나랑 농구 보러 가자. 뉴욕 닉스대 샌프란시스코 워리어.
그렇게 Ed Sheeran이나 Adele이 콘서트를 할 때 와 보고 싶었던 Madison Square Garden에 가게 되었다. 로스쿨에 다닐 때, 지하철 값을 아끼겠다고 매일 25블록을 걸어 다니던 곳. 이 쪽으로 잘 올 일이 없었기에 몇 년이 지난 이곳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사실, 농구라고는 중학교 때, 강렬한 BGM으로 대히트를 쳤던 <마지막 승부>와 그때 열기를 몰아, 문경훈 와이프, 우지원 와이프가 되겠다는 친구들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가 다인 나는 농구 경기보다,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더 좋았다.
그는 항상 시간 약속에 늦는다. 아예 30분은 더하고 기다리기를 시작한다. 5시 반에 오겠다던 그가 6시 반쯤 집에 데리러 왔다. 기차를 타고 갈까 차를 타고 갈까 하던 고민은 더 이상 필요 없어졌고, 나는 그가 차 안에서 해 주는 이런저런 사소한 얘기들이 좋았다. 뉴욕에서 가장 핫한 Vessel이 있는 Hudson Yards를 지나, 경기장 근처에 차를 대고, 내외하는 그분을 모른 척하고, 내 맘대로 팔짱 끼고 경기장까지 걸어갔다. 우리는 더 이상 카타르에 있는 게 아니니까. ㅎ ㅎ
경기장에 들어서자, 경기가 이미 진행 중이었다. 나는 맥주를, 그는 칵테일과 물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TV로만 보던 덩크슛은 몇 초마다 터졌고, 내가 아는 유일한 현역 선수인 Stephen Curry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어쨌든 뉴욕 닉스의 우승!
게임을 마치고 우리는 코리아 타운으로 걸어가 한 시간 안에 저녁을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을 찾았다. 나의 최애 식당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라, 좀 멀지만 바로 나오는 식당으로 그를 데려가 그가 좋아하는 LA갈비를 시켰다. 앨라배마에서 정말 좋은 LA갈비를 보고, 그에게 해 주고 싶었던 기억이 났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에게 한 번도 음식을 해 준 적이 없다.
돌아오는 길은 West Highway를 타지 않고 반대편으로 향했다. Roosevelt Island를 지나 멀리 Long Island City를 지나다가 그가 덤덤하게 말했다. 덤덤하게 말해 더 슬펐고, 슬퍼서 일부러 더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 When you leave, I will miss you.
나: 그리워하지 마, 언제든 보러 와.
곧 돌아올 거라는 내 말에, 그는 승진하면 마음이 바뀔 거고 한국에서 좋은 사람을 만날 테고, 그건 좋은 일이며 나는 내 삶을 빌드업하라고. 나는 그를 만나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절대 그 사람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잘 될 수 있도록 바래주는 것임을 배우고 있다.
설렘 가득, 두려움 가득한 그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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