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반성문
일주일간의 격리가 끝나고 학교 가는 날 아침이 되었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힘들었던 일주일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자리 잡는 날이다. 남편도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을 했고, 아이들도 시간 맞춰 준비를 시켰다.
오랜만에 가는 학교인 만큼 예쁘고 멋진 옷으로 입혀 보내고픈 마음이 들었다. 예나에게는 학교에 입학한다고 외삼촌이 사준 보랏빛 원피스를 입혔다. 처음 샀을 때는 아직 날이 추워서 아꼈고, 그 이후로는 뛰어놀기에 치마가 불편하다며 아꼈던 원피스였다. 매일 활동하기 편한 티셔츠와 바지만 입혀서 보냈던 게 못내 마음에 걸렸던 나는 오늘따라 예나가 입은 원피스가 그렇게나 예쁘고 좋을 수가 없었다. 행여나 밥 먹다 옷에 흘릴세라 한 숟갈 한 숟갈 지극히 떠서 먹였고, 옷에 뭐가 물을세라 조마조마했다.
밥을 다 먹이고 난 후에도 딸은 잔기침이 남아서 콜록콜록했다. 한의원에서 받은 기침약을 물에 타서 마지막으로 정성껏 먹였다. 컵에 약을 담아서 한입 한입 먹이다 마지막에 남은 한입 양은 좀 많았으나 아이가 곧잘 받아먹었기에 들이켰다. 케케켁! 아이 입에 들어간 기침 약물이 줄줄 흐른다. 갈색의 기침약은 보랏빛 예쁜 원피스 위로 얼룰덜룩 지며 흘러내렸다. 이건 이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 순간이 아니었다.
“안돼~~~~ 이게 뭐야~~!! 여기다 흘리면 어떡해~!!!”
미간에 인상은 있는 대로 찌그러져 지어졌고, 내 입에선 앙칼진 목소리의 다그침과 폭포수 같은 화가 쏟아졌다. 나도 제어가 안 되는 순간이었다. 이미 보랏빛 원피스에는 갈색의 약물이 흘러서 축축이 젖어있었고, 아이의 옷은 엉망이 되었다.
보란 듯이 이쁜 옷 입혀 학교에 보내고자 했던 나의 바람은 산산조각이 되었다. 그보다 한 발 앞서 내가 지른 소리와 크나큰 화로 인해 아이는 울상이 되었다. 이미 나의 폭언 폭격기를 여러 차례 맞은 후였다.
“너는 조심성 없이 이게 뭐야!!! 오늘 입으려고 얼마나 아낀 옷인데, 여기다 쏟으면 어쩌자는 거야? 지금 학교 출발할 시간인데,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 어휴 내가 정말 못살아!!”
내 입이 통제가 되지 않았다. 마구마구 아픈 소리가 쓴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는 아이대로 잔뜩 얼어붙었다. 아이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일주일간 감기 앓고 오랜만에 학교 가는 딸에게 굳이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후회가 들 때쯤 이미 독설은 한 보따리 나간 후였다. 몇 분쯤 지나 정신을 차려보니 아이는 눈물 콧물 흘리며 울고 있었고, 동생은 지옥불처럼 화난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등교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정신없이 우왕좌왕하는 나에게 딸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말했다.
“엄마는 그런 적 없었어? 나처럼 그런 적 없었냐고~~!!”
엄마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흘린 적이 없었냐는 처절한 외침이었다.
‘없긴 왜 없니. 하도 많이 흘려서 엄마도 할머니한테 많이 혼났지.’
그러나 아이의 억울한 표정과 외침에 “나는 그런 적 없었어. 이렇게 너처럼 새 옷에 흘리지 않았어!”라고 못되게 되받아쳤다.
아이가 학교에 등교 한 이후로 계속 마음이 콕콕 찌른다.
나도 그렇게 많이 흘리고 컸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에게 핀잔 많이 들었는데... 왜 감싸주지 못했을까?
그 당시 내가 듣고 싶었던 말도, “괜찮니? 엄마가 닦아줄게. 다른 옷으로 갈아입자.”
이렇게 놀란 나를 다독거려주는 엄마의 말을 듣고 싶었는데...
엄마인 나도 별 수 없네.
딸에게 한없이 미안해진다.
내가 바랐던 엄마의 모습을 나의 딸도 나에게 바라고 있다.
순간에 욱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이 순간 내가 어떤 행동과 말을 해야 좋을까? 고민이 필요하다. 제발 생각 좀 하고 말하자. 스스로에게 되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