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rapen Sally Nov 02. 2021

나의 작고 사소한 취미

문구 덕후, 문구인!


나는 금사빠답게 소싯적에  좋아하고 모으는 게 참 많았다.

스티커, 손수건 , 편지지, 할리퀸 로맨스, 댕기 만화잡지, 책…

그런 잡동사니 수집가 소녀는 어른이 되어  맥시멀리스트에게 어울리는 큰 광을 가졌다.

한때는 패션에 관심이 많아, 수많은 아이템을 사모았다, 일명 지네발 샐리, 신발과 가방과 옷들… 아직도 나의 옷 광에는 평생을 입어도 될 만큼 넘치는 옷들이 있다.

이는 신이 내게 패션을 사랑하는 열정과 마음만 주셨고 활용하는 센스는 2프로가 아니라 20프로는 모자라게 주신 탓이다. 일명 믹스  매치의 센스가 없으니 유행하는 아이템은  사고 마음에 들면  사고 세일을 하니  사고.. 중구난방 총체적 난국에 이르니 옷장은 가방과 옷으로 터져나가고 신발장 지분의 95프로가 나의 것이다.  이런 내가 미니멀에  뜨고 마음의 양식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니 물질의 소유가  부질없음을 깨닫고 많이 정리하고 아직도 정리 중이다.


하지만 그렇게 패션에 관심이 많을 때부터 서서히 사모으기 시작한 양말은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부피도 작고 가격도 옷이나 다른 것에 비하면 착한 편이고  쬐그만 양말 두 짝이 주는 기쁨은 생각보다 크다, 서랍 한켠에 하얀 망사부터, 금빛 반짝이. 은빛 반짝이, 겨자색 양말, 남색과 흰색의 폴카닷-일명 땡땡이-양말, 여우 모양의 양말, 스트라이프 등등,,, 또 발이 시릴 때를 대비한 부츠같이 커다란 수면 양말, 거기다 스포츠 양말까지 아이고 숨차서 다 나열도 못하겠네... 그런 온갖 양말들이 촘촘히 들어차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그 많은 양말은 언제 다 신을까? 여름이라 샌들을 신고 조리를 신으면 거의 신지 않는 날이 대부분인데 왜 이리도 사모았을까?

허한 마을을 무엇으로라도 채워 보려 했을까?


이제 이런 사재기는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기 시작하면서 그만두었다. 열심히 마음을 채우는 중이다.

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어도 포기하지 못하는 사재기가 있었으니 혹시 문구인이라고 아실랑가 모르실랑가? ‘아무튼 문구라는 책에서  같은 문구 덕후를 문구인이라는 멋진 말로 표현했다.


그렇다 나는 문구인! 특히나 노트와 펜은 나의 최애 아이템들이다. 싱가포르에서 애정하는 문구 샾이 있는데 혹시나 문을 닫을까 전전긍긍이다. 서너 개 있던 브랜치들이 다 문을 닫고 이제 겨우 한 곳만 남았다,

나는 그곳에 가면 … 문구의 세계에 무아지경으로 빠져든다, 크기별 색깔별 용도별 너무나 예쁜 노트 친구들이 나를 보고 서로 데려가 달라 아우성을 친다. 애써 외면하고 눈을 돌리면 이번에는 펜 친구들의 유혹이 시작된다.

금색, 보라색, 로즈골드 실버... 등등 정신을 차리고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있고 어느새 나는  친구 들을 데리고 집으로 가고 있다. 새로운 곳을 가면  그곳의 문구점에 가본다. 시간이 나면 괜히  문구점에 가본다.


반 고흐도, 어린 왕자도, 스누피도, 스펀지밥 친구 패트릭... 오색빛깔 무지개도  또 다른 예쁜 친구들이, 또 지워지는 실용적인 펜 등이   우리 집에 그득하다. 그냥 오늘은 이펜으로 적어보고 내일은 저펜으로 공부해보고…

문구 친구들, 특히나 노트와 펜들이 데리고 가는 다른 세상은 너무나 새롭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은 힐링  자체이다. 필사도 하고 번역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부자가 되어있다. 이런 문구들을 곁에다 두고 요새 나는 디지털 드로잉과 글쓰기에 푸욱 빠졌다, 앞으로 수많은 글과 그림을 노트북과 패드로 애플 펜슬로 하겠지만 나의 오래된  문구를 잊지 않을 것이다. 내방 가득 서랍 가득 펜과 노트들이 주는 설렘을 나는 안다. 노트를 펴고 펜을 들고 점하나를 찍는 순간,  하나를 긋는 바로 그때, 나는 이미 다른 세게로 가는 여행을 시작했으니!  

핑계 같지만 수많은 다른 세계로  날아가게 해주는 비행기  티켓 같은 문구들을 앞으로도 계속 모을  같다.

사실은 …. 그냥 문구가 좋은 문구인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그리움이 사무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