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ENTJ-A" 대담한 통솔자)
나를 돌아보겠다면 쓴 글들에서 스스로 반성도 많이 되었지만
그 이전의 삶의 과정을 모두 부정하고 바꾸려고만 애쓰다 보니
나 스스로를 혐오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대체 왜 이러나 싶어서 절망하다가
그런 기분조차 극복하고 싶어 또 애를 썼다.
이런 내가 또 너무 싫어 진절머리가 났다.
난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또 고민을 하다가 MBTI 검사 결과가 떠올랐다.
"ENTJ-A" 대담한 통솔자
검사 결과에 정말 깜짝 놀랐다.
내가 숨기고 싶었던 공감능력이 부족한 내 모습이 그대로 나왔고,
'소시오패스'가 될까 봐 두려워했던 내 성향을 모두가 알게 될까 봐 무서웠다.
나는 나를 지우고 갈등 없이 살고 싶었다.
지난 10년을 영화계에 맞춰보려고 끝없이 나를 부정하며 지내다 보니
회피하는 게 습관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살면서 자기를 제일 좋아하고 열등감을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자기를 부정하기 시작하니 끝도 없었다.
내가 나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니 우울감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조차 없어져버렸다.
지금 못 바꾼다면 평생 이렇게 고통받으며 살아야 할 텐데
그럼 그냥 빨리 죽는 게 고통을 덜 느끼는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강한 자기애는 오히려 독이 되어 고통받는 나를 보다 못해
극단적 선택이 자신을 위해 옳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제대로 망가졌고, 실패했다.
나는 나를 바꿀 자신이 없었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비효율적 인간'이 되겠다고 정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성공지향적이고 효율을 중시하는 성향 탓에 지금껏 나를 돌보지 않아서 이렇게 살아온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나를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마음에 과거를 돌아보는 것 까지 좋았지만
내 성향을 인정하지 못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겠다고 부정부터 하고 시작하니
자기혐오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애초에 출발점이 잘못되었다.
내 성향을 다시 뜯어보기로 했다.
1. 진취적인 생각과 결정력, 그리고 냉철한 판단력으로 그들이 세운 목표 달성을 위해 가끔은 무모하리만치 이성적 사고를 하는 것이 특징
=> 감성적 영역이 부족해서 심리적으로 무너진 스스로에게 조차 이성적 판단으로 "비효율적 인간"을 목표로 삼았으니 너는 이제 극복해야 할 목표가 정해졌으니 할 수 있다고 몰아붙였다.
2. ‘성취’를 통해 느끼는 행복
크든 작든 성취 가능한 도전에 매력을 느낍니다. 이들은 충분한 시간과 자원만 있으면 그 어떤 것도 실현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 "비효율적 인간"이 되어 일보단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타인에게 진정으로 공감하고 감정이 풍부한 인간이 되는 걸 성취의 영역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걸 몇 달 울면서 글 쫌 썼다고 이룰 수 없는 게 명백한데, 대체 왜 그랬을까?
3.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
분석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서투른데, 사교적인 성격상 이들의 성격은 밖으로 쉽게 표출됩니다. 가령 일적으로 비효율적이고 무능하며 게으르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보면 이들은 그들의 예민한 부분을 가차 없이 건드리기도 합니다. 통솔자형 사람에게 있어 감정 표현은 나약함의 표시로 이러한 성향 때문에 쉽게 적을 만들기도 합니다.
=> 아니.. 그래서 감정 표현을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이걸 평생 노력해야 한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고 조급해했다.
• 장점
자기애가 강하다.
체계적이다.
강한 끈기와 의지력이 있다.
장기적 안목을 선호한다.
빠른 판단력을 내린다.
정직하고 솔직하다.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믿는다.
카리스마가 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다.
대담하고 용기가 있다.
멀티가 가능하다.
활력이 넘친다.
정확하고 민첩하다.
고급, 광범위한 어휘를 구사한다.
꾸준한 자기 계발을 한다.
• 단점
감정 표현이 서툴다.
자신을 과대 포장한다.
지시, 명령하려고 한다.
과시적이다.
위압적이다.
고마움을 잘 표현 못 한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에게 퉁명스럽고 비판적이다.
• 좋아하는 것
나 자신
도전과 성취
자기 발전
계획 수립
통솔
공감보다는 해결책
지적 자극
이것저것 배우기
예상치 못한 문제 풀어내기
적당한 관심과 칭찬
• 싫어하는 것
비효율적인 일
계획 변경
반대 의견
잘못을 인정 안 하는 사람
시간 낭비
• 팩폭
선천적인 리더인 경우가 많아 한자리는 무조건 함
끈기, 책임감이 뛰어나 맡은 일은 끝까지 함
조별 과제할 때 총대 매는 스타일
감성팔이 절대 안 먹힘
논리적인 팩트로 조지는 스타일
나서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나서는 것임
우유부단, 능력 없으면서 고집부리는 사람을 싫어함
비효율적인 관습을 제일 싫어함
꼰대에게 제일 많이 개김
어딜 가든 친해질 수 있는데 굳이 친해지진 않음
인싸는 아닌데 약속 잡다 보면 한 달이 끝남
집에 있으면 무기력해져서 뭐라도 해야 함
친구들이 고민하면 해결책을 찾아주는 편
계획 세우기를 하는데 실천의지는 별로 없음
내일 아닌 일에 관심 없어서 주변 소식 늦게 앎
새로운 일을 혼자 해야 할 때 시뮬레이션 엄청 돌림
열등감 느낀 적은 거의 없음
비능률, 비효율 용납 불가능, 반복 실수 불가
내가 스스로의 길을 가지 못한 건 내가 내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였던 것 같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변하려고만 했고,
그 결과 나는 나를 미워했고 자기 혐오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일단 나답지 못하게 하는 것들에서 벗어나자.
누구나 장단점이 있고, 그걸 꼭 바꿔야 하는 건 아니다.
나에게도 수많은 장점이 있고 그걸 긍정하자.
단점은 더 명확하게 인식하고 개선해나가면 될 일이다.
성향상 남 밑에서 일할 수 없는 사람이니 이제 그만 인정하고 들어오는 일자리 제안에 흔들리지 말자.
지금껏 내가 느꼈던 많은 불합리는 내가 내 성향을 잘 몰랐고,
내가 옳고 남이 틀리다는 생각을 먼저 해서 인 경우도 많았다.
그걸 또 못 참고 다 말하는 성향이라 더 많은 갈등이 있었음을 인정하자.
나도 진짜 안 바뀌고 내가 싫어했던 사람들도 성향이 달랐을 뿐임을 받아들이자.
늘 발전하고 나아가는 것 만이 가치 있는 게 아니라 그건 나 같은 성향의 사람들만 그렇게 생각할 뿐이고,
누군가는 지키고 유지하는 게 더 옳다고 믿는 걸 인정하자.
하루아침에 안 바뀌는 본인을 그만 탓하고 매일 만나는 사람들을 소중히 대하면서 계속해서 노력하자.
ENTJ 인 성향을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인 감정은 배워서라도 채우자.
내가 타인의 감정을 배워야 알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좌절스럽지만
그걸 목표로 삼으면 이뤄낼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니 이제부터라도 사람 중심으로 살자.
성공지향적인 사람이 성공의 개념조차 스스로 정립하지 않고 남들이 정한 성공을 따르다가 실패했음을 받아들이자. 실패를 인정하기 어려워서 지금까지 끌고 왔음을 인정하자.
내 성향 때문에 내가 힘들었다는 사실을 이젠 그만 혐오하고 용서해주자.
무조건 바꾸는 게 능사가 아니고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옵션도 있음을 알자.
나만의 속도로 내가 원할 때 일하고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만 돈을 벌고
나머지 시간은 주변인들과 함께 삶을 즐기자.
그게 내가 생각하는 성공한 사람의 삶이다.